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군정농단 사건...군에 실망과 분노 넘어 자괴감 느껴"
"문 대통령, 내로남불 하니 군기문란 사건 끊이질 않아"
비대위원들 "군은 신뢰 잃어", "사건 가해자는 우리 군 전체" 등 성토
◆…국민의힘 지도부는 4일 공군 여부사관이 성추행을 당한 뒤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택한 사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와 함께 국방부 장관과 공군 참모총장 등 최고 지휘관 경질을 압박하고 나섰다.［사진=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권한대행 겸 원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군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넘어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권한대행은 이어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부사관 사건은 우리 군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군정농단 사건"이라며 "군 내부에 만연해 있는 성범죄도 심각하지만 더 심각한 건 후속 처리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신속하고 공정한 조사로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재발방지에 나서야 마땅한 군이 오히려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합의를 종용하고 회유하는 등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다"고 질타했다.
나아가 "초동수사도 부실해 사건이 발생한 지 2주일이나 지나쳐 조사가 이루어졌고, 수사의 기본인 가해자의 휴대폰도 피해자가 사망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확보했다고 한다"며 "심지어 공군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사망을 단순 변사로 보고했다고 하니, 군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통째로 썩었다"고 개탄했다.
김 권한대행은 문 대통령을 겨냥해 "국군 통수권자로서 군 기강의 해이를 방조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절망스러웠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유체이탈 화법을 써야 할 사안이 아니다. 국군 통수권자가 이렇게 내로남불 반복하고 있으니 군기 문란사건이 끊이질 않는 것"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군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서욱)국방부 장관과 (이성용)공군참모총장을 즉각 경질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성일종 비대위원도 "국방부와 군 수뇌부는 성폭력 가해자 한 사람만 구속하는 것으로 이 사건을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 사건의 가해자는 중사 한 명이 아니라 우리 군 전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련자 모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이번 기회에 군내 성폭력 사건 발생 시 우리 군의 대응 시스템 전체를 갈아엎어야 한다"며 "(서욱)국방부 장관은 은폐 축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김미애 비대위원 역시 "군은 신뢰를 잃었다.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책임 있는 지휘라인은 국민께 사과하고 물러나야 한다"며 "부실 수사가 드러난 마당에 국방부가 수사를 주도할 것이 아니라 민·관·군 합동수사 형태의 최소한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독립된 수사기관 구성을 제안한다"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공군 부사관 성폭력 피해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의 범행에 대해 수사기관에서 엄정하게 처리할 것을 강력하게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절망스러웠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피해 신고 이후 부대 내 처리, 상급자와 동료들의 2차 가해, 피해호소 묵살, 사망 이후 조치 미흡 등에 대해 엄중한 수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이 문제를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만 보지 말고,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지난 1일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공군 여부사관이 상관으로 성추행을 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함께 관련자에 대한 법적조치를 지시한 바 있다.
김 총리는 서 장관에게 "성폭력 사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 문화와 관련된 문제"라며 "특히 전우애와 군 기강 확립이 중요한 군 조직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방부는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 수사를 위해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하고, 공군 참모부 등 관련 기관을 압수수색하는 등 고강도 수사에 나섰다. 대검찰청 등 민간 수사기관은 수사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군검찰 차원에서 수사심의위원회가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