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 중앙은행 근처에서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 하락과 경제난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난 가운데, 한 시위자가 봉쇄된 길을 따라 국기를 들고 간다. <사진 로이터>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중동 국가 레바논의 금융위기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레바논 파운드화가 달러 대비 90%까지 폭락하자 국가 금융 붕괴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파운드화는 16일 처음으로 1만5000달러 선에서 거래되었으며, 이는 2019년 말 위기가 시작된 이후 거의 실질 가치의 90%까지 하락한 것이다.
레바논의 경제 위기는 1975년부터 1990년까지의 내전 이후 치솟는 실업률, 생활고 증가 등으로 인해 가장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분노한 레바논 시민들은 베이루트 일부 지역의 도로를 봉쇄하고 타이어를 불태우며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 시위자는 "지긋지긋한 가난과 배고픔에 우리는 죽어가고 있다"고 소리쳤다.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해 생활고를 겪은 레바논의 군경이 병영을 이탈하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시위대에 의해 차단당한 베이루트 도로 <사진 로이터>
레바논은 7개월째 내각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만일 3월 말까지 긴급자금 투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레바논 전역이 정전될 것이라고 에너지자원부 장관은 경고했다. 의회는 위원회를 소집해 국가 전력회사에 대한 긴급 대출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총 10억 달러 요청액 중 2억 달러만 겨우 약속했으며, 이 제안은 곧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지의 한 공식 소식통에 따르면, 레바논의 외환보유액은 현재 약 160억 달러에 머물러 있다. 이는 지난 8월에 약 195억 달러를 보유하던 것과 비교되는 금액이다. 밀, 연료와 같은 기본 물품을 조달하기 위한 지원책을 충당하기엔 부족하다.
지난해 8월 베이루트 항구에서 초대형 폭발 참사가 발생한 후 베이루트 전 지역이 초토화되면서 총 200여 명이 사망했다. 정부 내각은 이 사건으로 압박이 가해져 총사퇴했고, 재정 붕괴로 이어져 국가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하산 디아브 총리 내각은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관리자 역할에 한정되어 머물러 있다. 2021년 예산안은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다시 총리 후보로 지명된 사드 알 하리리 전 총리는 미첼 아운 대통령과 내각 지분을 둘러싼 마찰을 빚고 있으며, 국제 원조를 얻기 위해 개혁을 수행할 새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레바논은 18개 종파를 반영한 독특한 정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대통령은 기독교 마론파 출신이 각각 맡고 있다.
<제공 : 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