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증권 캡처
금융당국의 플랫폼 규제 여파가 이어지며 카카오와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이틀 만에 18조8400억원 증발했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과도한 반응“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규제가 강화된다면 주가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9일 카카오는 전일 대비 7.22% 하락한 12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네이버 역시 2.56% 떨어진 39만9000원에 마감했다. 전날 카카오와 네이버의 주가는 각각 10.06%, 7.87% 급락한 데 이어 하락세가 지속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온라인 금융플랫폼의 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광고가 아닌 ‘중개’로 보고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등록이 필요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또 소비자가 해당 계약을 플랫폼과의 거래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이어 9일에는 “특정 금융플랫폼의 영업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며 금소법 적용에 대한 기본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규제 의지를 고수했다.
최근 정부와 여당도 가세해 네이버와 카카오를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업체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반드시 바로잡겠다”며 플랫폼 사업자 규제 논의에 불을 붙였다. 현재 국회에는 플랫폼공정화법과 플랫폼이용자보호법을 비롯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주가 급락은 과도한 우려”라면서도 “규제가 장기화된다면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투자증권 정호윤 애널리스트는 “이번 규제로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이 사라지고 평가절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다소 과도한 반응”이라며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가 시장에서 10조~15조원의 기업가치를 부여받고 있던 점을 감안할 때 전일 주가 하락은 과도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한화투자증권 김소혜 애널리스트는 “양사의 매출 가운데 투자·대출·보험 등 금융상품 추천서비스 비중이 미미한 상황이라 단기적으로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규제가 강화되거나 다른 사업 영역으로 확대될 경우 멀티플 확대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기업의 금융업 진출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SK증권 구경회 애널리스트는 “속도 조절은 있어도 방향 전환은 없다”면서 “최근 금융당국의 태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금융업 진출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증권 최관순 애널리스트 역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는 라이선스 획득과 UI 개선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관련 라이선스를 갖추고 UI를 개선해 소비자가 금융플랫폼을 상품의 계약 주체로 오인할 소지를 제거한다면 금융당국의 염려를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애널은 또한 “정부와 여당의 규제도 공정거래를 위한 논의이기에 플랫폼 기업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관련 라이선스들을 획득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페이증권을 통해 투자중개라이선스를, 케이피보험서비스를 통해 보험중개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대출의 경우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지난해 6월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받아 서비스해왔으며 현재 판매대리중개업 등록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