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납실적이 부족한 A세무서는 '군기'가 꽉 잡혀있다. 일선 현장에서는 체납정리 업무를 꽤나 골치 아픈 일거리로 치부한다. 징세담당으로 자리를 옮긴 김국세 조사관은 '칼퇴(정시퇴근)'를 포기하고 일을 하지만 팀장에게 인정을 받기는 커녕 핀잔만 듣는다.
팀장은 세무서장의 압박을 못 이긴 듯, 연일 김국세 조사관과 직원들을 몰아세운다.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싶었는지, 팀장은 뜬금없이 직원들 주변을 서성이며 이것 저것 묻고 썰렁한 농담을 던져보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영 시원찮다. 김국세 조사관은 이 순간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함만 커졌다.
국세청에 근무하는 직원 중 40대, 팀장급 관리자들이 '자아도취' 성향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본인은 높은 리더십과 유머를 추구하지만, 유연성이 떨어지는 사고로 갈등 상황에 직면할 경우 높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인물유형이라는 설명이다.
국세청이 최근 아주대학교 산학협력단(심리과학연구센터)에 의뢰한 '리더십·소통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국세청·세무서 내 관리자급(3급 이상~7급) 1118명 중 14%(158명)에 해당하는 이들이 '자아도취형'이었다.
업무 특성, 새로운 갈등·현안 등 설문조사를 통해 리더십의 수준과 소통 방식을 측정한 결과다.
보고서는 이 군집(群集)에 대해 "남자가 상대적으로 많고, 팀장급의 다소 낮은 직책에서 비율이 높으며 변혁적 리더십의 거의 모든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했으나 상사·동료 갈등 또한 높은 점수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자아도취형 군집은 남성(91.1%)이 여성(8.9%)에 비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전체의 15.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50대(13.6%), 30대(10%) 순이었다.
158명의 자아도취형 군집 중 직급별로는 3급(부이사관, 25%) 이상 관리자들의 자아도취 성향이 높았으며, 7급 직원의 비율은 3%였다. 직책별로는 팀장급이 16.7%로 다른 직책(과장 7.8%, 서장 이상 10.3%)에 비해 많았다.
전국 지방국세청 중에서는 서울·중부국세청에 이러한 인물유형이 많았다는 것이 연구결과다.
하위 직원들이 바라보는 상사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친화적이며 긍정적 유머스타일을 사용하는 상사에게 지원을 받고 있다고 느낀 '순응형 집단'은 전체 설문대상자 3124명(6급~9급 직원) 중 23%(722명)에 불과했다.
순응형 집단은 9급 직원(30%)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으며, 연령별로는 20~30대에서 가장 많았다. 이 집단은 지방청(18.7%)보다는 세무서(24.5%)에 많았다. 비(非)선호로 꼽히는 세무서 개인납세과 경우 8~9급 직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데, 업무를 처리하는데 있어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보고서는 "자아도취형은 평소 높은 리더십으로 좋은 관리자의 모습을 보일 수 있으나, 새로운 문제나 갈등 상황에서 높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어 조금 더 유연한 사고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완고함은 높은 '공직자 스트레스(민원문제, 상사갈등, 동료갈등, 업무미흡)' 상황을 견디기 위한 적응적 반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공직자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겸행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