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진입···축하보다는 유지에 최선 다해야

◆…[자료=한국은행]

지난 5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은 이날 '2018년 4/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국민총소득(GNI)은 약 3천4백5십만원(미 달러기준 약 3만1천3백달러)를 기록했다고 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6개국 중 인구 5천만명 이상이면서 GNI 3만달러를 경험한 국가는 미국·프랑스·영국·독일·일본·이탈리아 등 6개국이다. 일본이 1992년, 미국 1997년, 영국은 2002년 각각 3만 달러를 넘어섰다. 만일 한국이 인구 5천만 명을 넘어서고, GNI 3만 달러를 유지한다면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이 행렬에 끼는 국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비록 지난해 GNI는 3만달러를 넘어섰으나, 일반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소득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즉 실질소득은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GNI 수치와 매우 다르다.

이에 대해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은 "명실공히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는 지표이기에 축하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이 지표가 국민들의 실제소득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6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이게 가장 뼈아픈 대목"이라며 "그 통계치에는 가계·기업·정부가 벌어들인 돈 모두 합한 것이고, 정부와 기업의 소득이 늘었지만 가계는 평균 이하의 소득을 벌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지난 해 정부 세수가 예상 외로 25조 원 이상 더 걷혔고 이게 포함 된다"며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근로자 수입(4인 가족)은 연봉 약 7천만 원 수준으로 3만 불 소득이 되려면 1억 3천∼1억 4천만원이 돼야하는데 실제 가계소득은 그 절반 정도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2만 불 시대에서 3만 불 시대로 발전함에 따라 국민 생활의 개선도 있지만, 그 보다는 국가적으로 많은 플러스 요인이 작용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소장은 이에 대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선진국 기준으로 꼽힌다"며 "현재 전 세계 230여 개 국가 중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은 곳은 우리나라까지 합쳐서 총 24개 국가뿐"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되면 외교 관계 등에서 우리나라가 좀 나아지는 게 있냐?' 라는 진행자의 물음에 이 소장은 "개인들은 달라지는 게 별로 없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당연히 달라지는 게 꽤 있다"며 "일단 대외 신인도가 높아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국에서 돈을 빌릴 때 신용도가 좋아지니까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투자자들이 늘어난다는 의미"라면서도 "그 반대 역할도 늘어나 선진국이 된 만큼 대외 원조 의무가 더 확대 된다"고 덧붙였다.

또 "저소득 국가에 원조해야 되는 부담금 더 내야 되고, 국제기구 즉 IMF나 WB(세계은행), IBRD(국제부흥개발은행) 등에 대한 부담금도 당연히 올라가는 구조"라며 "국가차원에서 보면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3만 달러 시대에 들어섰지만 국민들 체감이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선 "지금 우리나라 기업들 중 일부 기업이기는 하나 사상 최 호황을 누리는 기업들이 있는데, 이런 기업조차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인력투자가 아니라 자동화·시설 투자 이런 쪽으로 많이 쏠린다"며 "그리고 국내보다도 해외 쪽으로 더 많이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3만 달러 국가에 진입했다 밀려난 국가 사례에 대해 이 소장은 "견고한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가 외부환경에 매우 취약한 구조"라며 "국민소득은 원화 기준이 아니라 달러 기준이다 보니 국가경제가 흔들리면 환율이 흔들리게 되고, 그러면 같은 소득이라 해도 착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유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으로 우리보다 3만 달러 시대를 먼저 열었던 이탈리아가 좋은 본보기"라며 "이탈리아는 2004년 3만 달러 시대 진입을 했는데 15년이 지난 지금도 2만 달러로 갔다가 다시 3만 달러 초반에 머물다가를 반복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가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한 것은 일장일단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래도 3만 달러 시대, 국가에 들어가는 게 좋은 거고, 진입했으면 유지를 해야 되는 게 득(得)이 더 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득 양극화가 점점 더 심해진다는 지적에 대해 "국민소득은 일자리가 있어야지 나오는데 지금 일자리가 굉장히 줄어들고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까 뼈아프지만 국민소득은 늘고 있지만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고 언급하고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으면 유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