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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소득 보장, 기존 稅감면 적절치 않다' 주장의 이유

조세일보 | 강상엽 기자 2021.08.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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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클립아트코리아)
 
6조2000억원. 정부가 지난해 농어민에 투입한 조세지출 규모다. 직불제를 포함한 전체 소득지원 예산(2020년, 3조8000억원)까지 포함했을 땐 10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런 막대한 재정·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농촌의 총체적인 몰락(인구·소득감소, 내부 양극화 심화 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농(경영규모 3.0헥타르 이상)이 소농(1.0 헥타르 미만)보다 많게는 15.5배 달하는 규모의 직불금 혜택을 받았다. 조세지출은 오히려 형평성에 저해되는 재분배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단 문제도 있다.

더미래연구소가 지난달 내놓은 '농가지원 재정·조세지출' 관한 보고서에서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 보고서는 기존의 농가지원정책이 갖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정책의 형평성·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안을 제안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 결과, 농가지원정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구체적으로는 재정·조세지출 제도를 통폐합해서 '농민기본소득'제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농촌의 소득 격차는 도시지역에 비해 매우 심각한 수준에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농가소득은 2003년 2688만원에서 2018년 4207만원으로 1.6배 증가했고,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은 같은 기간 1.8배 늘었다. 특히 농촌 내부에서 나타나는 소득 격차도 눈에 띈다. 농가의 소득 5분위 배율은 2000년 7.6에서 2010년 12.1, 2019년 10.9로 도시근로자 가구에 비해 컸다. 2019년으로 따졌을 땐 소득 하위 20%(1분위) 농가보다 상위 20%(5분위) 농가의 소득이 11배 가까이 높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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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관련 3대 조세지출 항목별 추이, 자료제공 더미래연구소)
앞서 언급했듯이 농가 지원책은 크게 소득 직접지원, 재정지원(설비·시설 지원, 농촌개발 등), 조세지출로 나뉜다. 농식품부 전체 예산 중 직불제를 포함한 전체 소득지원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9%에서 지난해 24.2%로 늘었다. 그 규모는 3조8000억원에 달한다. 농어민에 대한 조세감면 규모는 전체 조세 지원의 12%인 6조2000억원으로 비중이 크다.

보고서는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소득 직접 지원부터 조세지출 등 다방면으로 정책이 시행되고 있으나, 농촌의 총체적인 몰락(인구 감소, 고령화, 소득감소, 농촌 내부 양극화의 심화, 비농가 소유농지의 증가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현재의 농가지원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①조세지출 관리 소홀로 재분배 역효과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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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기준 양도자의 양도소득 현황, 자료제공 더미래연구소)
자경농지 양도소득세 감면은 농지소재지에 거주하는 자경농민이 8년 이상 직접 경작한 토지를 양도할 때 발생하는 소득에 적용되는 제도다. 그러나 농업 외 소득이 고액인자가 다수 감면혜택을 받으면서 당초 도입목적과는 다르게 운용되고 있단 지적이 있다. 실제 2014년 감사원의 '조세감면제도 운용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1년 자경농지를 매매하고 5000만원 이상 양도소득세를 감면받은 7286명 중 양도소득금액 5억원 이상인 양도자가 전체의 22.6%(1647명)였다. 이들을 영세농이라고 부르긴 힘들어 보인다. 게다가 농업 외 소득이 10억원이 넘는 자도 52명이나 있었다. 보고서는 "자경농지 양도소득세 감면제도는 영세소농과 고령농가의 농지 매매를 촉진하고, 농업인을 육성하고자 한 당초 도입목적과는 다르게 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루과이 라운드로 인한 농업의 피해를 완화하고 농산물의 생산비용을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자 1989년 도입된 '농·축·임업용 기자재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도 정책 효과에 물음표가 던져진다. 보고서는 KDI가 영세율 적용 이전과 이후의 소득 불평등 지수를 측정한 결과를 사례로 들며 "영세율 제도의 적용으로 인한 농가소득·농업소득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이 제도가 오히려 역진적인 성격을 띠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농림어업용 석유류에 대한 간접세 면제'도 다수의 영세 소농보단 면세유 사용량이 많은 소수의 대농에게 유리한 역진성을 가진 정책수단으로 평가된다. 2013년 현재 연간 면세 경유를 1만 리터 이상 소비한 농민은 전체의 3.1% 수준이지만, 이들이 사용한 면세유의 양은 전체의 45.6%를 차지했다.

②소수의 부농에게 유리한 계층 간 형평성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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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기준 경지 규모별 농가 현황과 공익직불금 수령액, 자료제공 더미래연구소)
2020년 공익직불금 지급현황을 보면 소농직불금 지급액은 5174억원, 면적직불금 지급액은 1조7579억원이었다. 경지 규모별 농가 현황과 비교했을 때 소득재분배 효과가 충분하다고 보기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부터 새로운 공익직불제를 실시한 바 있다. 개편 이전에 비해 영세농의 직불금 수령 비율이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직불금 수령 규모는 부족한 모양새다. 영세 농업인(경영 규모 0.5 헥타르 미만)은 전체 농가의 절반(47.5%)에 가깝지만, 직불금 수령액 규모는 전체의 22.4%에 불과하다. 반면 경영 규모가 2헥타르 이상인 대농은 농가의 13.2% 수준인데, 직불금 수령 규모는 전체의 42.3%를 차지했다.

"농가지원 재정·조세지출, '농민기본소득'으로 전환해야"

보고서는 기존 농가 지원정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농촌·농업의 구조적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의 재정·조세지출은 형평성·효율성 차원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에서다. 그러면서 제안한 게 '농민기본소득제'다. 농민기본소득을 농민 1인당 월 50만원(연 600만원) 지급했을 때, 연간 약 13조8000억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전국 농민 수 약 231만명).

농민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는 대상 잣대도 제시했다. 원칙직으로 기업농인 농업법인의 임직원은 대상에서 뺐다. 1년 이상 300평 이상을 경작하며 해당 농지 소재 지자체에 실거주하는 농민을 대상으로 삼았다. 현재 직불금 수급 요건은 직전 1년 이상 300평 이상 농사를 짓고, 농업 외 소득이 연간 3700만원 이하인 농민이다. 지자체별 농민수당도 1년 이상 실거주·경작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농민기본소득 재원도 조달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없단 주장이다. 보고서는 "기존 농민 소득지원 재정지출 통합 흡수(약 3조8000억원)·조세지출의 재정지출 전환(약 6조2000억원)·기타 재정 절감·조세지출 전환 세수(약 1조원) 등 기존 재정지출의 조정과 조세지출의 재정지출 전환을 통해 약 11조원을 확보하고, 예산 증가분과 세출 조정 등으로 추가 소요 예산 약 2조8000억원을 확보하면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민기본소득을 지급한다면 2019년 기준 7.6%인 대농에 집중된 기존 재정·조세지출의 혜택을 대다수 농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함으로써 소득지원의 실효성과 계층 간 형평성 제고는 물론, 도시지역에 비해 심각한 농촌 내부의 빈부격차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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