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11일 회삿돈 수백억원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하고 수천억원 규모의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두산그룹 전 회장 박용성·박용오씨에게 징역 6년씩을 구형했다.
검찰은 공범으로 기소된 박용만 전 두산그룹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와 두산 전략기획본부장 이모씨 등 8명에게는 징역 3년을, 나머지 전·현직 두산계열사 대표들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법원청사 417호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강형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고인들은 기업을 책임져야 할 지위에서 거액을 횡령하고 사적 용도로 쓰는 등 죄질이 나쁘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피고인석에 선 두산그룹 형제들은 횡령금을 회사에 변제한 점 등을 내세워 선처를 요청했다.
하지만 용성·용오 형제는 최후변론 단계에서 범행의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용성·용만씨측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분식내역을 자진 공개하고 비자금을 환원하는 등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용성씨의 경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국익에 기여한 점 등이 양형에 감안돼야 한다"고 변론했다.
이 변호인은 이어 "사건의 규모가 부풀려진 면이 있고 보도 등에도 진정내용이 모두 사실인 것처럼 나왔다"며 진정을 제기한 박용오씨와 언론의 보도태도를 문제삼았다.
이에 대해 용오씨측 변호인은 "유교적인 관점에서 형제를 고소한 것이 옳은지를 놓고 논란이 있지만 그룹을 좌지우지하고 분식회계를 자행했던 것은 용성·용만 형제였다"며 "피고인은 폐쇄적 경영관행을 용기있게 지적한 것이다"라고 맞받아쳤다.
변호인은 "용오씨가 초범이고 11억원을 회사에 변제한 점을 참작해달라"고 선처를 구하면서도 "엄연히 용오씨가 가담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도 용성·용만씨와 동일하게 구형한 것은 범법자의 고발정신을 살려줘야 할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검찰측을 공격하기도 했다.
박용성·박용오씨 등 두산그룹 형제 4명과 두산계열사 대표 등 14명은 1995년부터 최근까지 두산산업개발(옛 두산건설)과 위장계열사인 동현엔지니어링 등을 통해 모두 286억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횡령하고 2천838억원 가량을 분식회계하는 데 관여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