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관'이 된 역선택방지조항과 선관위원장 인사

하태경 "역선택 방지하면 대선 패배... 100%국민경선이 원칙" 

최재형 캠프 "경준위, 데이터 분석 없이 결정... 특정 후보 밀어주기?"

유승민 캠프 "역대 대선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한 전례 없었다"

하태경 "선관위원장 임명은 최고위 의결사항... 선수가 심판 정하나"

김재원 "김종인을 다시 비대위원장으로?... ‘이준석 체제’ 유지해야"

최재형 캠프는 민주당 핵심지지자들이 "(대선에서 맞붙기) 두려운 후보인 최재형 후보" 대신 "상대적으로 쉬운 후보"인 홍준표, 유승민 후보를 역선택하므로 국민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홍준표·유승민·하태경 캠프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면 중도 확장성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 후보로 황우여 전 대표, 정홍원 전 총리,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에 이어 최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당 내외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준석 대표가 밀고 있는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 임명 카드'가 일부 대권주자와 최고위원들의 심한 반발에 부딪히고 이 대표가 일부 캠프와 불협화음을 빚으면서 '김종인 카드'가 급부상하는 양상이다.

경선룰에 해당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여부, 그리고 선관위원장 임명은 원칙적으로 최고위원회의 권한이므로 최고위의 입장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권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2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는 최재형 캠프의 주장에 대해 "패배의 룰"이라며 "우리 당은 선출직을 뽑기 위한 경선은 항상 100% 국민경선이 원칙이고 확장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당에서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후보는 우리를 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은 결국 국민의힘 당원 위주로 하자는 의미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그렇다"며 "당원 위주로 하자는 것이다. 그건 대선을 포기하자는 말과 같다"고 답했다.

하 의원은 이어 "대통령 선거라는 게 간발의 차이로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고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은데, 1~2%라도 매우 확장성이 큰 후보를 뽑아야 한다"며 "(지난 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박형준 후보가 확장성이 큰 후보였다"고 했다. 이어 "당원 지지율이 좀 높고 이제 외부 지지율이 낮은 사람은 당원만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게 대선 승리의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라며 "어차피 대선 이기자고 경선을 하는 것이고, 그러면 승리의 룰을 채택해야지 패배의 룰을 채택하자고 하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하 의원은 최재형 후보가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재형 후보 측은  '경선룰은 그냥 당에 맡기겠다, 다른 의견이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어제 역선택 방지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며 "본인이 얼마 전에 했던 이야기를 벌써 잊어버리신 건지, 그런 식으로 말 바꾸기 정치부터 배워서 정치의 미래가 있겠나", "최재형 캠프 내에서 심각히 반성해야 한다. 그분 정치 왜 시작했는지 모르겠다"고 맹비난했다.

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원이 아닌 국민들에게 경선을 개방해서 중도확장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인데, 난데없이 국민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해괴한 주장이 등장한다"며 "지금 당 대표 경선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경선준비위원회가 국민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지 않기로 두 차례나 의결을 한 상태"라며 "역대 대선에서도 역선택 방지조항을 놓고 시비가 붙었던 적이 제 기억엔 한 번도 없다. 이미 의결된 안을 뒷방 정치로 흔들어서 또다시 당을 분란의 소용돌이로 몰아가는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최재형 캠프 이수원 기획실장은 이날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이 우리 당의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을 것'이라는 데 따르겠다는 입장이었다"며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가 이렇게 나왔는데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말자고 할 후보가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이 실장은 경선준비위원회의 태도도 지적했다. 그는 "경선준비위원회조차도 이런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하지 않고 그냥 여론조사 기관의 어떤 전문가 한 사람의 이야기만 들어 이 전문가의 함정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우리만 유리하도록 하겠다는 게 아니라, 최근 16차례 여론조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민주당의 역선택이 나타나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을지 당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거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재형 캠프 기획본부장인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저희 최재형 후보 진영 포함해서 경선준비위원회의 권한과 역할, 또 경선준비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이슈들에 대한 여러 가지 건의사항들이 경준위나 당 지도부에 잘 안 받아들여지는 측면들은 있다"며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이어 "경준위가 경선룰까지 논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계속 경준위가 그런 경선 룰을 논의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그러면 우리 입장을 반영해 달라고 (문제를) 제기했는데 그게 안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라고 했다.

