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부진으로 작년 영업익 40%↓
유가하락에 광구손상차손 인식 겹악재
◆…SK이노베이션 최근 6년 영업실적. 2019년은 잠정실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난해 손익분기점(BEP)을 밑돈 정제마진이 끝내 SK이노베이션의 발목을 잡았다. 주력인 석유사업이 크게 부진해 전체 영업이익이 전년도보다 40% 가량 후퇴했고 여기에 영업외수지 악화로 4년 만에 분기순손실까지 기록하는 부침을 겪었다.
31일 공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49조 8765억원, 영업이익 1조 2693억원, 당기순이익 658억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매출이 8.0%, 영업이익이 39.6%, 순이익이 96.1% 줄어든 실적이다. 영업이익률도 2.5%로 전년도보다 1.7%p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3조원대를 거두며 최대 호황기를 누렸던 2016~2017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2015년 1조 9796억원 이후 4년 만에 다시 1조원대에 그쳤다. 2018년까지 2년간 반등하던 외형도 다시 50조원 밑으로 한 풀 꺾인 가운데 순이익까지 적자를 겨우 면한 모습이다.
작년은 정유업계가 정제마진 부진으로 인해 불리한 업황에 빠진 한 해였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판매가에서 원유·운반비 등을 제외한 값을 말하는데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평가되는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면 제품을 만들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를 낳는다. 상반기 내내 BEP를 밑돌다 3분기 잠시 회복세를 보였으나 4분기에는 한 때 18년 만에 마이너스까지 기록하는 등 정제마진이 최악의 행보를 보였고 이는 고스란히 정유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업황으로 인해 석유사업의 영업이익이 4503억원으로 전년도 7093억원 대비 36.5% 줄어 부진했다. 화학과 윤활유사업도 비슷한 36% 수준의 감소폭을 보였으나 각각 7057억원, 293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사 실적이 1조원대를 유지하는데 기여했다.
여기에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 중인 배터리사업이 신규 수주에 따른 공장 증설과 연구개발 확대에도 전년도보다 영업손실폭을 84억원 가량 줄였고 소재사업도 같은 기간 22.5% 늘어난 106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SK이노베이션 최근 5년 분기별 영업실적. 2019년 4분기는 잠정실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순이익 급감에는 4분기 실적 악화가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연결기준 4분기는 매출액 11조 7884억원, 영업이익 1224억원, 당기순손실 4800억원으로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5% 줄어든 가운데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했으나 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전분기 비교 시에는 매출이 4.1%, 영업이익이 6.2% 줄고 순익은 역시 흑자전환으로 기록됐다.
특히 석유개발사업에서 광구손상으로 인한 2888억원의 손상차손 인식 등 영업외손실이 5475억원 발생해 순손실을 기록했다는 것이 SK이노베이션의 설명이다. 회사측은 "광구매입 시 매장량과 유가를 복합적으로 따지는데 유가하락으로 인해 장부상 광구평가손실을 인식하게 됐다"며 "유가의 흔들림폭이 컸던 가운데 헷지(Hedge)를 진행했으나 손실도 발생했고 환차손 등도 겹쳤다"고 밝혔다.
올해에는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함께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유 황함량 규제 IMO 2020에 따른 디젤 수요 증가, 환경규제 강화로 고급 윤활유 수요 증대,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신규라인 생산 돌입 등으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경영실적 악화에도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배당에 더해 자사주 매입도 결정했다. 주당 1400원의 기말 배당으로 연간 배당이 3000원 수준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오는 5월초까지 5785억원 가량을 투입해 발행주식수의 5% 규모인 약 462만 8000주의 자기주식 취득에 나선다.
김준 총괄사장은 "최악의 경영환경에도 딥체인지를 실천해 회사의 사업·재무구조 등 체질이 강해지고 있다"면서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 성장의 마중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