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4일 소득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에 대해 한덕수 경제부총리 이하 경제팀을 언급하며 "열심히 하지만 확신을 주는 정책이 없다"며 질책성 발언을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참석해 "소득의 격차가 가장 핵심적인 격차이고 그 격차가 날로 벌어지고 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아주 심해졌다"며 "죄송합니다만 이 부분은 경제부총리 이하 경제팀을 못 믿어서가 아니고 아직까지 정부에서 저의 요구를 만족시킬만한 정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건 심각한 문제"라며 "여러가지 정책으로 열심히 하지만 확신을 주는 정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아직 국내 소비가 충분치 않기 때문인지 이런 산업에 대한 대책이 있는데도 '이걸로 되겠다'는 확신이 가지 않는다"며 "중소기업이 지금보다 점차 호전될 것이라는 믿음, 그 믿음도 못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지역균형발전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지역으로 인구가 환류할지, 지역경제가 언제쯤 살아날지 확신을 저도 갖고 있지 않다"며 "정부의 재정 개입에 의한 재분배 부분도 아마 지금으로는 좀 부족한 게 아닌가 생각하지만 함부로 손댈 수 있는 사회적 여건도 아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를 위해 노 대통령은 "이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기존의 생각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해결책이 분명히 나와 있지 않은 이 분야에 대해서 대통령과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경제계의 협조를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2003, 2004, 2005년까지만 해도 원체 우리 경제 상황이 어려워서 대통령까지 우는 소리하고 싶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제 궤도에 들어가면서 걱정스런 얘기도 올해는 좀 드리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올해는)우는 소리도 좀 하겠다"며 "다니면서 도와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리는 일도 더 많아질지도 모르겠다"며 경제계 인사들의 협조를 부탁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노사관계에 대해, "노동조직이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충분히 자기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그런 것이 축적돼서 다음에 폭발할지 모르는 축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 노동운동이 조용하다고 해서 편안하게 마음먹을 것이 아니라 그런 갈등을 사전에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기업하는 분들도 그 같은 불만이 폭발하지 않도록 사전에 감싸 안고 함께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절망한 사람들의 분노가 폭발하지 않도록 우리 함께 잘 가도록 여러분도 노력해주시면 정부도 지금까지 해 왔던 원칙을 계속 견지해서 잘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한 방법에 대해 노 대통령은, “최근 소득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산업경제 구조가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며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더불어 함께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소득 격차가 줄어들어야 수요도 늘어나 결국 경제도 잘 하게 될 것이지만 그렇다고 경쟁력이 떨어질 만큼 하자는 것은 아니다”며 "이를 위해서는 아무 원칙도 없는 양보가 아닌 게임의 법칙이라는 큰 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소득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업의 발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문 개방에 대한 저항이 해소되고 금융허브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물류 허브를 지향하려 해도 기존 물류 시스템이 판을 이미 짜고 있어 산업구조를 개선하려면 엄청난 저항에 맞닥뜨리고 막대한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며 "이러한 난관의 극복이 양극화 해소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최근 경제가 이처럼 회복되고 있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 때문"이라며 "경제가 지속해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주가도 계속 올라가려고 하는 것을 보니 경제적으로 좋은 현상이 계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날 경제계 신년인사회에는 김원기 국회의장, 전윤철 감사원장, 한덕수 경제부총리, 오명 과기부총리, 이희범 산자부 장관,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최태원 SK(주) 회장,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각계 인사 1000여 명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