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회, 세액경감 효과 없고 납세절차 간소화와도 거리 멀어
오는 2007년부터 매출액 일정규모 이하 성실중소사업자들이 세무대리인에게 지출하는 납세협력비용 없이도 전자장부를 통해 간편하게 세금신고를 할 수 있는 '간편납세제' 가 본격적으로 도입, 시행된다.
올해 3월 발표됐던 내용에 비해 한 두 발짝 뒤로 물러난 감이 없지 않지만 영세한 사업자가 연간 수 십∼수 백만원에 가까운 납세협력비용을 다소 줄일 수 있게 하겠다는 기본 취지에서는 그리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양새다.
26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05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재경부는 매출액 일정규모 이하인 성실중소사업자를 대상으로 정부가 개발 보급한 전자장부에 매출·매입 등을 간편하게 기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간편납세제도'를 오는 2007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대강의 골격은 나왔지만 가장 중요한 대상사업자의 범위 설정, 전자장부 개발 등은 추후 논의키로 해 아직까지는 '반쪽 짜리'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 간편납세제-어떻게 나온 제도인가
지난 3월 재정경제부는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영세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이 세무에 신경쓰지 않고 사업에 전념토록하는 간편한 세금신고 납부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당시 재경부 방안은 매출액 일정규모 이하 자영업자나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세금계산서, 현금영수증 등 매출·매입·경비 자료만 갖추고 현금출납장 등 기초 장부만 있으면 이를 토대로 기타 세법에서 정하는 감면을 적용하지 않고 '낮은 세율' 로 과세한다는 것이었다.
성실도가 보장되면 일체 세무조사도 배제하고 과표노출에 따른 세부담 증가분은 일정기간 감면하는 등의 특례도 부수적으로 설정키로 했으며 9월 중 구체적 방안을 확정해 내년부터 시행키로 방침을 정했었다.
□ 2005년 세제개편안에 포함된 간편납세제-어떤 식으로 적용되나
적용대상은 아직까지 미정인 상태. 업종별로 매출액을 기준 삼아 대상사업자를 선정하는 기본 원칙아래 추후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정한다는 방침만 세워진 상태이다.
핵심은 '전자장부' 개발이다. 국세청이 매출·매입·경비 등 거래내역을 기장해 간편하게 장부 등이 작성될 수 있도록 하는 표준 전자장부를 내년 중으로 개발해 사업자들에게 보급키로 했다.
세무사 등 세무대리인의 도움 없이도 납세자 스스로 세금신고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정교한 전자장부를 만들어 보급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
정부는 제도 적용은 납세자의 선택에 맡긴다는 계획이다. 또 납세자 스스로 언제든지 제도 적용의 포기가 가능하지만 한 번 포기하면 5년간 또 다시 선택이 안되도록 장치를 설정했다. 전자장부 사용에 따른 매출 양성화로 인해 늘어나는 세부담은 일정부분 깎아주는 장치도 마련했다.
□ 간편납세제 적용시 세부담 어떻게 달라지나
수도권에 소재한 매출액 5억원(전년도 매출 4억원), 과세표준 5000만원인 A중소기업의 예를 들어보자.
A중소기업이 간편납세제를 택하지 않고 세금을 납부할 경우 과표 5000만원에 대한 세율 13%가 적용돼 650만원의 세액이 산출된다. 수도권에 소재해 있기 때문에 신설된 균형발전세액감면을 적용받을 수 없기 때문에 A중소기업은 과세표준의 13%인 650만원을 세금으로 고스란히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A중소기업이 간편납세제를 택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선적으로 산출된 650만원의 세액에서 간편납세제만의 세액공제인 '개산 세액공제'를 적용받아 10%(65만원)의 세금을 공제받는다.
여기에 더해 전년比 매출액이 1.1배 이상 늘었을 땐 초과증가분에 해당하는 세금을 100% 수입금액증가세액으로 빼준다. 이에 따라 A중소기업의 경우 세금 650만원에 5억-4억원×1.1배가 5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율(0.6억/5억=0.12%)을 곱한 78만원(650만원×0.12)을 수입금액증가세액으로 추가 공제받아 전체 공제액은 143만원이 돼 최종적으로 A중소기업이 낼 세금은 507만원이 된다.
간편납세제를 택했을 때와 택하지 않았을 때 실효세 부담은 각각 10.1%, 13%로 간편납세제를 택했을 경우 2.9% 가량 세금을 절약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비수도권에 소재한 매출액 10억원(전년 매출액 8억원), 과세표준 1억5000만원인 B중소기업의 예를 들어보자. B중소기업이 간편납세제를 택하지 않을 경우 세액은 법인세율(1억 미만 13%, 1억 이상 25%)을 적용해 2550만원이 된다. 여기에 균형발전세액감면 20%를 적용해 세액을 감면 받은 세금 204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러나 간편납세제를 택했을 경우 이보다 306만원(수입금액증가세액 공제)을 더 공제 받기 때문에 내야할 세금은 1734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간편납세제를 택했을 때의 실효세부담이 11.6%로 택하지 않았을 경우의 실효세부담(13.6%)보다 낮아 세부담이 적다.
□ 한 발짝 물러난 '간편납세제'-세무대리인들 반발 등 과제 많아
당초 정부가 목표로 했던 [매출액×단순세율(일반사업자 보다 낮은 차등세율)]을 적용해 세액을 계산하는 방식은 논의 과정에서 사실상 철회됐다.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영세자영업자 등의 세부담 및 세무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그럴싸한 '명분' 보다는 그동안 정부가 줄기차게 추진해 왔던 근거과세 기반 확보라는 '현실'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경부 관계자도 이와 관련해 "논의 과정에서 그동안 정부가 주장해 온 근거과세 원칙과 기장활성화라는 대의 전제를 벗어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며 "이에 따라 매출액에 단순세율을 곱해 세금납부를 마무리 짓게 하는 방식은 택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
대강의 골격을 만들어 내놓는 작업도 작업이지만 전자장부 개발, 매출액 기준 설정 등 앞으로 정부가 소화해야 할 일정 등이 제도 성패의 열쇠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제도 시행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세무대리인 업계와의 마찰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한국세무사회는 이와 관련해 "간편납세제도는 세액경감 효과가 없는 것은 물론 매출 일정금액 이하 중소사업자가 직접 전자장부에 기장을 해야 하는 등 정부가 강조하는 납세절차 간소화와는 거리가 멀다"며 "매출액 기준으로 대상을 선정하는 것도 업종에 따른 수입금액의 차이를 간과한 것이기 때문에 납세자간의 공평성 시비를 낳을 수도 있다" 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표] 간편납세제 적용시 세부담 어떻게 달라지나(전문)
* [표]간편납세제 소득계산 어떻게 하나(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