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거래소 사고에 이용자들 불만 가중
최근 한 달 동안만 매매입금 등 지연사고 수차례 반복
실소유주로 알려진 이 前 의장은 사기혐의로 검찰 수사 중
입법조사처 "이용자 권리구제방안 조속히 마련해야"
가상자산 거래가 과열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거래소 시스템의 불안정성과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거듭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거래소가 이윤을 취하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관리 책임을 져야한다는 여론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인 빗썸도 이와 관련한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창립 7년밖에 안된 회사이지만, 수차례의 코인 해킹 등으로 비정상적인 출금사고가 발생했으며 개인정보 유출, 빈번한 서버다운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에 질타를 받았기 때문이다.
빗썸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들을 살펴보면 지난 2018년 6월 경 약 35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해커로부터 탈취 당했다. 다음 해인 2019년 3월에도 보유 중인 전자지갑에서 약 147억원 상당의 비정상적인 출금이 이루어져 논란이 됐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 한 또 다른 해프닝은 빗썸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터지면서다. 지난 2017년 6월 빗썸의 직원 가운데 한 명이 개인용 컴퓨터에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따로 저장해놓았다가 해킹을 당해 도합 3만6000명의 투자자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빗썸 측에 시정명령과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고 과징금 4350만원, 과태료 1500만원을 부과하는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
빗썸은 수차례 서버가 다운되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 4월 이후부터 최근까지만 보더라도 최소 11건 이상의 매매·입금 등과 관련된 전산 오류가 계속됐다.
빗썸이 홈페이지의 띄운 공지사항을 보면 ▲매매·체결 지연 3회 ▲원화 출금지연 3회 ▲홈페이지 접속 지연 2회 ▲거래소 차트 갱신 지연 1회 ▲신규 입금주소 생성 지연 1회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에 따른 알림톡 인증 지연 1회 등에 사고가 반복됐다.
지난 2월 1일의 경우 오후 9시께 거래되던 리플의 가격이 800원대에서 600원대로 200원(-20%) 하락하는 동안, 서버가 마비되어 사실상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졌다. 가격이 폭락하면서 일시적으로 투자자 접속이 몰렸기 때문이다. 빗썸이 뒤늦게 서버 점검에 들어갔지만, 거래소 이용자들은 코인이 폭락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 한 투자자는 "증권사에서 입출금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면 큰 난리 통이 벌어졌을 텐데 가상화폐는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선의의 피해자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거래소에서 해킹을 당해 한 순간에 수억 원을 사기 당했다는 내용도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데다, 거래소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사후약방문식 대책이 아닌 확실한 사전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고객들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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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썸 실소유주,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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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4월 빗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이정훈 前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의장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사진)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4월 빗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이정훈 前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의장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이 전 의장을 사기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검찰에 송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하 특경가법)했다고 밝혔다.
이 전 의장은 앞서 지난 2018년 10월 빗썸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암호화폐 BXA 코인을 상장할 것처럼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상장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코인 업계 등에 따르면, BXA 투자자50여명은 "코인 판매 과정에서 빗썸이 BXA 토큰을 발행한 것처럼 여겨지도록 홍보해 피해를 봤다"며 사기와 특경가법 상 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고소했다.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지난해 9월 경 두 차례에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이 전 의장 등을 소환조사했다. 최대주주가 법정 구속될 경우, 투자자와 임직원 등 회사 이해관계자들에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최대주주의 검찰 수사와 향후 구속 시 어떤 대응을 해나갈 계획인지에 대해 묻는 질의에 빗썸 측은 "대주주 사안이라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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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자 보호 시급… 규제공백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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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상자산 투자 열풍 이면에 피해자들이 속출하면서 이용자 권리구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에 소재한 빗썸 본사. (연합뉴스 사진)
최근 가상자산 투자 열풍과 함께 피해자들이 속출하면서 이용자 권리구제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만흠)는 지난달 1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가상자산 관련 투기 억제 및 범죄 피해자 보호 방안' 보고서를 발간하고 무분별한 투기를 억제함과 동시에 이용자 피해 방지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이후 거래소 해킹 및 시세조종 등으로 인한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 및 소관 부처, 정책 방향, 과세 방안,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 확립, 피해자 보호 방안 등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입법조사처는 무분별한 가상자산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가상자산 이용자들에게 가상자산과 관련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법적 지위가 불분명하고 관련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가상자산의 성격과 위험성을 명확히 인지한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가상자산에 대한 범죄 피해자 보호 방안 등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시세조종행위 금지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중요사항에 관한 거짓 기재 등 부정거래행위 금지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등에 대한 법을 도입해야 된다는 게 골자다.
입법조사처는 "가상자산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가상자산 취급업자로 하여금 리스크와 조건 등을 충분히 공지하게 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불공정거래행위를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거래소 해킹에 따른 이용자 권리구제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거래소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어떠한 사전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또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어떤 규정을 두고 있는지 빗썸 측은 상세히 밝히지 않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당사는 고객자산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정해진 규정에 따라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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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9월 내 거래소 등록 안 되면 폐쇄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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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4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빗썸에 대한 세무조사 이후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등이 개정되면서 거래소도 의무적으로 자료제출에 대한 의무 등이 생겼다.
정부는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문제와 관련해 주식시장 참여자처럼 투자자로서 보호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화폐, 통화 등 금융자산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인데 가상화폐를 공식 제도로 인정하고 제도화한다면 투기열풍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오는 9월까지 등록이 안 된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폐쇄가 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이날 기준으로 등록된 거래소는 단 1곳도 없다는 게 은 위원장의 발표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빗썸 관계자는 "특금법이 정한 사업자 신고 요건에 맞춰 정해진 기간 내에 신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