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관점에서 본다면 중국과 미국은 처음부터 전쟁이었고, 미국에서 본다면 중국보다 수 십년 후였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는 무역전쟁의 시작점은 1972년 '상하이 공동성명', 명시적으로 본격화한 시점은 1991년 중국의 WTO가입, 표면화 시점은 2016년 오바마의 중국공항 사건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8년 7월 16일 트럼프대통령이 대중국 수입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부터이다.
이처럼 무역 전쟁이 언제부터 시작 했는지는 관점에 따라 틀리다. 이 관점은 미-중 양국관계를 보는 전문가들의 관점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의 관점과 중국이라는 나라의 관점이다. 양국 간의 관계를 왜 시작 했는지에 대한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라는 나라가 자유·민주·자본주의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중국은 애초부터 중화·공산·사회주의를 포기할 생각 없이 처음부터 미국을 압도하는 세계의 지도국가로 부상하려고 했다.
따라서 중국은 처음부터 미국과의 전쟁을 하고 있었고, 미국은 중국의 그러한 의도를 알고 난 후에도 한 참후에나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하였다. 그 시점의 차이는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 공산당이 미국과 관계를 갖기 원했던 1950년대 이전이고,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 공산당의 그러한 의도를 알아차린 1990년대 중반이후이다.
무역전쟁의 시작 - 중국의 WTO가입
중국이 미국 주도의 WTO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미중 무역전쟁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2차대전이후 세계 경제는 미국 주도로 흘러가고 있었으며, 공산권과 자유진영 간의 대립에서 자유민주 진영의 우세는 갈수록 확실해졌다. 그런 시점에서 당시 중공은 1983년 WTO전신인 GATT의 옵저버 자격을 획득하고, 1986년 가입 신청서를 내면서 미중간의 체제를 배경으로 WTO 가입 전쟁은 시작되었다.
이후 중공이 당시 가입되어 있던 대만(이 때는 대만이 중국이라는 국호를 썼다)을 밀어내고, 중공이 중국이라는 국호로 WTO에 가입한 2001년까지 무려 15년동안 양국은 갈등하였다. 미국이 중국의 가입을 반대한 것은 중국이 자유민주 자본주의 체제와는 동떨어진 국가라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내세운 이유는 중국은 인권을 보호하는 국가가 아니며, 지적재산권 등 사유재산에 대한 보호제도가 미흡하고,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공은 1992년 남순강화, 1993년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 도입 등 일련의 시장지향적 개혁조치 이후 중국경제의 세계경제 통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였다. 중국의 이런 노력으로 1995년 세계 11대 무역국으로 부상하였고, 미국으로부터 최혜국대우를 얻어냈다. 그렇지만 여전히 중국은 자유무역을 할 만한 국가가 아닌 정부 주도의 계획 경제를 이끌어가는 공산 사회주의 국가인 것은 변함이 없다.
1995년 GATT의 약점이었던 집행기구가 없었음을 보완하고 실질적 집행기구를 설치한 WTO가 창설되었을 때도 중국은 미국과 유럽 각국의 반대로 가입하지 못하였다. 이후 중국은 세계 자본주의 국가의 리더이면서 가장 큰 수입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더 적극적인 협상을 하고자 하였다. 주요 협상 쟁점은 아래의 표와 같다. 이러한 협상 쟁점들에 대하여 중국은 전면적 즉시 개방보다는 점진적인, 가급적이면 WTO 가입이후 단계적 개방 전략으로 협상에 임하였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WTO의 대원칙인 외국 기업의 내국기업과 동등한 대우, 기업 규제의 투명성 보장, 협정 가입국 모든 나라에 대한 최혜국 대우 원칙 등을 약속하였다. 이러한 약속을 하고서 미국과 중국 행정부는 1999년 WTO 가입 협상을 타결하였고, 2000년에 의회 비준을 받아 중국의 WTO가입을 위한 미국내 절차를 모두 마쳤다. 이 때 미국 클린턴대통령은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 우리 상품을 더 많이 수입하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경제적 자유'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라고 연설하기도 했다.
