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금과 10억 엔, 적합한 용도 한일 양국 협의해야"
"판결, 한일기본협정 부정 아니고,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도 아니라고 본 것"
日 의원도 "개인청구권 소멸 안 된 점 日 정부도 인정"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를 예방한 한일 의원연맹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화해치유재단 해산은 오래 전부터 활동과 기능이 정지됐고, 이사진도 퇴임해 아무런 활동이 없어 해산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정부가 강하게 항의해 온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관련해 "아무런 활동이 없는 상태에서 운영과 유지비만 지출돼 오던 터라 재단을 해산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4일 오전 청와대를 예방한 '한일 의원연맹 대표단'을 접견, 환담을 나누던 자리에서 누카가 일한의원연맹 회장이 "화해치유재단 해산, 징용공 판결 등에 대한 한국의 적절한 조치와 대응책을 기대한다"며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화해치유재단은 오래 전부터 활동과 기능이 정지됐고, 이사진들도 거의 퇴임해 의결 기능도 어려운 상태"라며 "그 잔여금과 10억 엔은 원래 취지에 맞게 적합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한일 양국이 협의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문 대통령은 "강제징용노동자 문제는 사법부의 판결"이라며 "일본도 그렇듯 한국도 3권 분립이 확고해 한국 정부는 이를 존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법원 판결도 한일 기본협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기본 협정은 유효하지만 노동자 개인이 일본 기업에 대해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권까지 소멸된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부 부처와 민간, 전문가들이 모여 해법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더불어 "이 문제에 대해 양국민의 적대 감정을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하고 절제된 표현이 필요하다"며 "양국 간이 우호 정서를 해치는 것은 한·일 미래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양국 간 날선 대립은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시이 가즈오 고문은 "징용공 문제의 본질은 식민지배로 인한 인권 침해에 있으며, 한·일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면서 ”청구권 협정으로 청구권 문제는 해결됐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것은 최근 일본 정부도 국회 심의 답변에서 말한 바 있다. 그런 차원에서 양국이 전향적으로 계속 노력해 나갔으면 한다"고 문 대통령의 발언에 동조했다.
누카가 회장도 "개인청구권이 아직 소멸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며 "한편 이것은 외교보호권을 포기했다는 인식도 있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 정부가 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누카가 회장은 문 대통령이 북미와 남북 간 정상회담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한 것을 높이 평가하며 한·미·일, 한·일 간 소통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서 일본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아베 총리와 회담·통화·특사 파견 등을 통해 협의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일본도 한반도 평화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한일 의원연맹 대표단과의 접견 등을 통해 G20 정상회의에서도 한일 정상간 회담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 그간 심각한 교착상태에 빠진 한일 간 소통의 물꼬가 다시 터질 수 있을 것인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