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법곡 더파크 2차 아파트 수분양자에 '날벼락'
입주 3개월 이상 지연돼 계약 해제 요구했다가 봉변
코람코자산신탁의 아산 법곡 더파크 2차 분양신탁사업에서 코람코와 분양계약을 체결한 수분양자의 분양계약 해제가 적법하게 인정되었음에도 분양대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정책당국은 수분양자의 분양대금(국민의 재산권)은 어떤 식으로든 보호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택법과 건축물 분양에 관한 법률을 수차례 개정해 왔다. 하지만 분양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된 후 분양대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사태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고, 수분양자의 분양대금이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코람코자산신탁 본사 정문. 사진=임민원 기자
충남 아산시에 사는 A씨는 아산시 법곡동 신원더파크 2차 아파트를 분양받으러 LF그룹의 코람코자산신탁 분양계약을 맺고 분양대금을 대부분 납입했으나 납입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날벼락'을 맞게 됐다.
아파트 건설 시행사의 신용도가 낮더라도 부동산신탁회사가 자금을 관리해주면 안전하다고 믿은 A씨의 발등이 찍힌 셈이다.
심지어 1심과 2심에서 A씨와 코람코자산신탁 간의 분양계약 해제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분양대금을 사실상 돌려받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A씨가 분양계약서 상의 해제요건에 해당할 정도로 아파트의 입주가 지연되자 코람코측에 계약 해제를 요청했으나 코람코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코람코자산신탁은 2016년 7월 해당 아파트의 시행사인 에스와이엠社와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하고 2019년 2월 입주예정을 목표로 아산시 법곡동 소재 '신원 더파크 2차 아파트'를 신축 분양하는 사업을 수행하였다. 이에 따라 2017년 11월경부터 A씨를 비롯한 수분양자들과 분양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아파트 준공이 지연되면서 시작되었다. 코람코는 2018년 12월 17일 시공사의 시공중단을 사유로 입주예정일을 당초 2019년 2월 말에서 5월 말로 변경하게 되었음을 수분양자에게 통보했다. 이어서 코람코는 2019년 5월 14일 문자메시지로 5월 31일부터 입주가 가능하다고 알렸다.
이에 따라 수분양자들은 입주예정일에 맞춰 기존 살고 있던 주택을 처분하거나 임대차계약 등을 해지하며 입주예정일에 맞춰 이사와 분양 잔금을 맞추고 있었다.
그런데 코람코가 안내한 입주 예정일인 5월 31일 결정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일부 세대는 이날 사전 안내도 받지 못한 채 살던 집에서 이삿짐을 챙겨 신축 아파트로 이사 오려 했으나 입주할 수 없어 이사를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아산시로부터 입주 승인을 받지 못한 사실을 수분양자에게 사전에 통보하지 않은 것이다.
코람코는 이날 저녁 7시경에야 수분양자들에게 입주 승인 지연된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전달했다. 다음날인 6월 1일부터 차례로 이사 날짜와 분양 잔금을 마련한 일부 수분양자도 입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로 인해 수분양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통상적으로 이사 날짜는 짧게는 1개월 또는 2개월 이전에 잡아야 한다. 퇴거·입주와 관련한 이해관계자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나가는 집이 팔리거나 재임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잔금 날짜가 정해진다. 여기에 맞춰 새로 이사갈 집을 구하고 또 퇴거일과 입주일을 맞춰야 한다. 돈이 부족한 서민들은 주택자금 대출을 준비하고 잔금과 (퇴거와 입주) 이사 날짜를 동시에 맞춰야 한다. 입주 승인이 지연됨에 따라 이 모든 절차가 다 어그러진 것이다.
이후 6월 7일에야 아산시로부터 입주 승인을 받았고 코람코측은 8일부터 입주가 가능하다는 문자메시지를 수분양자들에게 보냈다. 입주가 지연되는 동안 이사를 준비했던 입주예정자 중 일부는 급히 다른 주택을 구해 이사하는 일이 벌어진 뒤였다.
이사 계획이 뒤틀린 일부 수분양자는 분양계약 해제를 요구했다. 분양계약서 상 분양계약 해제 요건인 입주예정일로부터 3개월 이상 지연된 데다 입주 첫날부터 또 입주하지 못하게 돼 해제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일부 수분양자들은 코람코측이 분양계약 해제 요청(2019년 6월 5일 발송)에 응하지 않자 그해 7월 8일 '매매대금 반환 청구소'를 제기하게 됐다.
하지만 코람코측은 소 제기 이후인 7월 16일 문서에서 “분양계약 해제 요청이 2019년 6월 7일 이후 당사에 송달되었으나 6월 7일 임시 사용승인이 나 입주가 가능하게 되었으므로 분양계약에 따른 약정해제권은 소멸되었으므로 해제요청은 효력이 없다”며 사실상 분양계약 해제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코람코측은 대신 입주 지연에 따른 지연배상금, 추가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계약 해제를 회피했다.
소송이 진행된 결과 1심과 2심 재판부는 수분양자들의 '분양계약 해제'는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1심은 코람코자산신탁이 분양대금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분양대금 변환 의무가 코람코에서 위탁사(아파트 건설 시행사)로 승계되었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더욱이 문제는 사실상 변제능력이 없는 위탁사(시행사)에게 반환 책임이 떠넘겨진 것이다. 이로 인해 수분양자들은 사실상 분양대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분양계약 해제와 관련해 수분양자와 합의를 위해 대화에 나선 적이 있는지에 대한 조세일보의 질의에 코람코는 “해제 요청한 수분양자 대표와 협의에 나섰지만 협의가 진행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소송을 제기해 협의가 진척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소송 중 합의를 시도한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도 “합의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코람코측은 가진 돈이 적은 서민을 상대로 유력한 법무법인을 동원해 법정에서 이기는 쪽을 택한 셈이다.
주택법은 선분양 아파트에서 수분양자의 분양대금을 보호하기 위해 선분양보증제도를 규정해서 부동산신탁회사에 분양대금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덕분에 부동산신탁업이 번성하고 있다. 이 사례는 분양자의 재산을 지켜주겠다는 주택법의 입법 취지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