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20대 증권사들의 순자본비율(NCR)이 97.4%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대우, 메리츠종금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은 1년 사이 총위험액 규모가 크게 늘며 NCR도 400% 넘게 줄었다. 자기자본 기준 20대 증권사 중 9곳은 금융감독당국 권고기준인 NCR 500%를 미달했다.
30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20대 증권사의 올 1분기 순자본비율은 692.3%로 지난해 789.7%대비 97.4%포인트 감소했다.
20대 증권사의 올 1분기 영업용 순자본은 38조717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34조6638억원 대비 9.8% 늘은데 반해 총위험액은 19조791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13조7887억원 대비 43.5%나 급증했다.
증권사들의 NCR 비율이 크게 감소한 데는 대형IB 증권사를 중심으로 확보된 자기자본을 레버리지 삼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인수금융, 해외투자 등 자기자본을 활용한 모험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총 위험액이 크게 늘은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이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선정된 7개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의 올 1분기 평균 순자본비율은 1116.1%로 지난해 동기 1392.6% 대비 276.5%포인트 급감했다.
순자본비율은 금융투자회사의 영업용순자본(자기자본에 비유동성 자산 등을 차감)에서 총위험액(보유자산의 손실예상액)을 차감한 금액을 업무 단위별 필요 유지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을 백분율로 표시한다.
금융감독당국은 NCR을 증권사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부과 기준으로 삼고 비율이 100%에 미달하면 부실자산 처분 등 경영개선 권고를, 50%미만이면 합병·영업양도 등 경영개선 요구 및 명령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자본건전성이 확실히 확보된 것으로 판단되는 적정 NCR 비율은 시정조치 기준 100%의 5배인 500% 이상으로 보고 증권사들이 이 이상의 비율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20대 증권사 중 11개 증권사는 권고기준인 500%를 넘겼지만 9개 증권사는 미달했다.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 격차도 뚜렷했다.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의 평균 순자본비율은 980.5%로 1000%에 육박했지만 자본 규모 11~20위에 속하는 중소형 증권사의 평균 순자본비율은 399.3%로 400%에도 미달했다.
미래에셋대우가 지난해 대비 NCR이 급감했음에도 전체 증권사 중 자본건전성이 가장 뛰어난 증권사로 꼽혔다. 이 증권사의 올 1분기 순자본비율은 1781.6%로 지난해 2717.8% 대비 936.2%포인트 급감했다. 1분기 총위험액이 3조5454억원으로 전년 2조7297억원 대비 29.9% 늘었기 때문이다.
이어 NH투자증권(1290.6%), 삼성증권(1170.2%, 3위), KB증권(1165.6%, 4위), 하나금융투자(1003.3%)가 NCR 비율 1000%를 넘겼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전년대비 순자본비율이 400% 넘게 급감했다. 삼성증권은 초대형IB 중 유일하게 순자본비율이 89.4%포인트 늘며 전년 5위에서 3위로 순위가 올랐다.
자본건정성이 가장 크게 개선된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였다. 신한금융투자의 올 1분기 순자본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430.2%포인트 늘어난 948.8%로 자기자본 20대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증가를 보였다.
지난해 5월, 10월 두 차례에 걸쳐 총 5000억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영업용 순자본이 큰 폭으로 증가한 영향이 컸다. 이 증권사의 올 1분기 영업용 순자본은 3조116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1조9826억원 대비 1조1337억원 늘었다. 이 부문 순위도 10위에서 6위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1분기엔 순자본비율 1000%을 넘겼던 한국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은 1년 사이 총 위험액이 급증하며 1000%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동기 1035.9% 대비 순자본비율이 232.4%포인트 감소한 803.5%에 그쳐 초대형IB 중 유일하게 1000%를 미달했다. 영업용순자본이 지난해 2조8580억원에서 3조2928억원으로 15.2% 증가했음에도 총위험액이 지난해 1조4657억원 대비 51%나 급증한 영향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순자본비율은 659.4%로 지난해 동기 1095.7% 대비 436.3%포인트나 줄었다. 20대 증권사 중 감소 폭이 두 번째로 컸다. 순위도 지난해 4위에서 8위로 하락했다.
부동산PF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 증권사는 지난해에도 우발채무인 채무보증이 크게 늘며 증권사 중 최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올 1분기 총 위험액은 1조6278억원으로 지난해 6705억원 대비 142.8%나 급증했다.
이 증권사는 최근 NCR관리를 위해 지난 3월 2100억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5월에도 3000억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하는 등 순자본비율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이어 신영증권(573.1%, 9위), 유안타증권(503%, 10위), 키움증권(500%, 11위)이 500%를 넘기며 권고기준에 턱걸이 했다.
20대 증권사 중 SK증권이 NCR 비율 306.4%로 재무건전성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증권사는 지난해 1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늘리는 등 지난해 236.5% 대비 69.9%포인트 개선됐음에도 20대 증권사 중에선 최하위였다.
이밖에 유진투자증권(310.3%, 19위), DB금융투자(335.4%, 18위), IBK투자증권(345.1%, 17위), 하이투자증권(372.8%, 16위), 교보증권(399.0%, 15위), 현대차증권(409.1%, 14위), 한화투자증권(427.9%, 13위), 대신증권(470.2%, 12위)도 순자본비율이 500% 미만으로 권고기준을 하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