무역전쟁의 표면화 - 오바마의 중국 공항사건
2016년 9월 15일 오바마 대통령이 탑승한 미국 '에어포스원' 비행기가 3일 오후(현지시각) 항저우 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 정상들과 정상급 인사들에게 제공된 이동식 계단이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비행기 동체 아래의 비상용 접이식 계단을 통해 내려왔고, 그 계단에는 외국 대통령의 방문을 예우하는 '레드카펫'도 없었다. 심지어는 미국 취재진과 백악관 사진기사의 공항 환영행사 취재를 막았다. 이에 항의하는 미국 외교관에 대하여 중국 외교관료는 “여기는 우리나라이고 우리 공항”이라며 큰 소리를 치며 막아섰다.
영국 가디언지는 전 주중 멕시코 대사관의 말을 인용하며 “이번 일은 실수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며 철저히 계산된 외교적 무시”라고 설명했다. 이후로 미중 간의 무역갈등은 표면화되었고, 양국 정부는 상대 정부의 잘못을 내놓고 지적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1992년 미국과 중국은 WTO 가입 협상을 타결하였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의 무역 갈등은 더 깊어만 갔다. WTO가입이 이루어지자 중국의 대외 무역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가공무역을 토대로 나오는 값싸고 질 좋은 중국의 생활필수품들의 미국 등 세계 시장을 휩쓸기 시작했다. 그러나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중국이 안고 있는 갖가지 무역시스템 문제가 불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무역량 급증과 함께 무역갈등이 급증했고 동시에 반덤핑 공세가 들이닥쳤다.
WTO가입이후 중국은 반덤핑 조사를 가장 많이 받은 나라로 떠올랐다. 정부 보조금 지급 혐의에 대한 조사도 최고 수준이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이었다. 양 국의 통상 마찰은 완화되기는커녕 점점 더 격화되었다. 미중 양국은 갈수록 꼬이는 양국 무역 갈등을 풀어보고자 새로운 방식의 대화 방식을 열었다.
2006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전략적 경제대화를 만들어 대화창구로 썼다. 이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를 미중 전략경제대화로 이름을 바꿨다. 여러 차례의 무역 갈등 해소를 위한 상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진전은커녕 오히려 악화만 되어 갔다. 오바마 집권 동안 미국은 중국을 더 개방시키는데 실패했다. 미국 시장에 비해 중국은 닫힌 시장 이다. 농산물 공산품 등 주요 소비재들의 수입관세가 높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명시적·암묵적 비관세 장벽도 악명이 높았다.
세계 투자자들은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과 시장규모에 홀려 중국행을 선택하지만 중국 정부는 그런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중국 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보장해 주지 않았다. 가입 협상에서 중국은 많은 분야에서 지속적인 자유화를 약속했지만 이미 WTO에 자리를 확보한 중국에게 그 약속 이행은 그들의 의무가 아닌 후속 협상의 대상일 뿐이다.
이러한 중국의 변심은 미국 정가에 중국을 손 봐야 한다는 강경기류를 만들어 냈다. 미국은 특히 중국이 아무런 거리낌없이 행하는 미국의 지적재산권 침해는 물론 미국 정부 기관에 대한 전산 해킹에 대한 불만이 깊었다. 이러한 불만은 2015년 시진핑 주석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이 시주석에게 중국이 더 이상 미국에 대한 해킹을 하지 말도록 강조하기도 했다.
이 때 시주석은 “중국도 해킹 공격의 피해자”라며 “사이버 범죄와 맞서 싸우기 위해 미국과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물론 그 이후 상황이 나아진 것은 없었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 민주 양당 모두 초강경 대중 무역정착을 천명했다. 그렇게 양국의 무역을 둘러싼 환경은 악화되었고, 더불어 외교관계도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표면상으로 양국 정부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 것은 오바마대통령의 2016년 중국 방문시 중국 외교부가 보여준 노골적인 홀대였다. 중국이 미국에 이은 세계 2대 무역국이 되고, 곧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자신감에 넘친 중국의 액션이었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