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입법부, 행정부 시녀로 전략...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
민주당 "최적의 인재...실물경제 이해와 정책조정 능력 뛰어나"
'국가 위기극복을 위해선 격(格)문제는 뛰어 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두고 정치권이 연일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다. 국회앞 교통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임으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후보자로 지명했다. 입법부 수장(국가 의전서열 2위)이 행정부 2인자(서열 5위)로 임명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라 정치권에선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은 18일 정세균 전 의장의 총리 지명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입법부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입법부(국회)를 행정부 시녀로 전략시켰다고 맹비난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입법부 수장, 그것도 바로 직전 입법부 수장이 행정부 그것도 제2인자의 자리로 가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며 "이는 3권분립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고, 또 입법부 권위를 실추시켜 의회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표는 이어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다시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며 "문재인 정권은 정말 거꾸로 가는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나아가 "전 국회의장의 총리 임명 말고도 국회에선 여당이 군소정당과 야합해 4+1(협의체)이라는 헌법·국회법에 없는 불법조직을 만들어 연동형비례를 날치기하려는 반의회주의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고 거듭 문 대통령과 집권여당을 비난했다.
그는 그러면서 "4+1 협상은 결말이 어떻게 나든 정치사에 크나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며 "민의를 대변하는 공당이 얼마나 사욕에 빠져있는지 어디까지 파렴치할지 후대에 길이길이 남을 것이며 야합에 동참한 한 사람 한사람 이름이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세균 전 의장의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에 대해 경제계 출신으로 산자부 장관, 당대표는 물론 국회의장을 거친 최적의 인재라고 평가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후보자에 대해 "6선 의원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당대표, 국회의장을 거치며 통합과 경청의 리더십을 보여준 분"이라며 "특히 실물경제에 밝고 정책조정능력이 뛰어난 분으로 최적의 인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여러 고민에도 불구하고 오직 나라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집권하반기 어려운 일에 기꺼이 나서준 데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정세균 후보자의 풍부한 의정활동 경험은 정부의 작은 정책 하나하나에 국민의 뜻을 담는 데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겨냥해 "야당에도 요청한다. 총리인사청문회 그리고 인준 동의 과정 절차에 대해 적극 협력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입법부 수장을 지낸 인사가 행정부 2인자격인 국무총리로 일한 사례가 우리 헌정사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 특히 위중한 경제 상황에서 경제를 잘 이해하고 국정 운영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인사가 총리가 되어 현재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면 자격 여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지난 16일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조사한 정세균 전 의장의 국무총리 임명 찬반여부 결과에 따르면, 찬성 응답이 47.7%로 나타났다. 반대는 35.7%, '모름/무응답'은 16.6%로 나타나 오차범위를 넘어서 찬성여론이 현격하게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정 후보자 총리 임명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강조한 민생과 경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에 통합과 화합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고, 총체적 경제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친기업적 인사가 총리가 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격(의전 서열)의 문제는 좀 있겠지만 역량의 문제로 봐야한다. 정치적 의도나 진영 논리로 봐서는 안 된다"며 "정 후보자 본인도 그런 차원에서 많은 고뇌를 했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 라는 이방원과 정몽주의 문답형 시조를 언급한 뒤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니편 내편 보다는 가장 역량있는 인사를 영입해 국가 운영을 책임지게 하는 게 절실하다"면서 "현 정권에서 좀 더 탕평적 인사정책을 펼쳐야 한다"고도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