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새 지급가구 1.8배, 지급액 2.8배↑
반지지급에…지급주기 평균 164일 줄여
10명 중 8명 "일할 의욕·가계소득 기여"
◆…근로장려금을 받는 가구의 수·액수가 최근 3년 사이 각각 1.8배, 2.8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가 도입된 이후에 연령 제한이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소득·재산 기준 문턱을 낮추는 조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사진 클립아트코리아)
#. 치매에 걸린 배우자 병간호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던 A씨. 치료비와 약값은 자신의 월급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급받은 근로장려금으로 의료비 부담에 숨통이 트였다. B씨는 어렵게 첫 직장을 구했으나,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무급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아르바이트를 구해 생활비 마련에 나섰고, 그런 와중에 생긴 근로장려금은 주거비로 썼다.
'일하는 복지' 정책의 일환인 근로장려금을 받는 가구의 수, 액수가 큰 폭으로 불고 있다. 5일 국세청에 따르면, 근로장려금 지급금액은 최근 3년 새 3배 가까운 수준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장려금이 저소득층의 생계안정과 소득 확충에 마중물 구실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근로장려금을 지급받은 근로자 10명 중 8명 가량은 "일할 의욕을 높이고 가계소득에 기여했다"고 답했다.
①확대되는 장려금…첫 지급때 견줘 금액은 11.4배↑
◆…(자료 국세청)
지난해 귀속소득 기준, 근로장려금을 지급받은 가구 수는 505만 가구로 지급액은 5조원(5조1342억원)을 넘어섰다. 근로장려세제에 대대적 손질이 가해지기 전인 2017년과 비교하면 가구 수는 1.8배, 지급액은 2.8배가 됐다. 근로장려금을 처음 지급한 2009년(59만 가구, 약 4000억원)에 비해서는 각각 8.5배, 11.4배로 늘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제도도입 이후 연령제한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소득·재산 기준을 완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8년엔 1인 가구로 살아가는 20대 청년에게도 근로장려금을 줄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쳤다(단독가구 연령제한 폐지, 2019년부터 적용). 특히 그해엔 근로장려금의 신청 잣대가 되는 소득·재산 문턱을 낮췄다. 단독가구 2000만원·홑벌이 가구 3000만원·맞벌이 가구는 3600만원으로 소득 기준을 올렸고, 재산 기준은 당시 1억4000만원에서 2억원 미만까지 늘렸다. 최대 300만원(맞벌이 기준, 단독 150만원·홑벌이 260만원)까지 장려금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자녀장려금은 도입(2015년) 당시엔 부양자녀 1인당 50만원을 줬는데, 현재는 70만원까지 오른 상태다.
저소득 근로가구를 폭넓게 지원한 구원투수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국세청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근로장려금 수급자 77%가 '근로장려금이 구직활동, 일할 의욕 등을 고취하는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실질소득을 증가시켜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 생활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답한 비율은 78.1%였다.
올해 세법개정안에 가구별(단독·홑벌이·맞벌이)로 소득요건인 기준금액을 200만원씩 올리는 내용이 담기면서 향후 장려금 지급대상·금액이 더 오를 전망이다. 이 개정안은 향후 국회 논의를 거쳐 입법 절차를 밟는다.
②소득발생 시점과 지급 시점 시차 단축시켰다
◆…(자료 국세청)
근로장려세제 관련한 세제개편으로 한차례뿐인 장려금 지급주기를 손질한 부분도 꼽을 수 있다. 근로소득자에 한해 연 2회 신청하고 지급하는 반기지급제를 만든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근로소득자의 소득발생 시점과 지급 시점 간의 시차를 줄여 적기에 소득을 지원하고 근로유인 효과를 높이기 위함"이라고 했다.
반기 근로장려금을 신청했을 땐 연간 장려금 추정액의 35%씩 상·하반기에 나눠 지급하고 있다. 이후 9월에 연간 산정액과 이미 지급한 금액을 비교해서 정산(추가지급 또는 향후 5년간 차감)하게 되는 구조다. 이 제도로 소득발생일로부터 지급일까지의 시차는 정기분 대비 평균 164일 단축됐다고 한다.
국세청은 올해 상반기에 근로소득이 있는 148만 저소득 가구에 반기신청 안내문을 보낸 상태다. 수급대상이라면 ARS(1544-9944)나 홈택스를 통해 이달 15일까지 신청하면 된다.
③신청 후 지급기간도 앞당겼다
◆…(자료 국세청)
근로·자녀장려금의 지급일은 9월30일(법정기한)로 박혀있는데, 심사업무를 발 빠르게 진행하면서 이 주기를 확 앞당기고 있다. 작년(2019년 귀속)엔 34일, 올해(2020년)엔 35일이나 법정기한보다 지급이 빨랐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가구를 최대한 빨리 지원하기 위해 조기지급을 추진한 것"이라고 했다.
장려금 지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시스템도 갖췄다. 국세청은 대량의 장려금을 빠르게 지급하기 위해 장려금만 별도로 지급하는 시스템을 새로 구축했다고 한다. 이 조치로 일일 송금건수는 2018년 60만건에서 지난해 500만건으로 확 늘었다. 특히 국세청은 올해 처음으로 모든 지급 대상자에게 하루에 일괄 지급했다고도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최소 3일에서 최대 10일까지 걸린 작업이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급대상자가 장려금을 쉽게 신청할 수 있도록 ARS·손택스·홈택스 등 신청방법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며 "스스로 신청하기 어려운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해 도움 창구를 운영하고 신청도움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