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연구원, '주거안정성과 출산' 연구 보고서 발표
자가 보유 신혼부부, 전월세 거주 가구보다 출산율 높아
결혼 당시 집 없는 부부, 출산 이후에도 자가 보유율↓
◆…주택금융연구원은 지난 19일 '2021 주택금융 리서치' 보고서를 내고 주거안정성과 출산의 상관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그래픽=주택금융연구원 '2021 주택금융 리서치' 제14호
결혼 당시 월세에 거주하는 신혼부부는 다른 주거 형태의 부부보다 출산을 적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결혼 시점에 자가를 보유하지 못한 가구는 자녀를 가진 이후에도 상당 기간 집을 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금융연구원이 지난 19일 발행한 '2021 주택금융 리서치' 제14호에 따르면 결혼 시점에 월세에 거주하는 경우 평균 출산 횟수가 0.81로, 다른 주거 유형 거주자에 비해 출산을 적게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자가(1.18)와 전세(1.15)에 거주하는 부부들은 상대적으로 출산 횟수가 많았다.
■ 출산 이후 자가 비중↑…자가 미보유 가구, 계속 집 못 사
◆…그래픽=주택금융연구원 '2021 주택금융 리서치' 제14호
출산 가구는 자녀를 낳은 뒤 자가 거주 비중은 늘어난 반면 전월세 거주 비중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 후 분가하는 시점에는 자가 거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출산 앞뒤로 전세 거주 비율은 줄어들고 자가를 소유한 비율은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최근 8년 사이 주택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분가 시점에 자가로 출발하지 못한 신혼부부는 출산 이후에도 자가를 보유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08~2015년 분가 시점의 자가 거주 비중은 0.37이었는데 출산 전해는 0.38, 출산 당해 0.35, 출산 이듬해 0.39 등으로 집계돼 출산 전후로도 큰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1999~2007년 기간에는 분가 시점에 비해 출산 이후 자가 거주 비중이 늘었다. 분가 시점에서 자가 거주 비중은 0.25였다가 출산 전 해 0.27, 출산 당해 0.33, 출산 이듬해 0.36으로 지속해서 상승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한 민병철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산과 같은해 및 이듬해에 자가로 이동한 가구들은 자녀를 가진 시점에 이미 자가로 옮길 계획 및 재력이 어느 정도 준비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분가 시점의 자가 비중이 높아졌으며, 출산 전후로 주거 형태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해 분가 시점에 자가로 출발하지 못한 가구는 출산을 전후해 자가로 이동하고자 하는 욕구는 있으나 이를 실현하지 못하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출산을 하지 않은 가구'의 월세 거주율은 조사 전체 기간인 1999~2015년 동안 출산한 가구에 비해 확연히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에 평균 월세 거주 비중이 출산 가구의 경우 0.05였던 반면 비출산 가구는 0.2로 4배가량 높았다.
■ 출산 가구 '아파트' 선호, 결혼 시점 아파트 거주는 감소
◆…그래픽=주택금융연구원 '2021 주택금융 리서치' 제14호
출산 가구는 주택 유형으로 아파트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분가 시점 및 출산 직전 해에는 62%였던 아파트 거주 비율이 출산 당해에는 67%, 출산 다음 해에는 71%로 지속해서 상승했다.
기간별로 보면 2008~2015년 출산 전후로 자가 거주 비중(0.37→0.38→0.35→0.39)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아파트 거주 비중(0.61→0.62→0.69→0.71)은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다. 다만 분가 시점 아파트 거주 비중은 0.61로, 1999~2007년 기간의 0.64보다 다소 감소했는데 이는 아파트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반면 결혼 후 5년 동안 자녀를 갖지 않은 가구는 자녀를 가진 가구에 비해 아파트 거주 비중이 뚜렷하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1999~2007년 비출산 가구의 5년간 아파트 거주 비중은 0.48→0.55→0.67→0.63→0.59로 나타났고, 2008~2015년에는 0.62→0.60→0.61→0.63→0.56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민 연구위원은 "자녀계획이 없을 경우 굳이 아파트를 선호할 이유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한편 아파트에 거주할 재력이 부족하면 출산을 하지 않는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비출산 가구의 경우) 과거와 비교해 아파트 거주 비중은 크게 변하지 않고, 단독주택의 거주비중이 연립주택으로 옮겨간 모습"이라며 "낮은 아파트 거주 비중이 출산을 하지 않은 이유는 될 수 있겠으나 과거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으므로 이것만으로는 출산율 하락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민 연구위원은 "출산을 경험한 가구들은 대체로 출산 전해에 비해 출산을 한 해 및 그 다음 해에 주거지를 옮기는 경향이 강했으며, 이 과정에서 자가 및 아파트 선호가 뚜렷했다"며 "자가와 아파트에 거주하고는 있지만 주거지의 환경이 자녀를 키우기에 충분히 좋지 않다고 판단되면 출산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주택가격이 높아지면 안정적인 주거지에서 출발하고자 하는 신혼가구들의 결혼연령이 늦어졌다"며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해 주택 구입 시 부담해야 하는 부채의 수준이 높아졌다면 주거안정과 출산율은 밀접한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주택금융연구원 '2021 주택금융 리서치' 제14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