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관·언론인·여성인권 운동가 등 수만 명 탈레반 보복 위험에 노출돼 있어
“탈레반, 미군 철수 후에도 안전한 출국 허용할 것”…IS-K 테러위험 남아
미국 “향후 탈레반 행동에 따라 방향 정할 것”…영국 등 “탈레반, 정부로 인정해선 안 돼”
탈레반 “평화와 안정 약속”…보복 살인·여성 인권·경제위기 등 우려
◆…카불 하미드 카이사르 국제공항의 미군 비행기 <사진 로이터>
미군 철수가 시작된 후 일주일 만에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자 미국과 각국은 자국민들과 아프간 피란민들의 대피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에 지난 14일(현지시간)부터 카불에서 대피한 사람의 수는 12만 2천 명에 달한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에 협력한 아프간인뿐 아니라 통역관, 언론인, 여성인권 운동가 등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노출된 수만 명이 여전히 카불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몇몇 국가는 지난주 공동성명을 통해 탈레반 측이 미군 철수 기한이 만료된 후에도 이들의 안전한 출국을 약속했다고 밝혔지만, 카불 하미드 카이사르 공항에 대한 추가 테러 가능성과 탈레반의 보복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탈레반 측은 사람들이 아프간을 떠날 수 있는 민항기를 재운항하기 위해 카타르, 터키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메블루트 카부소글루 터키 외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카불공항은 재개항을 위한 수리가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임무의 일부로 터키는 지난 6년간 카불공항의 보안을 책임져 왔다. 외국 군대가 철수한 후에도 카불공항이 지속해서 개방되는 것은 구호물자와 지원을 위한 운영상태를 유지뿐 아니라 아프간이 국제사회와 연결을 끊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탈레반이 31일 이후에도 출국을 허용한다 해도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이슬람국가)의 지부 IS-K(호라산)가 변수다.
지난 26일 카불공항 인근에서 IS-K가 자행한 자살폭탄테러로 13명의 미군을 포함한 100여 명이 희생됐다.
미국은 미 대사관이 아프간에서 철수할 계획이며 탈레반의 행동에 따라 향후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은 어느 국가도 탈레반을 아프간의 정부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아프간 국민은 탈레반의 엄격한 이슬람 율법 즉 샤리아법에 따른 통치를 두려워하고 있다. 탈레반은 평화와 안전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폭력과 보복을 위한 살인 등이 외신에 의해 보도되고 있다.
탈레반이 통치한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여성들은 샤리아법에 따라 일할 수도 학교에 다닐 수도 없었다. 여성들은 외출 시 얼굴까지 가리는 검은색 부르카를 입어야 했으며 이를 어길 시 공개 처형을 포함한 처벌이 가해졌다.
오랜 분쟁으로 인한 아프간의 경제적 위기 또한 문제다. UN은 현재 아프간 인구의 절반이 넘는 1천800만 명 이상이 원조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4년간 2번의 가뭄으로 5세 미만 아동의 절반이 급성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