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시절 학생 운동 주도하며 정치에 입문
보리치, 평등·복지국가 건설 목표 “모든 칠레인의 대통령이 될 것”
◆…19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승리한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당선자가 지지자들과 환호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19일(현지시간) 칠레에서 치러진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좌파 연합 가브리엘 보리치(35)가 승리했다.
99%가 넘는 개표 결과, 좌파 연합 “존엄성을 지지하다”를 이끌고 있는 35세 보리치가 55.8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44.14%를 얻은 극우 호세 안토니오 캐스트를 물리쳤다. 뉴욕타임스(NYT)는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 이후 가장 젊은 대통령이자 칠레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 탄생했다고 보도했다.
1986년생 보리치는 2011년 산티아고에서 칠레대 로스쿨 재학 중 학생 운동을 주도했다. 그는 당시 정부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무상으로 지원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2013년 자신의 고향으로 내려와 처음으로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하원의원 임기동안 인권 및 토착민 위원회, 극지대와 남극, 노동 및 사회 보장 위원회에서 일했다.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재선에 도전하여 성공했다.
NYT에 따르면 보리치는 자신의 공약인 평등한 복지 국가를 이룩하기 위해 헌법을 손 볼 예정이다. 칠레는 2019년 10월 18일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을 계기로 같은 달 25일 불평등 항의 시위가 촉발하면서 이듬해 2020년 헌법을 새로 쓰는 대대적인 사회 개혁에 합의하는 등 좌편향 기조를 보여왔다.
또한 공공 정책 개편을 통해 사회 곳곳의 부조리들도 걷어낼 것으로 보인다. 보리치는 사회안전망을 확장하고 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업에 세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산티아고 내에서는 그의 사회적 포용정책과 칠레의 시장 지향적 경제 모델을 재정비하려는 계획을 반기는 지지자들이 보리치의 얼굴이 새겨진 깃발과 LGBT의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당선의 기쁨을 나누었다.
한편 이번 선거는 수십 년 만에 전국에서 가장 분열이 심한 선거였다. 두 후보는 선거 공약마저도 완전히 달랐다. 보리치와 결선 투표에서 맞붙은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후보는 극우 정치인으로서 ‘칠레의 트럼프’라 불렸다.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변호사로 낙태와 동성 결혼에 대해 강하게 반대해왔다.
보리치는 투표 행사 후 “더 인간적인 칠레, 더 위엄있는 칠레, 더 평등한 칠레를 만들겠다”며 자신의 공약을 되풀이 했다. 내년 3월에 사임할 중도 우파 대통령 세바스찬 피네라와의 통화에서도 “나는 모든 칠레인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