이 실장은 '국민여론조사를 당원 위주로 하자는 것'이라는 하 의원의 해석에 대해  "국민여론조사를 하되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자는 것"이라며 "대단한 착각"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중도층 확장은 반드시 해야 하지만 민주당 핵심지지자들까지 확장되는 것은 아니"라며 "민주당 핵심지지자들의 역선택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또 경준위가 캠프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의도가 '특정 후보 밀어주기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 당시 경선 1차 컷오프를 할 때 국민의 힘 지지자와 무당층을 대상으로 100% 국민 여론조사를 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특정 후보에 유리하게 의도하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그 의심이 생기면 지도부가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한다 라는 전제가 무너지고 신뢰가 깨진다"고 우려했다.

최재형 캠프에 따르면 민주당은 여론조사 역선택 방지를 위해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표본집단에 넣어 조사하고 있으며, 타당 지지자의 경우 전화면접 시 통화종료로 전환한다.

 
유승민 캠프 측 이수희 수행대변인은 같은 날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역대 대선, 그리고 광역자치단체장 경선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이 있었던 여론조사가 없었다"며 원칙과 전례를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자는 것은 당원 투표와 다를 바가 없다. 조항을 도입하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놓치게 될 것"이라며 "지난번 당 대표 경선에서 나경원 후보 측이 강력히 요구해서 역선택 방지 조항이 들어갔지만, 이건 대통령 선거이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 대변인은 '유승민 후보는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친박계의 역선택을 우려했다'는 기자의 말에 "그때는 문자 투표였고 지금은 여론조사에서 랜덤으로 샘플링하는 것이라 전제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문자 투표는 문자를 받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투표하려고 하면 할 수 있는 것이라 "여론조사기관에서 랜덤으로 전화를 돌리는 여론조사방식과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문자투표에 답변하는 응답자가 더욱 정치에 관심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2017년 3월 7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유 의원 캠프 관계자는 "조직이 완비되지 않은 신생정당은 역선택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친박 쪽에서 2천 명만 동원해도 전혀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 하태경 "선관위원장 임명은 최고위 의결사항... 선수가 심판 정하면 안 돼"

하태경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원희룡 후보도 '서병수 선관위원장 (임명)'은 안 된다고 하던데 올림픽 선수들이 심판위원장을 누구로 세우라는 이런 시비를 안 한다"며 "뛰는 선수들은 좀 가만히 있는 게 당에 도움이 되고 이건 당 최고위원회가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최고위) 투표로 가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최고위원들이 이견을 좁혀서 만장일치로 합의하는 순으로 갈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선관위원장 임명이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를 인식한 듯 "최고위원들 간에 누가 더 좋겠다는 것은 이견이 있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격론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어쨌든 이 부분은 최고위의 총의가 모아져야만 한다", " 지도부가 만장일치로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김재원 "김종인을 다시 비대위원장으로?... 이준석 체제 유지해야"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날 JTBC '썰전라이브'에 출연해 급부상 중인 '김종인 카드'에 대해 "김종인 위원장이 선관위원장을 하시겠느냐. 안 하실 거라고 본다"면서도 "그분 같은 분이 오셔서 제대로 리더십도 발휘하시고 좀 질책도 좀 하시고 호통도 치시고 그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김 위원장이 나중에 선거대책위원장으로도 안 오셔도 우리가 충분히 해낼 수 있다, 김종인 위원장의 도움을 받지 않고 우리가 가는 것이 우리 당이 젊어졌고 뭔가 달라졌고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최고위에서도 느낀 건데 갈등이 극에 달했는데 조정할 수 있는 분이 없었다. 당의 어른이 없다. 그러면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 어느 분이 오실지 몰라도 그분이 정말 큰 리더십을 갖고 계시면 지금 10명이 넘는 많은 후보가 경선을 시작하면 또 많은 이의 제기가 있을 것이고 문제가 있을 텐데 그분들에게 그래도 호통치고 하면 전부 조용히 따라갈 수 있는 그런 분이 과연 올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어른'의 의미에 대해서는 꼭 나이가 아니라 리더십을 의미한다며 이준석 리더십에 불신을 보이는 듯하면서도 이준석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오신다면 비대위원장으로 오시지 않겠느냐'는 진행자의 말에 "비대위는 지금 구성되면 안 된다"고 일축했다. 이어 "이준석 대표를 흔들어서 당에 유리할 것도 없다. 이 대표가 우리 당이 좀 그동안 잘 접근하지 못했던 청년층에 상당한 접근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선거전략상으로 이 대표 체제 그대로 가야 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이야기고 당연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김 최고위원은 또 "지금 당장 선관위원회조차도 인선에 논란이 되고 있다. 과거 어떤 때 당의 경선을 담당하는 선관위원장이 논란이 된 적이 없었다며 "지금 우리 당의 선관위원장으로 논란이 되는 분들이 리더십이 손상됐는데 인제 와서 과연 조정을 제대로 하겠느냐는 것에 대해서 회의가 많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