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자명예훼손' 전두환에 법정최고형 근접 구형
전두환 측 "구형 관심 없어, 헬기사격 진실 발견해야"
고 조비오 신부 조카 "5·18 진상규명의 전환점이 될 것"
◆…검찰이 5일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지난 2018년 8월 1차 공판 이후 2년여 만이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5일 열린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전씨에게 이 같이 구형했다. 사자명예훼손죄의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인데, 이날 검찰의 구형량은 사실상 법정 최고형에 근접한 것이다.
전씨는 2017년 4월 자신이 펴낸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 신부를 향해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전씨는 법원의 불출석 허가를 받아 지난 5월 이후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을 통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해야 성립한다. 따라서 전씨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실제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가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다퉈져왔다.
전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고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한 날짜를 특정하지 않았고, 5·18 당시 단 한 발의 헬기사격도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전씨의 법률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검찰에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직접 증거를 내놓으라고 주장했다. 특히 전씨 측은 고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1980년 5월 21일에 헬기사격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져왔다.
이날 정 변호사는 "그동안 나타나 있는 증거만 하더라도 (무죄로) 결론을 내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구형에는 아무런 관심조차 없다. 헬기 사격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에 대해서 오롯이 진실을 발견하는 것 하나만 가지고 재판에 임했다"고 강조했다.
전씨도 지난 4월 재판에 출석해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전일빌딩 헬기 탄흔 감정서와 계엄사령부의 헬기사격지침 및 구두명령, 목격자 증언을 바탕으로 전씨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전일빌딩에 새겨진 탄흔에 대해 헬기 사격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다는 내용의 감정서를 내놓은 바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한 지난 4월 27일 법원 청사 입구에서 소복 차림의 5·18 유가족이 사죄를 촉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공판에 앞서 이 사건의 고소인이자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의 법률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는 "전씨의 느닷없는 회고록 출판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소모적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 사건 수사와 재판이 3년 이상 진행되면서 동원된 수사력과 재판 인력 등을 감안하면 전씨에 대한 징역형 구형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조영대 신부 역시 "이번 재판은 5·18 진상규명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고 조비오 신부께서는 5·18 헬기 사격을 증언하면서 진상규명의 중요한 획을 그었다. 재판을 통해 5·18 진상규명을 향해 더 큰 걸음을 내디딜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씨가 출석할 가운데 열릴 1심 선고는 이르면 11월 중, 늦어도 올해 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