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 CI.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의 매도인인 금호산업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단단히 뿔났다. 금호산업의 부실경영과 계약 불이행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위기가 초래됐음이 명백한데 정상화는 외면한 채 책임을 전가한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금호산업이 지난달 말 현대산업개발측이 요구했던 재실사 제안을 거부한 채 진정성을 왜곡하고 일방적 계약해제 만을 주장한다며 아시아나의 미래 설계를 위해 재실사에 응할 것을 다시 촉구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6일 보도자료를 내고 "매도인측이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실사 제안을 전면 거부하고 거래무산의 책임을 전가했다"며 "지난해 12월 27일 인수계약 체결 이래 약 8개월간 기업결합 신고, 인수자금 조달 등 인수절차에 만전을 기해왔으나 매도인이 계약 불이행의 책임을 인수인에게 돌린 것에 크게 실망했고 매도인의 진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현대산업개발은 2500억원의 계약금을 지급하고 수차례 공문과 보도자료를 통해 인수의사를 천명해왔다는 입장이다. 이는 현산측 재실사 요구에 거래종결 지연 의도가 담겨 응할 수 없다는 금호산업과 채권단에 대한 반박이다.
회사측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각국 기업결합심사를 조속히 마무리했고 인수자금의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 포함 회사채·ABL 발행과금융기관 대출을 통해 모두 1조 7600억원을 조달함으로써 연간 460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융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다"면서 "2조 5000억원 규모 M&A에서 거래 정확·투명성을 위해 자료·입장 전달이 공식 문서로 이뤄져야 하고 계약 체결일 이후 인수인·매도인·채권단 최고경영자간 대면회의도 있었으나 대면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며 진정성을 거론하는 것은 상식에 벗어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료제공 불성실…거래종결 불발은 금호·아시아나 책임"
HDC현산은 앞서 진행됐던 7주간의 실사 과정에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가 제한적인 자료만을 제공하는 등 불성실하게 임했다고 주장했다. 실사기간 요청 자료를 성실하게 제공하지 않아 금호산업 고위 임원진에 항의했으나 실질적 개선은 없었고 그나마 제공된 자료도 주요 부분이 가려졌으며 주요 자료 대부분 협상 완료일에 임박해서 온라인자료실에 쏟아 붓듯 제공됐다는 게 현산측 주장이다.
현산은 계약 이후 공시에서 추가로 공개된 아시아나 부채가 2조 8000억원 수준인 점, 결산일까지 차입금과 당기순손실이 급증한 점 등 코로나19 사태 이전 계약서대로 진행할 수 없는 차원의 재무제표 변동이 발생한 만큼 거래종결이 이뤄지지 않은 책임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에 있다고 압박했다.
여기에 아시아나가 재무구조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1조 7000억원 대규모 차입 결정과 전환사채(CB) 발행을 인수인 동의 없이 진행했고 이와 관련해 아시아나로부터 채권단과 체결한 기본적인 약정서의 사본도 열람조차 못했다는 것이다.
현산측은 "이러한 사정에도 매도인측은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일방적으로 기한을 정하고 거래종결을 강요하며 아무런 대책 없이 아시아나를 떠넘기려고만 하고 있다"면서 "정당한 재실사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은 채 무조건 즉각 인수만을 강요하고 계약 불이행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책임있는 행동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호산업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아시아나가 임직원에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한 상황에서도 120억원의 연간 상표권 사용료 계약을 체결했고 금호티앤아이 전환사채 상환과 관련해서도 계열사에 부담만 전가했다"며 "포트코리아 런앤히트 사모펀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통한 계열사 부당지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관련한 계열사 부당지원 등의 문제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면서 거래종결만 압박하고 있는데 A380 등 항공기재 도입 관련 혹시라도 아시아나에 부담을 전가한 부분이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채권단이 인수 계약이행 의지 확인을 위해 요구한 추가 대금에 대해 "계약서상 근거 없는 이행보증금 추가납입 등 매도인측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 채권단이 재실사에 착수해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
현산은 "재실사는 아시아나의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으로 채권단에서 실사를 참관하거나 함께 진행하고 매도인측이 현산과 채권단이 요청하는 자료를 지체하지 않고 제공한다면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채권단이 진정 아시아나의 정상화를 원한다면 매도인의 계약 파기주장에 흔들릴 것이 아니라 현재 상황을 직시하면서 미래를 위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