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화재’ 사과한 이재명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21일 SNS에 "더 빨리 현장에 갔어야 마땅했다는 지적이 옳다" 사과

세월호 사태 박근혜 비유엔 "朴, 현장 파악도 않고, 보고도 회피" 반박

이낙연 "무책임·무모한 행보", 정세균, "잘못한 일 잘못했다 해야"

원희룡·유승민 "대선 후보는 커녕 도지사 자격 없어...즉각 사퇴해야"

윤희숙·하태경 "사아코패스 같아...소름 끼쳐, 끔찍하다" 원색비난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6월 중순 경기 이천 소재 쿠팡 물류창고 대형화재 사고 당시 한 유튜브 채널과의 영상 촬영으로 논란이 인데 대해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재명 지사는 21일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었지만, 모든 일정을 즉시 취소하고 더 빨리 현장에 갔어야 마땅했다는 지적이 옳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지사는 이날 자신의 SNS에 "쿠팡 화재 당시 경기지사로서 저의 대응에 대해 논란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당시 경남 일정 중 창원에서 실시간 상황 보고를 받고 대응 조치 중 밤늦게 현장 지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다음 날의 고성군 일정을 취소하고 새벽 1시 반경 사고현장을 찾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저의 판단과 행동이 주권자인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권한과 책임을 맡긴 경기도민을 더 존중하며 더 낮은 자세로 더 성실하게 섬기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 지사는 당시 화재 사고 당시 유튜브 채널 '황교익 TV'에 출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을 비롯한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

당시 진화 작업 중이던 고(故) 김동식 119소방구조대장이 고립된 후에도 지방 일정을 소화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커졌다. 김 구조대장은 고립된 지 이틀 만에 화재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이 지사는 20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동물복지공약 발표후 기자들에게 관련 비판과 관련해 "저는 마산과 창원에 가 있기는 했지만, 실시간으로 다 보고받고 파악도 하고 있었고, 그에 맞게 지휘도 했다. 다음날 일정을 취소하고 마산에서 네 시간 넘게 한방에 저녁도 먹지 않고 달려 현장에 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세월호 참사때 박근혜 전 대통령에 비유하는 데 대해서도 "우리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이 왜 세월호 구조 현장에 가지 않느냐고 문제 삼지 않는다. 지휘를 했느냐 안 했느냐, 알고 있었느냐 보고를 받았느냐를 문제 삼는다"며 "박근혜는 세월호 현장을 파악도 하지 않고, 보고도 회피했다"라고 과도한 비판임을 언급했다.

경기도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화재발생 즉시 현장에 반드시 도지사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고 억측"이라고 이 지사를 옹호했다.

경기도는 그러면서 "애끊는 화재사고를 정치 공격의 소재로 삼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며 여야 대선주자들을 비판한 뒤, "이천 쿠팡 화재 당시 이재명 지사는 남은 경남 방문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복귀했다"고 전했다.

경기도는 "이 지사는 17일 오전 경남 현장에서 ‘대응1단계 해제’ 보고를 받은 후 오전 11시 경남과의 협약식에 참석했다. 이어 사전에 예정된 경남교육감 접견,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현장방문, 영상촬영 등의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화재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고 행정지원 조치사항을 꼼꼼히 챙겼다"고 강조했다.

또한 "당초 예정된 일정을 마친 이 지사는 현장 지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그 다음날로 예정된 고성군과의 협약 등 공식 및 비공식 잔여 일정 일체를 취소하고 17일 당일 저녁 급거 화재현장으로 출발했다"면서 "18일 새벽 1시 32분 현장에 도착해 재난 총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음을 설명했다.

하지만 화근은 이날 오후부터 저녁시간대까지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일대 거리와 음식점 등에서 황교익 내정자와 유튜브 채널용 방송 녹화를 진행한 사실이었다. 이날 촬영된 영상은 이후 ‘황교익TV’를 통해 공개됐다. ◆ 여야 대선주자들, 이 지사 총공세 나서...'지사직 사퇴 및 후보 사퇴' 압박

이에 대해 여야 대선후보들은 이 지사의 대선후보 사퇴를 촉구하며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영상 촬영을 마친 후 경기도의 설명대로 이천으로 이동, 다음 날 오전 1시 32분께 현장에 도착했지만 화재 발생 후 약 20시간 만이자 김 구조대장의 현장 고립 사실이 알려진 지 13시간이 지난 시점이란 게 결정적인 문제라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캠프의 배재정 대변인은 "기사에 따르면 이 지사는 화재 당일 창원 일정을 강행했으며 다음 날인 18일 오전 1시 32분에야 화재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화재경보기가 울린 후 약 20시간만"이라며 "해당 기사가 사실이라면 경기도 재난재해 총책임자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지사, 지금은 국민께 겸손히 머리 숙여 사과드릴 때"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이어 "이재명 지사, 명백한 과오에 대한 구구한 변명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라며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해야 한다. 반성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 그것이 공정"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백번을 되짚어도 명백한 사실은 이 지사가 지사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그 자명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어찌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일제히 이 지사에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는 국민 안전에 문제가 생겨도, 소방관이 위험해도 하고 싶으면 유튜브를 합니다"라며 "양심이 있으면 대선후보는 물론 지사직도 사퇴하라"고 맹질타했다.

유승민 캠프의 이기인 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화재발생 당일 오전, 순직한 소방관의 고립 사실을 보고 받았음에도 이 같은 일정을 소화했다"며 "1천400만 경기도민 생명을 책임질 지사의 책무를 버린 것으로 그런 사람은 대선 후보는커녕 도지사 자격도 없다"고 가세했다.

윤희숙 의원도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도민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을 때, 전 국민이 그 참혹한 소식을 들으며 애태울 때, 도지사가 멀리 마산에서 떡볶이 먹으며 키득거리는 장면은 사이코패스 공포영화처럼 소름 끼친다"며 지사직 및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하태경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황교익 씨와 떡볶이 먹으며 히히덕거리던 그 시각, 김동식 구조대장은 이미 실종 상태였다. 그런데도 '최선을 다해 지휘했다'는 말이 입에서 나오냐"면서 "사이코패스도 아니고 어찌 이런 말을 눈 하나 깜짝도 안 하고 할 수 있는지 생각할수록 끔찍하다"고 이 지사를 원색비난했다.

그는 "이런 분이 대통령 되면 청와대에서 순대볶음 먹으며 '최선을 다해 지휘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며 "이재명 후보는 이쯤에서 대선 출마를 포기하고 도지사도 그만두시라. 아무리 생각해도 이 길만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길"이라고 일갈했다.

황교익 맛 칼럼리스트의 경기관광공사 사장직 내정과 이후 자진 사퇴로 대선주자로서의 입지에 큰 타격을 받은 이 지사가 다시 쿠팡 화재 당시 늦장 대응 논란으로 또 한번의 도전을 받게 됐다.

SNS를 통해 당시 행보를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이에 대한 공세가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권 대선주자들이 '지사 찬스'라며 지사직 사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고, 야권에서도 이에 가세하는 모양새여서 향후 이 지사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