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현-이재오, CBS라디오 '김현정 뉴스쇼' 나와 각자 의견 밝혀
이석현 "제가 피해자, 2018년 원세훈 재판 때 공소장에 나온 얘기"
이재오 "국정원 IO들 고유업무 한 것...정치공작 이상도 이하도 아냐"
◆…국가정보원 전경 ［사진=자료사진］
이명박 정부 국정원에서 국회의원과 민간인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불법사찰이 있었다는 의혹보도에 이어 박지원 국정원장이 이를 인정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MB정부 당시 불법사찰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측과 정보수집이 '국정원 고유업무'임을 주장하는 측이 설전을 벌였다.
18대 국회 때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석현 전 의원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바로 그 피해자인데 MB 비판해서 원세훈 특명팀이 사무실을 실시간 도청해서 심지어 노건호 씨라는 동명이인이 내 보좌관한테 보내온 이메일까지 해킹을 했다”며 “그것이 일반인 얘기가 아니고 2018년 원세훈 국정원장 재판받을 때 검찰공소장에 나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2011년에 원세훈 국정원장이 자신을 두 번이나 중앙지검에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점을 들면서 “제가 MB정부 비판을 많이 했더니 눈에 보이는 고소까지 할 정도면 눈에 안 보이는 사찰을 안 했겠어요?”라고 반문했다.
또한 “2009년 청와대 지휘로 공직지원윤리관실이 두 차례 사찰한 게 밝혀졌어요. 민간사찰, 검찰에 의해서 밝혀져서 그런데 조선일보에도 크게 났었죠”라면서 “그런데 국정원이 정작 가만히 있었을 것 같지 않고...”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18대 국회 때 핸드폰에 가끔 감도가 뚝 떨어지고, 이상한 소리가 날 때가 있고 그래서 제가 수상쩍어서 공중전화를 사용했었어요”라면서 “핸드폰이나 국회 전화를 안 쓰고 그래서 사찰을 제가 받았을 거라고 의심이 많이 됐죠”라고 덧붙였다.
'국정원 국내 정보파트에서 민간인이 아닌 국회의원의 정보수집은 가능했고, 이 또한 미행이나 도청 같은 불법적인 방법은 한 적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 이 전 의원은 “국정원법 3조에 직무가 나오는데 방첩활동 또 보안법 위반 그런 사항에 관해서 조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면서도 “그냥 일반인이든 국회의원이든 매사 다 조사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건 아니다. 국정원법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원세훈 사찰했던 사안을 검찰이 조사를 했는데 거기에 내 사무실 도청했던 것까지 나와서 검찰공소장이 있다. 그런 정도로 도청 받았던 것은 확실한 것”이라며 “도청, 계좌열람, 카드사용 내용 조사, 첩보 수집, 전부 다 종합적으로 했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의원들도 불법사찰 얘기를 했냐'는 물음엔 “그런 사찰을 제가 유난히 많이 받은 거죠. 남들도 그 때 더러 그런 사람들이 있었죠. 왜냐하면 그때 MB정부 비판을 많이 했던 사람들은 저 말고도 그렇게 사찰 받을 걸로 짐작을 한다”고 답했다.
이 전 의원은 '국정원 불법사찰 의혹 공개 시점이 왜 4.7 보궐선거를 앞 둔 지금이냐'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선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당시에 정무수석 아니었습니까?”라면서 “사찰 보고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팩트는 나로서는 알 수가 없지만, 다만 정무수석이면 사찰보고를 받을 수도 있는 지위였기 때문에 성의 있는 해명이 필요한 거”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예로 민주당 영포게이트 진상조사단이 2010년 7월 7일인가에 청와대를 항의·방문해 '이명박 대통령이 민간 사찰 보고를 직접 받지 않았느냐' 따지니까 당시 박 정무수석이 '대통령은 불법사찰 보고를 안 받았습니다마는' 이렇게 단언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시 말하면 MB가 보고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알 만한 위치에 있었던 거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몰랐다면 납득이 되게 해명할 의무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박형준 후보 공격하기 위한 거 아니냐. 정치공작이 아니냐'는 진행자의 거듭된 질문엔 “(4월)보궐 선거보다 훨씬 이전부터 제기돼 온 사항”이라며 이 사건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 등 10여 명이 옛날에 청구해 법원 판결까지 받았던 내용 중 일부 사찰 내용이 계기가 돼서 보도가 된 것임을 밝혔다.
'이 불법사찰 의혹이 MB정부 뿐만 아니라 DJ·노무현 정부 때도 있었다면 다 공개하자'는 주장에 대해선 “그때 걸 공개하자면 대북정보를 공개하게 될 거예요”라며 “왜냐하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는 조직적인 사찰이 없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는 그런 사찰 보고를 안 받았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MB 정부에서 특임장관을 지낸 이재오 전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같은 방송에서 '국정원 불법사찰 의혹'에 대해 “옛날 김대중·노무현 정부할 것 없이 국정원의 IO(정보관 또는 조정관)가 있어 각 부처에 출입한다”면서 “IO가 보고해 놓은 것을 모아놓으면 그게 일종의 정보보고인데, 그거는 어느 정권부터 다 있었던 거고 MB정권 때도 물론 있었겠죠. 그런데 지금 그걸 무슨 불법사찰이라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제가 볼 때는 그냥 정치공작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국회 국정원 개혁특위에서 각 기관에 출입하는 IO 제도가 부작용이 많다고 해서 2014년 12월에 그 제도를 없애버렸다”면서 “그래서 각 기관에 출입하는 국정원 직원들을 없앴고 그 이후에는 그런 유사한 보고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대중 정부 때는 그것보다 더 했다. 도청 사건으로 그 당시에 국정원장이 구속까지 됐다”면서 “그런 게 불법사찰이지 일상적인 국정원 직원들의 업무보고야 뭐 별게 다 있는데, 만약에 그게 불법사찰이라면 공개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국정저해 정치인 견제 차원에서 정치인 정보지원 요청이란 게 통상적 업무라기 보다는 특수 목적인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이 전 고문은 “그게 업무보고, 일상적인 자기네들 업무의 하나”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도청을 하거나 미행을 해서 무슨 부정한 것을 찾아내라' 이런 게 아니고 자기네들이 국정 정보에 필요한 일상적인 정보를 수집해 달라는 것을 했다면 나는 그런 차원이 정보 보고다. 글쎄 내 상식으로는 다른 정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여권에서 당시 박형준 정무수석에 대한 연류 의혹을 제기한 점'에 대해서는 “박(형준) 수석이란 사람은 개인적으로 말해서 그 사람은 법에 어긋나는 일은 근처도 안 가는 사람인데 자기 업무도 아니고 또 그런 건 관계할 사람도 아니고 오히려 그런 거 한다고 못 하게 할 사람이지”라고 감쌌다.
'이석현 전 의원이 박 수석이 그 당시 보고라인에 있었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이석현 (전)국회부의장, 청와대 근처도 안 가 본 사람이니까 몰라서 그러는 거”라면서 “내가 특임장관 해서 잘 아지만 박 수석이 자신 업무 외에 다른 업무에... 이야기도 안 하고 알려고도 안 한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4.7 보궐선거를 겨냥해 박형준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냐'는 질의엔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라면서도 “나는 국정원 고위 관계자가 SBS에 정보를 흘렸다고 하는 건데 이게 일종의 정치 공작의 하나로 보는데 나는 지금 국정원이 그렇게 무리하리라고 생각은 안 한다”고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