수입맥주 점유율 높아지며 맥주공장 가동률 57%로 ‘뚝’
이대로 방치하면 연간 생산유발효과 6500억 원 증발
맥주에 대한 불합리한 과세 제도를 장기간 방치한 결과 국내 맥주제조사의 공장 가동률이 심각하게 떨어지며 고용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국내 대형 맥주 제조 3사의 생산설비 대비 실제 생산량은 57.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맥주의 급속한 시장 잠식으로 맥주회사 공장 설비가 절반을 약간 웃도는 가동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연간 생산능력은 1499만9750KL(킬로리터)였으나 지난해 57만1088KL 생산에 그치며 공장가동률이 38.07%에 불과했다. 거액을 투자한 설비의 3분의2 가량을 놀리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수입맥주의 급격한 시장잠식에 따른 가동률 및 출하량 감소에 따라 맥주부문에서만 289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맥주 생산설비를 소주 생산하는데 돌리고 있는 마산공장은 매각을 추진하는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
클라우드를 앞세워 국내 맥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롯데주류의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연간 20만KL를 생산할 수 있는 충주 제2공장을 완공하며 30만KL생산 체제를 갖췄지만 지난해 9만1557KL를 생산하는데 그쳐 70%에 달하는 설비를 놀려야 했다.
오비맥주는 생산능력 166만6300KL 중 80.2%인 133만5894KL를 생산, 하이트진로나 롯데에 비해 형편은 다소 나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수입 브랜드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
수입맥주는 유리한 주류세제에 FTA(자유무역협정)로 인한 관세인하 혜택까지 누리며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34%씩 성장하며 시장점유율을 4.3배 늘려왔다. 반면 국산맥주 제조사들의 출고량(4도 환산 기준)은 13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추락했다.
지난 5일 국세청이 공개한 '2018 국세통계 2차 조기 공개' 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국산맥주 출고량은 182만3899KL로 2016년 197만8699KL(킬로리터)보다 15만4800KL(7.8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관계자는 “수입맥주에 유리한 세제로 인해 거액을 투자한 생산시설의 가동률이 하락하고 사업기지로서의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국내 맥주산업의 공동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종량세로의 전환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의 산업연관지표를 근거로 업계가 추산한 결과 2019년 점유율이 30%선으로 올라가면 현 맥주관련 일자리 2만5천여 개의 30%가 넘는 7500여개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국내맥주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순수 생산유발액이 연간 2조1615억 원 정도라는 고려대 경제학과의 연구도 있다. 이를 근거로 시장점유율이 7.7% 포인트 하락할 경우 연간 1664억 원, 수입맥주 점유율이 30%로 높아지면 2019년 한해에만 65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증발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재계관계자는 “정부가 점점 어려워지는 경제상황과 악화되는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투자를 독려하고 있지만 거액을 투자해 완공한 생산시설마저 차별적인 세제의 영향으로 가동이 되지 않고 있다”며 꼬집었다.
그는 “거창한 정책목표를 제시하는 탁상정책보다는 불합리한 세제를 바로잡아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부터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