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 사퇴 5시간 만에 조수진 공보단장도 사퇴
조 단장, 이 대표 만나러 대표실 대기했지만 이 대표 곧바로 기자회견 가져
尹 후보 "김종인 위원장 맡겨 달라 했다... 김 위원장에게 모든 권한 위임해"
김종인 위원장 "선대위 운영에 방해되는 인사는 과감하게 조치 취할 것" 밝혀
◆…조수진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이 21일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파문에 책임을 지고 공보단장직을 사퇴했다. 앞서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앞둔 이 대표를 만나기 위해 당대표실에 대기했지만 결국 만나지 못한 조 최고위원 모습［사진=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이 시간을 끝으로 중앙선대위 부위원장과 공보단장을 내려놓는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과 당원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대위 내 모든 보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히면서 윤 후보와의 소통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제가 제 보직을 사퇴하는 것을 상의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아니면 깔끔하게 던지는 것"이라며 "후보와 관계없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일에 대해 개인의 거취 표명은 후보와 상의하지 않아도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능력이 있다"며 "윤 후보와 (사퇴 여부를) 상의 안 했다"고 말해 윤 후보에 대한 서운함을 표했다.
조 최고위원이 당대표실에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 대표는 만나지 않고 바로 기자회견에 나서 조 최고위원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발단은 전날 중앙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는 이 대표와 조 단장의 고성설전이 오가면서다. 조 단장이 공개석상에서 윤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 씨 논란과 관련해 '난 후보 말만 듣겠다'고 말해 이른바 또다시 '당대표 패싱'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은 조 단장이 이 대표를 비방하는 ‘가세연(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영상 링크를 몇몇 기자들에게 공유하면서다. 조 단장이 "유튜브 링크를 받고 내용도 확인하지 않은 채 계속 통화를 요청하는 출입기자 세 분에게 전달했다"라고 해명했으나, 이 대표는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라며 재차 거취 표명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 후 가진 일문일답에서 조 최고위원을 만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조 의원이 어떤 형태로 사과한다 하더라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면서 "특히 어제 사과한 이후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지만, 사과라고 보기 애매한 내용이 있다"고 거듭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저녁 6시에 언론인에게 공보단장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논란, 유튜브 영상을 본인 이름으로 전달한 행위에 대해서는 사과와 해명의 대상이 아니라 징계 대상이라고 했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했는데도 이렇게 이야기한 거는 본인 뜻으로는 사퇴조차 할 수 없는 인물인지 궁금해진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일종의 조치, 즉 조 최고위원 사퇴가 이뤄질 경우 복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복귀할 생각이 없다"며 "선대위 구성 전권은 후보 책임이다. 저는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일축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1일 이준석 당대표의 상임선대위원장 사퇴와 관련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께 이 문제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임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윤 후보 [사진=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이양수 수석대변인도 "윤 후보께서 김종인 위원장님께 전화하셔서 이 문제를 잘 좀 해결해달라고 말씀하셨다"며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전화통화로 상의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 단장의 거취를 포함한 모든 전권을 일임한 거냐는 질문에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김 위원장님께 일임하는 것으로 두 분이 말씀을 나누셨다"고 답했다.
조 최고위원의 공보단장직 사퇴는 김 위원장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밖에서는 선대위가 '항공모함'에 비유될 정도로 거대하게 운영되는데,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선대위가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며 "이대로 갈 수 없다"고 선대위 슬림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는 특히 "선대위 운영에 방해되는 인사는 앞으로 과감하게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해, 이 대표에게 항명한 조 최고위원의 경질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선대위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선대위를 총괄하는 사람과 후보자간 원활한 소통이 있어야한다"며 "그런데 지금 보면 여러 가지 상황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선을 불과 70여일 남겨 놓은 상황에서 그간 각종 여론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아 왔던 윤 후보가 최근 조사 결과에서는 오차범위 내 경합이거나 오히려 이 후보에 역전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어 윤 후보 선대위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당 내홍까지 불거지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 되고 있다.(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관리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이 대표와 조 최고위원의 갈등 등으로 선대위가 파국으로 치받는 상황이 초래된 것을 계기로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야권의 한 인사는 이번 사태의 여파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우여곡절 끝에 당 선대위가 윤석열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김병준·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 체제로 꾸려지면서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했다"면서도 "선대위 내부 불협화음이 커지면서 내년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게 하니냐는 우려감도 나온다"고 전했다.
앞서 선대위의 ‘당대표 패싱’에 불만을 갖고 지방 잠행을 강행했다 지난 3일 윤 후보가 울산으로 내려가 이 대표를 만나 갈등을 봉합한 이후 새출발하는 모습을 보였단 국민의힘 선대위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운영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