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심의위, 한동훈 '수사중단·불기소' 과반수 찬성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수사계속·공소제기' 의결
한동훈·이동재 '공모 관계' 사실상 부정, 기소 여부 촉각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24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의결했다. (사진=연합뉴스)
각계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할 것을 권고해 파장이 예상된다. 수사심의위는 의혹의 다른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하고 기소도 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수사심의위는 24일 대검찰청에서 심의한 뒤 과반수 찬성으로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할 것을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는 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과 외부 전문가 위원 15명이 모두 참석했다. 수사심의위는 "심의절차에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사건관계인 이철, 이동재, 한동훈 및 각 변호인들이 의견서를 제출하고 의견을 개진했고, 이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심의했다"고 밝혔다.
회의는 예상된 종료 시각을 훌쩍 넘겨 시작한 지 약 6시간40분 만에 종료됐다. 회의에서는 '검언유착' 의혹 수사 계속 여부에 대해 만장일치로 결론이 나지 않자 위원들의 과반수로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모 관계'를 놓고 수사팀·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측과 이 전 기자·한 검사장이 치열한 설득전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심의위 사실상 '검언유착' 부정…수사중단 과반수 찬성
오랜 시간 회의 끝에 수사심의위는 결국 한 검사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전 기자가 구속됨에 따라 수사심의위도 수사팀의 수사를 지지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한 검사장에 대해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위원은 절반을 훌쩍 넘었다. 현안위원 15명 중 10명이 '수사 중단' 의견을 냈고, 11명은 기소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봤다. 반면 이 전 기자에 대해서는 위원 12명이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봤고, 9명은 기소 의견을 냈다.
수사심의위가 이러한 내용으로 결론을 내자 사실상 '검언유착' 의혹을 부정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수사심의위가 한 검사장과의 공모 관계는 인정하지 않은 채 이 전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만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에게 한 말이 '취재 독려' 차원이었는지, '공모'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위원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과적으로 공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심의위에 참여한 위원은 회의 뒤 "수사팀이 새롭게 내놓은 추가 증거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기자 측이 공개한 부산 녹취록 이외에 새로운 증거를 수사팀이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전 기자 측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이 전 기자가 "아파트 찾아다니고 그러는데"라고 하자 한 검사장이 "그건 해볼 만하지. 어차피 유시민도 자기가 불었잖아. 나올 것 같으니까. 먼저 자기가 불기 시작하잖아"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또 "사실 교도소에 편지도 썼거든요"라는 이 전 기자의 말에 한 검사장은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한 검사장 측은 단순 '덕담'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는데, 수사심의위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한 검사장 측은 심의위 의결에 대해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한 검사장은 수사심의위에 출석해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권력이 반대하는 수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과 특정 언론이 과거 수사에 보복하기 위해 만든 '총선용 공작'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수사팀 "납득 안돼"…이철 측 "몸통은 한동훈, 이동재는 대리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 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검찰수사심의위 결과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한 검사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아직 한 차례밖에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수사 중단을 권고한 수사심의위 결정은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사장은 두 차례의 수사팀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다가 이 전 기자가 구속되자 지난 21일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이날 조사에서는 사실관계 정도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의결 직후 "납득하기 어렵다"며 즉각 반발했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으로부터 압수한 휴대폰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하고 피의자 1회 조사도 완료하지 못한 상황 등을 감안해 '수사 계속' 의견을 개진했다"며 "그럼에도 오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의결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참고인 신분으로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이철 전 대표 측 변호인도 수사심의위 의견 진술을 마친 뒤 "검언유착 의혹의 몸통은 한 검사장이며, 이 전 기자는 한 검사장의 대리인"이라며 "이 전 기자가 '허장성세'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 검사장을 통해 신라젠 수사 상황이 이 전 기자에게 흘러 들어갔고, 이 전 기자가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이 전 대표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한 검사장이 올해 초 부산고검으로 좌천된 뒤에도 남부지검 금융조사부를 통해 신라젠 수사에 관여했다"면서 "그래서 그런 상황이 이 전 기자 측으로 흘러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신병 처리' 여부 촉각…기소 가능성 높을 듯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할 것을 권고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권고를 따를 것이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수사심의위가 한 검사장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향후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를지에 관심이 쏠린다. 수사심의위 의결은 강제력이 없어 수사팀이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지만 최근 심의 의결한 8건 중 검찰이 의결 내용대로 처분하지 않은 사건은 없다.
하지만 수사팀이 심의위 결과와 상관 없이 향후 한 검사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거친 뒤 기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 측이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 내용과 녹취록 등을 근거로 한 검사장에 대한 신병 처리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지금까지의 수사내용과 법원의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취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앞으로의 수사 및 처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거론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관련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윤 총장이 최소한 인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에 "인지 정도를 넘어서 더 깊이 개입돼 있지 않나 이런 의심도 조금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