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 29일 별세…부산서 가족장 진행
강 여사, 과거 인터뷰서 "순하고 착한 아들, 저절로 자란 아들"
문 대통령, 모친이 선물한 묵주반지 23년째 빼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인 강한옥 여사가 29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6년 12월 25일 성탄미사를 위해 강 여사와 함께 길을 나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가 29일 오후 7시 6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께서 29일 향년 92세를 일기로 별세하셨다. 문 대통령은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는 가족들과 차분하게 치를 예정이며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애도와 추모의 뜻은 마음으로 전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례는 3일간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며 빈소는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됐다.
별세한 강한옥 여사는 1927년 함경남도 함주에서 태어났으며, 1950년 흥남 철수 때 남편 故(고) 문용형 옹과 월남해서 1953년 장남인 문 대통령을 낳았다. 문용현 옹과 강한옥 여사는 2남 3녀를 뒀다.
강 여사는 문 대통령의 학창시절 남편이자 문 대통령 선친인 문용형 옹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선친은 일제 세대 때 명문 함흥농고를 나와 흥남시청 농업계장으로 있었으나 한국전쟁 때 피난온 뒤 사업이 잘 안돼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도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부친에 대해 "경제적으로 무능했다"고 적었다. 선친은 문 대통령이 군을 제대한 뒤 진로 문제를 고민하던 1978년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
모친인 강 여사는 남편 대신 구호물자 옷가지를 시장 좌판에 나가 팔고, 달걀 행상과 연탄 장사로 가정의 생계를 꾸렸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구속, 그리고 어머니'란 장을 쓰는가 하면, 모친에 대한 애틋함을 여러차례 나타냈다.
자서전에서 문 대통령은 "호송차가 막 출발하는 순간이었다. 어머니가 차 뒤를 따라 달려오고 계셨다. 팔을 휘저으며 '재인아! 재인아!'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 혼자서 어머니를 생각하면 늘 떠오르는 장면”이라고 썼다. 책 곳곳에는 “어머니가 끄는 연탄 리어카를 뒤에서 밀면서 자립심을 배웠다” “가난 속에서도 돈을 최고로 여기지 않게 한 어머니의 가르침은 살아오는 동안 큰 도움이 됐다” 같은 표현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모친인 강 여사와 함께 사진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강 여사 또한 과거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을 '순하고 착한 아들, 저절로 자란 아들'이라고 표현했다.
강 여사는 지난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 기간 중 가진 인터뷰에서 "회초리 한 번 안 들고 문 대통령을 키웠다"며 "(문 대통령은) 대체로 순해서, 저절로 바르게 자라서 고맙지"라고 술회했다.
강 여사는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초심을 잃을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도 "아들은 예측 가능한 얩니더. 만에 하나 (대통령이) 된다 캐도 마음 변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우리 아들, 지갑이 얇으면 얇은 대로, 두꺼우면 두꺼운 대로 사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 문 대통령에 대해 "재인이, 참 착하거든. 말로 다 표현 못해. 저래 가지고 세상 살겠나 싶었는데. 어릴 때부터 장애인에게 관심 두고 도와주고 그랬어. 고시에 붙었어도 덜 (사회적으로) 환영받는 사람들에게 더 호의를 베풀고. 데모한 젊은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 돈 안 받고 변호해 주고 그랬거든. 하여튼 내가 '저렇게 착한 사람이 어디 있노' 했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평소 모친이 선물한 묵주반지를 항상 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쁜 정치 일정으로 성당에 잘 나가지 못하는 문 대통령에게 23년 전 선물한 것으로, 모친에 대한 마음을 옅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현재 특별휴가를 내고 가족장으로 부산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인 문 대통령이 상주로서 남동생인 재익(60)씨와 누나인 재월(70)씨, 여동생 재성(64)·재실(57)씨 등과 빈소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장례를 마치고 31일 청와대로 복귀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