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대출 판 커지는데...인터넷은행 ‘웃고’ 카드사 ‘울상’

중금리대출 공급 규모 35조원...총량 제외 가능성도
인터넷은행, 목표 미달성에도 불이익 면해
카드사, 11% 금리 상한에 경쟁력 약화 우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당정협의를 통해 내년도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논의하고 중·저신용자 대출과 정책서민금융상품을 총량 한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당국은 중금리대출 공급 규모를 올해 32조원에서 내년 35조원까지 확대하고, 정책서민금융상품 역시 9.6조원에서 10조원대로 늘려가기로 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구체적 방안은 금융권과 협의를 거쳐 이달 중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 인터넷은행, 중금리대출 목표치 외 추가 여력 생겨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연말까지 20.8%, 케이뱅크는 21.5%, 토스뱅크는 34.9%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고신용자들의 대출 수요가 인터넷은행으로 쏠리면서 3분기말 기준 중금리대출 비중은 카카오뱅크 13.4%, 케이뱅크 13.7%, 토스뱅크 28.2%를 기록했다. 목표치보다 각각 7.4%, 7.8%, 6.7%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행히도 금융당국이 중금리대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무조건 불이익을 주지는 않겠다고 하면서 인터넷은행들은 안도하는 모양새다. 당국은 이들이 계획을 이행하지 못한 경우 신사업 진출 시 인허가 심사에 반영할 거라던 기존 경고를 접어두고 노력 여부를 지켜보기로 했다.

다만 인터넷은행들은 본연의 역할이자 인가 취지에 맞게 중·저신용자 비중을 계속 늘려야 하는 숙제는 여전히 안고 있다. 2023년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카카오뱅크는 30%, 케이뱅크는 32%, 토스뱅크는 44%로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게다가 시중은행도 중금리대출 시장 공략의 기회를 노리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거란 이야기도 나온다.

◆ 여전사, 중금리대출 금리 경쟁력 잃을까 우려

카드사,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는 인센티브 논의가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내년부터 달라지는 중금리대출 산정 기준 탓에 근심이 깊다.

금융위원회가 시행을 예고한 상호저축은행업·여신전문금융업·상호금융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상품 단위가 아닌 차주 단위를 기준으로 ‘중·저신용층에 공급되는 모든 중금리 신용대출’에 대해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개인 신용평점 하위 50%인 고객을 대상으로, 카드사의 경우 연리 11%, 캐피탈사의 경우 14%를 넘지 않는 모든 대출을 중금리대출로 취급한다. 중금리대출에는 본업자산 대비 대출자산 비중을 30%가 아닌 80%로 반영하는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카드사들은 그간 카드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적용,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 수익성 악화 요인이 여전한 가운데 중금리대출 규제까지 겹쳤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과 여전사에 적용되는 정책의 목적이 다르며, 금융회사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고 봤다.

금융당국은 “여전사에 중금리 대출의 금리 상한을 제시한 것은 일정 금리 이하로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금리 상한에 맞춰 규제상 인센티브를 받거나, 그 이상으로 대출해 인센티브 없이 높은 예대마진을 추구하는 것은 금융회사의 선택사항”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