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참여하면서 주가 줄곧 하락…1년도 안돼 반토막
HDC현대산업개발 목표주가 대폭 낮춰, 실적과 재무구조 악화될 우려
◆…자료=키움증권
HDC현대산업개발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13일 주가가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며 나락으로 빠지고 있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2196만9110주를 신주로 발행하기로 의결했다고 공시했습니다. 발행가는 주당 1만8550원으로 총 4075억원 규모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이날 2만26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액면가는 5000원입니다. 2019년 3월 19일 고점 5만2700원에 비해 57% 하락한 수준입니다. 1년이 채안돼 반절이 넘게 빠진 셈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13일 신저가를 경신한 2만2300원에 비해 300원 오른 수준에서 장을 마감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하면서 주가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HDC현대산업개발의 최대주주는 지난해 9월말 현재 지주회사인 HDC로 보통주 지분 32.9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HDC의 최대주주는 정몽규 회장이며 지분 33.68%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HDC아이콘트롤스가 지분 3.38%를 갖고 있습니다. 지분 1% 미만의 소액주주가 전체의 44.07%에 달합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분 11.67%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3분기에 보유지분을 낮췄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유상증자로 지주회사인 HDC는 1344억원을 부담하게 됩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9월말 지분을 그대로 가져가면 476억원을 짊어지게 됩니다. 소액주주들이 겪게 되는 자금부담도 적지 않습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증권사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유상증자로 인해 주주가치의 훼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이사회가 소액주주의 주주가치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지만 대주주의 이익을 고려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의 등기임원은 지난해 9월말 현재 김대철 대표, 권순호·정경구 전무, 최규연·박성훈·박용석·권인소 사외이사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이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들은 아시아나항공 본입찰 참여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0일의 2196만9110주를 신주로 발행하기로 결정한 이사회에도 4명의 사외이사가 참석했지만 찬반 여부는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HDC현대산업개발은 2018년 5월 현대산업개발이 건설사업부문, 호텔 및 콘도 사업부문 등을 인적분할해 설립한 회사입니다. 분기별 재무제표는 6개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2019년 3분기 영업이익은 93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1% 감소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10.8%로 나타났습니다. 당기순이익은 75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지난해 9월말 연결 재무상태표를 보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9158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1년내 자산을 처분해 현금화 할 수 있는 유동자산 규모는 3조4089억원에 이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번에 유상증자로 조달하게 되는 자금 4075억원 등을 마련해 2조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에 투입한다는 계획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소액주주들의 돈까지 끌어들이려 한다는 점에서 주가하락과 재무구조 악화라는 M&A(인수합병)의 '승자의 저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적자가 그대로 HDC현대산업개발에 반영된다는 점에서도 재무구조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분기별 매출액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영업이익은 조금씩 낮아지고 있지만 당기순이익은 이자부담 등으로 인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2019년 3분기 영업이익은 -570억원으로 전년동기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당기순이익은 -2325억원을 기록하며 낙폭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9월말까지의 실적은 매출액 5조3036억원, 영업이익 –1739억원, 당기순이익 –524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적자규모가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1~9월 기록한 순익 3119억원을 훨씬 넘어섭니다.
증권가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는 것도 이같은 연유입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의 기존 주주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들어 목표주가를 3만4000원에서 2만4000원으로 30% 상당 하향 조정했습니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이 영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HDC현대산업개발의 목표주가를 4만3000원에서 2만4000원으로 절반 가까이 낮췄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