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권 전환기에 中-EU 투자협정 부적절
바이든, 민주주의 동맹국과 대중국 관계 새로 맺길 원했으나 거부돼
FT, 중국이 EU와 협정을 준수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에 우려
유럽, 미국에 안보를 보장받으면서 미국의 태평양 정책에 반하는 상황
◆…2020년 12월 30일(현지시각)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샤를 미셸 유럽 이사회 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중국-유럽연합 투자협정 합의를 위한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마지막 날 이루어진 중국과 유럽연합(EU)의 투자협정 체결이 중국의 전략적 승리를 안겨주었으며 지금 상황은 EU가 중국과 투자협정을 맺기에 적절하지 않은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파이낸셜타임스의 기드온 라흐만 외교 분석가는 4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중국이 홍콩과 신장웨이우얼의 자유와 인권을 탄압하며 호주에 경제 제재를 가함에도 EU가 이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신호를 중국에 내보냈다고 비판했다.
라흐만 분석가에 따르면, 이 소식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상당한 골칫거리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 이후 유럽과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으며 중국 문제를 우방 민주주의 국가들과 함께 해결하길 바랐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EU가 곧 들어설 바이든 행정부와 논의할 수 있을 때까지 서명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바이든은 지난해 12월 초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무역 관계를 전면 재검토 하고 미국의 무역 조건을 바꾸기 전에 일관된 전략을 만들기 위해 아시아, 유럽 동맹국과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고 28일엔 “중국을 견제하려면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EU 관계자들은 이번 협정에 정당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EU가 얻은 중국의 양보가 미국이 지난해 초 1단계 무역 합의에서 얻은 것과 비슷하며 미국이 중국과 무역 합의를 하기 전 EU에 허가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라흐만은 EU의 주장이 강경하게 들린다며 중국이 협정을 준수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반면 EU는 앞으로 중국 국영기업을 감시하고 상업적 고려사항에 따라 행동하도록 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했을 때 매우 비슷한 약속을 했다. 당시 정부 보조금을 줄이겠다고 공약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고 되려 새로운 공약처럼 제시하고 있다. 노동권 기준에 대한 국제 협약을 시행하겠다고 중국이 밝힌 바 있으나 그 노력은 미진하다.
중국은 지난 1년 동안 많은 협정을 무시해왔다.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한 영국과 협정을 위반했으며 중국-호주 자유무역협정을 무시하며 호주 상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과 투자협정에 반대한 독일의 라인하르트 뷔티코퍼 의원은 “EU가 중국의 노동권 관련 약속을 성공처럼 포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EU는 중국이 미국과 유럽 사이에 큰 쐐기를 박도록 허락했다”고 비판했다.
中-EU 투자협정은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자동차 산업이 몇 년 동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커다란 시장이란 이유로 다가갔다.
라흐만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의 이런 결정은 미국과 관계에 대한 회의감도 반영한다. 메르켈 총리는 2017년 연설에서 유럽이 더는 미국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바이든의 당선에도 그 관점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유럽사람이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냉전을 시작하고 있다고 믿는 가운데, 그사이에 끼길 원치 않고 있다.
라흐만은 이들의 주장 일부가 충분히 타당하다며 지금 워싱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지켜보면서 유럽의 안보를 책임지는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안전성을 신뢰하기 어려운 가운데, 태평양에서 (중국과) 군사적 대립을 피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유럽이 미국에 안보를 보장받는 동시에 미국의 태평양 안보 정책에 반하는 것은 현명하거나 지속 가능한 정책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어 유럽이 시진핑 주석의 권위주의에서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라며 지난 70년 동안,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이유로 큰 혜택을 받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가 미국을 대체하고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한다면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이 그 결과를 몸소 느낄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