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개 개발도상국 함께 모여, 강력한 채무 탕감 프로그램 촉구 예정
가장 큰 채권국인 미국과 중국이 채무 연기 합의안에 동의하길 꺼려
"서방 국가들이 수조 달러 쓰면서, 개발도상국의 위기엔 눈 감아"
"서방이 쓰지 않는 특별인출권을 개발도상국이 쓸 수 있게 해 달라"
◆…나이지리아 최대도시 라고스 거리 (사진 연합뉴스)
코로나19로 경제 위기에 빠진 73개 개발도상국 대표가 함께 모여 채권국에 강력한 채무 탕감 프로그램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개발도상국 대표들은 이번 주에 열리는 IMF·세계은행의 연례회의에 참석해 해외 채권국과 다자개발은행에 더 강력한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신문은 비판자들의 말을 인용해 부유한 선진국들이 자신들을 위한 막대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으나 가난한 개발도상국엔 제한된 도움만 주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올봄에 전 세계에 퍼지는 동안, 주요 20개국(G20)은 세계 최빈국 73개국에 3년 동안 채무를 연기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그러나 가장 큰 채권국인 미국과 중국이 여기에 동참하길 꺼려 합의안이 흔들렸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해당 합의안으로 지금까지 43개국이 채무 정지를 신청해 올해 동안 53억 달러를 연기했으나 이는 전체 가용 가능한 115억 달러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신문은 채무중단 서비스가 어떤 대출 기관이 어떤 조건으로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혼란과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며 시중은행과 민간 부분 채권자가 계속해서 이들로부터 상환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개발도상국의 가장 큰 채권국이 된 중국의 기여는 일부에 그쳤다.
IMF에 따르면, 43개 개발도상국 가운데 3개국만이 민간 부분 채권자에 채무경감을 요청했으나 아직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G20은 이르면 이번 주에 상환유예 기간을 연장해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문과 인터뷰한 개발도상국 재무장관들은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나의 켄 오포리 아타 재무장관은 “서방 중앙은행과 우리(개발도상국)의 대응 수준을 비교해보면 가히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가나는 서방 국가들이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수조 달러를 쓰면서 아프리카의 위기엔 눈감은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코트디부아르의 아다마 쿨리발리 재무장관은 “이번 구상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채무중단이 1년 더 연장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케냐의 우쿠르 야타니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3년 동안 우리에게 휴식도 주지 않고 상환만 미루면 우리에게 큰 부담이 된다. 케냐는 그 무렵에 상당한 채무를 반환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케냐는 IMF와 별도로 합의 중이다.
유엔 무역개발회의 리처드 고즐 라이트 개발전략국장은 “가장 취약한 국가들의 팬데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원을 제공하는 것은 환영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들 나라의 재정적 한계를 고려할 때 부채 원리금 지급 중단은 매우 약소하다”고 경고했다.
유엔 아프리카 경제위원회의 베라 송위 위원장은 아프리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아프리카 재무장관들과 함께 1,000억 달러 규모의 호소문을 작성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부양책 규모가 몇조 달러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일부에 불과하다.
송위 위원장은 “더 많은 국가가 혜택을 받기 위해 이번 조치가 확대되길 바라나 신용이 낮은 이들 나라의 차입 비용을 줄이기 위해 대출 보증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위기에 민간 부분 채권자가 기여하는 이상적인 방법은 이들 나라가 필요한 자원을 더 싸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이자 부담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런 대출 보증에 어떻게 자금을 댈 것인가가 문제라고 지적하며 IMF가 특별인출권을 통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지만 미국이 이미 거부한 상태라고 전했다.
특별인출권은 국제통화기금(IMF) 회원국이 자국의 국제수지가 악화했을 때 IMF에서 담보 없이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이다.
송위 위원장은 G20 중앙은행에 이 아이디어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가나도 특별인출권을 통해 재정 상태가 완화되길 바라고 있으나 미국이 이를 반대하는 바람에 좌절했다.
오포리 아타 재무장관은 “서방 국가들이 특별인출권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 자금이 우리에게 전달되면 개발도상국의 유동성 문제가 부실로 확대되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