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美국무부 동아사이태평양담당 차관보 대행, VOA와 인터뷰서 밝혀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을 관리 못해 초기 축적했던 성과 잃어"
"트럼프 성과,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채택해 北에 강한 경제압박한 점"
"北의 SLBM 실험은 극도로 심각하고 걱정스러운 일"
수전 손튼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대행은 10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출범 초기 축적했던 성과를 빠르게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튼 전 차관보 대행은 이날 〈미국의소리(VOA)〉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몇 차례 정상회담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압박으로 거둔 효과마저 상쇄시키고 있다"며 "단기간에 북한을 비핵화시키겠다는 환상을 접고 단계적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이 추가 무기실험을 할 경우 현재의 외교 기조가 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매체에 따르면, 손튼 전 차관보 대행은 지난 5일 스톡홀름 회담 결과를 묻는 물음에 "북한의 새 협상대표와 가진 초기 실무협상이었던 만큼, 팽팽한 대립 끝에 결렬된 것이 놀랍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실무회담을 계속해야 한다. 하노이 정상회담이후 적절한 준비를 거치지 않고 또 정상회담을 갖는 건 매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외교가에서 실무협상 결렬을 두고 미국 외교 정책의 근본적 결함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초기만 해도 지난 10년 간 이룬 것을 뛰어넘는 성과를 기대하게 만들었다"면서도 "하지만 이후 제대로 관리가 안 됐다. 북한측 역시 실무급 대표가 바뀌는 등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고, 미국도 정치 일정 때문에 북한의 그런 상황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튼 전 차관보 대행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중 성과가 뭔가'라는 물음엔 "가장 큰 성과는 5개의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가 채택돼 북한 경제를 강한 제재로 압박했다는 점"이라며 "그리고 이 제재들은 북한이 무언가를 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조사와 같은 국내 정치문제가 비핵화 협상에 영향을 주진 않을까?'라는 질문엔 "북한으로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약속을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한 정상회담을 하느라 실무협상을 하지도 못하고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해 버려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초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복귀하게 만든 국제적 압박마저 허비해 버렸다"며 "이제 시간이 거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시험해보지 못했고, 어느 정도의 국제 (압박) 캠페인이 김 위원장을 대화 방향으로 이끌었는 지도 시험해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판문점 깜짝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수십 년 동안 북한 문제에 이렇다 할 성과가 없던 상황에서 트럼프가 등장했고, 저는 북한 지도자와 직접 접촉하는 등 다른 대통령이 하지 못했던 행동을 하는 특유의 정치적 능력이 상황을 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난 두 차례의 정상회담, 특히 하노이 회담을 통해 미-북간 완전히 상반된 기대와 준비 부족 등이 드러나면서 정상회담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의사전달 시스템이 큰 문제였다"며 "북한 지도자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할 누군가가 있는 게 그래서 좋긴 합니다만, 정상이 직접 만나니까 바로 성패가 좌우되는 자리가 돼 버렸다"고 분석했다.
손튼 전 차관보 대행은 '미행정부 대북 협상 라인이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대통령 독주체제로 바뀌었다는 비판'에 대해선 "전통적으로 미 행정부는 대북정책에 대한 내부 갈등을 겪어왔다"며 "클린턴·부시·오바마 행정부를 거쳐 트럼프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이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매우 일원화된 시스템을 갖고 있는 반면, 미국은 혼란스럽고 다양한 목소리를 낸다"며 "이런 점이 애초부터 문제가 돼왔고, 북한과 관련해 무엇을 성취하려 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을 받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 문제 해결의 현실적인 우선순위'에 대해선 "북한의 비핵화를 궁극적인 목표로 두고, 오랜 시간이 걸릴 이 목표를 향해 어떤 단계를 밟을 것인가를 파악하는 일"이라며 "90일만에 북한을 비핵화시키겠다는 등의 환상을 접고 단계적 진전을 만들기 위한 현실적 로드맵을 마련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지금까지는 북한이 과거의 관행과 전략으로 돌아가고 있고, 비핵화에 진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무언가를 포기할 것이라는 명제를 진지하게 시험해봐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튼 전 차관보 대행은 또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 파악'에 대해선 "우선은 북한이 실제 어떤 단계를 밟을 의지가 있는지 봐야한다"며 "아직까지는 아무 것도 안했다. 오히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보다도 못한 일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사일 실험을 동결했어야 하는데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을 잇따른 발사로 김 위원장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어떤 조치도 아직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영변 핵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폐기하는 것은 중요한 조치인데 이를 위해선 미국이 뭔가 경제적 유인책을 제공해야 하는데 아직 이런 대화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우라늄 농축 시설을 폐기한다면 미국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를 묻는 물음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는 북한 경제 전반을 강력히 압박하고 있으므로 일부 제재 완화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문제는 제재가 완화된 뒤에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제재를 원상복구하는 스냅백 조항을 비롯한 여러 장치들을 고려해야한다"고 답했다.
손튼 전 차관보 대행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의 심각성'에 대해선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으로부터 실험동결 약속을 받아냈다고 말하지만, 북한은 아무 거리낌 없이 모든 종류의 무기를 시험하고 있다"며 "오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만 주저하는 것 같은데, SLBM 실험은 극도로 심각하고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추가 무기 실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점'에 대해선 "ICBM 실험은 자제하는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우선시하는 부분이니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분명히 바라고 있어서, 한반도 긴장을 낮췄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훼손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은 SLBM 실험은 다시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손튼 전 차관보 대행은 ICMB 실험 중단이야말로 모든 미-북 정상회담과 협상 노력, 제재를 통해 이끌어낸 유일한 것이므로 북한의 ICBM 실험은 모든 것을 현 상황 이전으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