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부터 8번 금리 상승기, 韓·美 각각 1번 하락 경험
단기간 금리 급등에는 경계…중앙은행 변심 가능성 주의
◆…자료=하이투자증권
한국과 미국의 주식시장은 금리 상승 변수로 인해 변동성이 심한 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국고채 3년물은 지난 5일 1.066%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국의 10년물 국채도 1.56%로 오르며 연중 최고수준을 보이고 있다.
갑작스러운 금리 상승으로 한국과 미국의 증시는 내리막길을 걸으며 올해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의 코스피는 5일 3026.26으로 연초대비 2.8% 올랐고 코스닥은 923.48로 연초에 비해 5.5% 떨어졌다.
기술주들이 모여 있는 코스닥은 금리 상승 시 기업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코스피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미국의 다우는 3만2009.64로 연초대비 4.2% 상승했고 나스닥도 1만2920.15로 연초에 비해 1.7% 올랐다. 미국도 나스닥이 금리 상승의 영향을 더 받았다.
한국의 코스닥과 미국의 나스닥 모두 올해 최고치에 비해서는 각각 8.3%, 8.9% 하락하며 8%가 넘는 낙폭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고평가 기술주를 중심으로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금리 상승은 경제가 점차 나아지리라는 현상을 반영하기 때문에 경기 상승 효과가 금리 상승보다 더 플러스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금리의 상승 속도가 다소 완화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면 경기가 호전되면서 증시에서 빠져나간 돈이 되돌아 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올해 들어 금리 상승이 나타난 데는 백신 보급과 바이러스 확산 진정이 계기가 됐고 앞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신뢰를 높이면서 물가 상승을 가져오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파월 미 연방준비위원회(Fed) 의장은 국채 수익률 상승이 눈길을 사로잡았다고 언급하면서도 “목표 달성까지 갈 길이 멀다, 더 인내할 것”이라고 말해 통화 완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칠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단기적으로 상승 압력이 있을 것이나 이후 물가 기대는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파월 의장의 방침에 대해 실망감에 주가가 큰 폭 하락하는 변동성을 보이기도 했다.
주식시장에서 금리 상승이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것은 주가에 부담이 되는 금리 수준이 얼마인가에 대한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변동성도 아래 뿐만 아니라 위쪽으로도 확대되어 있다.
하이투자증권과 신한투자금융이 분석한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주식시장에서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감 속에서도 과거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993년부터 현재까지 8번의 금리 상승기가 발생했다. 짧게는 5개월부터 길게는 2년3개월에 걸친 기간이다.
8번의 금리 상승기에 걸쳐 주가가 하락한 때는 미국과 한국 각각 1번에 불과했다. 미국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6월까지 7개월에 걸친 금리 상승기에 주가가 4.3% 하락했다.
한국은 1996년 2월부터 그해 6월까지 5개월간의 금리 상승기에 주가가 7%의 낙폭을 보였다. 그 외의 기간에는 주가가 횡보하거나 30% 가까이 상승한 구간도 있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현 금리 리스크는 수준의 문제가 아닌 속도의 문제”라면서 “코로나19 발생 이전 10년 국채금리의 고점이 1.93%였음을 고려할 때 미국 경기가 정상화된다면 1.9% 수준에 근접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강력한 경기부양책과 백신 보급 확대라는 호재를 등에 업고 글로벌 경기가 강한 반등을 보이면서 금리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할 수 있다”며 “양호한 경제 펀더멘탈이 금리 상승의 충격을 상당부문 흡수해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한금융투자 강송철 연구원은 “1990년 이후 여섯 차례의 주요 금리 상승 구간에 미국과 한국 증시 모두 상승을 경험했다”면서 “과거 금리 상승은 주식에 부정적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강 연구원은 “다만 경계해야 할 변수는 금리의 단기간 급등”이라며 “유가 상승 요인이 단기에 그치고 중앙은행의 완화적 정책 시그널이 지속될 경우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온다고 섣불리 주식을 축소해선 안 된다는 분석도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주가 조정은 로테이션 기회가 된다는 것.
금리 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 경기 회복에 따른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상황이 진행될 경우 주식 시장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이 펀더멘탈 개선을 동반해 나타날 때에는 채권보다 주식에 좋은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채권은 금리 상승으로 직접적 타격을 입지만 주식은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영향이 혼재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을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는 중앙은행이 변심할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위원회의 변심 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거두고 나타나고 있는 경기 회복세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주식 투자자에게는 금리 상승기가 힘들고 어렵지만 또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장이 펼쳐질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