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20년 상반기까지 13만여 명 사망
인종별 기대수명 차이 커…아프리카계와 라틴계는 2~3년, 백인 0.8년
소수인종 많은 수가 바이러스 피하기 힘든 근로환경에 놓여있어
약물 과다복용과 알코올 중독 같은 절망적 질병도 한 몫
◆…뉴욕 퀸즈 자치구에 있는 제라드 뉴펠드 장례식장에 관을 배달하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미국인의 '출생 시 기대수명'이 코로나19 대유행 영향으로 2020년 상반기 동안 1년 줄어들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출생 시 기대수명(이하 기대수명)이란 0세의 출생자가 향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보건통계센터(NCHS)가 이날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내내 기대수명이 줄어들었다. 여기엔 약물 과다복용, 심장발작, 질병 관련 사망자 증가와 함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크게 반영됐다. 이로써 미국의 기대수명은 2006년 수준으로 내려왔다.
월드오미터스의 코로나19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2020년 6월 30일까지 13만여 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으며 이날 기준 50만여 명이 사망했다.
분석에 따르면 아프리카계와 라틴계 미국인이 백인계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봤다. 아프리카계와 라틴계의 기대수명이 2.7년, 1.9년 줄었으나 백인계는 0.8년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나았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의 기대수명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며 20세 중반 이후 꾸준히 늘어왔다. 최근 몇 년 동안엔 약물 과다복용, 알코올 중독, 자살 같은 '절망적 질병'으로 인해 소폭 줄어들기도 했다.
NCHS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미국인의 출생 기대수명은 77.8세였다. 인종 별로 보면 아프리카계는 72세, 라틴계 79.9세, 백인계는 78세였다. 성별로 보면 여성은 80.5세로 남성의 75.1세보다 높았다. 다만 통계엔 아시아계와 다른 인종 집단에 대한 수치가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망자가 50만 명을 넘는 상황에서 기대수명 하락이 놀랍지는 않으나 아프리카계와 라틴계의 기대수명 하락 정도가 예상보다 컸다고 밝혔다.
통계 분석 자료의 수석 저자인 엘리자베스 아리아스 박사는 “상황이 크게 어긋났다. 지금보다 전염병이 훨씬 흔했던 20세기 전반 이후, 이렇게 심각한 상황은 처음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이는 매우 큰 차이이며 대유행이 주요계층(백인)보다 다른 두 소수계층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그들 모두 주변에서 많은 죽음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체 미국 인구(3억2823만 명) 중에서는 백인이 60.1%로 주요계층을 차지했다. 그다음으로는 라틴계 18.5%, 아프리카계 13.4%, 아시아계 5.9% 등 순이었다.
신문은 코로나19 대유행이 비백인계 지역사회를 크게 파괴했다고 전했다.
이들 가운데 많은 수가 필수 부분 근로자로 바이러스를 피할 수 없는 근로환경에 있거나 조부모를 포함한 여러 세대가 한 주택에 모여 산다. 아프리카계와 라틴계는 코로나19 검사를 포함한 건강 관리 프로그램에 접근하기 힘들다. 따라서 고혈압과 당뇨 앓고 있는 등 기초 건강 상태가 나쁜 편이라 코로나19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CDC의 지난해 10월 연구 자료에 따르면 '과잉 사망률'의 30% 정도가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질병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절망적 질병이란 단어를 처음으로 만든 앵거스 디튼과 앤 케이스 프린스턴 경제학 교수는 “코로나19 밖에도 마약 관련 질병이 계속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CDC의 12월 보고에 따르면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가 8만1000명을 넘겼다. 이는 지난 12개월 동안 가장 많은 사망자 수였다.
다른 연구팀도 CDC와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테리사 안드라스페이 서던 캘리포니아 교수와 노린 골드먼 프린스턴 교수가 2월 2일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20년 전체 기간 미국인의 기대수명이 1.13년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아프리카계와 라틴계 미국인은 백인계보다 3~4배 더 많이 감소할 것으로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