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심판청구 처리대상, 1년 전보다 4142건 늘어
통계 작성 후 최대…공무원 포상금 관련 '불복' 탓
무리한 포상금 과세로 인용률은 첫 30%대 벽 넘겨
사건처리에 평균 178일 소요…코로나 영향 큰 듯
지난해 과세당국이 부과한 세금이 '억울하다'며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제기한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순히 '세금 불만'이라고 치부하긴 어려웠다. 납세자(청구인)의 요구를 받아들여 세금부과 취소를 내리는 사례인 인용률도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일단 과세하고 보는 무리한 징세행정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지난해 납세자(개인·기업)가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한 건수는 1만2795건이었다. 이월된 사건까지 포함했을 땐 1만5845건으로, 전년(1만1703건)에 비해 4142건이 늘었다. 이는 2013년 심판청구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치다.
조세불복이 급증한데는 이유가 있다. 발단은 50여년 비과세였던 지방공무원 포상금에 대해 과세 칼날을 들이댄 국세청의 징세행정에서부터다. 세입징수 공적으로 지급받은 포상금을 근로소득으로 판단(업무 성과로 지급받았다는 이유)하고 과세한 건이었다. 국세(5000여건), 지방세(1000여건)까지 더하면 불복을 제기한 건수는 무려 6000여건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심판원은 일부 사건에 대해 '비과세 기타소득'이라며 납세자 손을 들어줬고, 유사 사례는 '선결정례'에 따라 취소(납세자 승소) 결정을 내렸다. 국세청(또는 지자체) 패소 비율은 자연스레 오를 수밖에 없었다. 작년 인용률은 32.6%로, 전년(16.6%)보다 무려 16%포인트 높았다. 이전 최고 수준은 27.8%(2017년)였다.
다만, 포상금을 따로 떼어냈을 땐 놀랄만한 수치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심판원 관계자는 "공무원 포상금 과세 관련한 불복이 대규모로 접수됐고, 유사한 사례가 많다보니 대부분 취소로 이어졌다"면서 "포상금 부분을 제외하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대규모 불복에 더해 코로나19라는 악재로 심리절차(조세심판관회의 등)에 다소 제동이 걸리면서, 사건을 처리하는 시간(평균 처리일수)은 2주일 넘게 늘었다. 작년 평균 처리기간은 178일로, 1년 전보다 18일 더 늦어졌다. 2017년(157일)과 2019년 제외하곤 유사한 일처리 속도를 보였지만, 국세기본법에서 규정한 법정처리기한(90일)을 지키지 못한 부분은 여전히 숙제다.
처분청(국세청, 관세청, 지자체)별 청구사건이라든지 세액·세목별, 장기미결사건 현황 등이 담긴 조세심판통계연보는 내달 공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