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투기세력 버티기' 우려 속 이재명의 '선심 감세'

이렇게 현 정부와 차별화를 꾀한 부분은 부동산정책 실패를 인정하면서 민심을 돌리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존의 보유세 강화 기조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투기 방지 효과가 흔들릴 수 있다.

납세자들 입장에서는 보유세 경감이 목표인지, 선거가 끝나면 보유세를 상향 조정하는 것인지 헷갈리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공시가격이 오르면 표심이 요동칠 것을 의식한 땜질 처방으로밖에 안 보인다.

공시가격 '동결' 추진하는 이유는

정부는 지난해 11월 '단독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35년까지 시세의 90%에 맞추겠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세금을 책정하는 잣대인 공시가격이 주택 유형별로, 주택 가격별로 들쑥날쭉이었던 부분을 바로 잡겠다는 조치다.

이 로드맵에 따라 내년도 현실화율 목표치는 평균 58.1%로, 올해(55.8%)보다 2.3%포인트 오른다. 공동주택의 경우 오는 2030년까지 향후 10년간 현 70% 수준(내년 71.5%)인 현실화율을 90%까지 올려야 한다.

이 후보가 '공시지가 현실화 기조'에 정면으로 제동을 건데는 이유가 있다.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재산세·건강보험료 인상에 더해 복지 수급 자격이 발탁되는 문제점이 발행할 수 있어서다.

실제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부세 등 부동산 보유세의 과표 산정에 활용되고 있지만 이는 공시가격 활용 분야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조세를 포함해 복지 등 5개 분야 63개 제도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 후보는 ▲재산세·건보료의 올해 수준 유지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계획 유예·재조정 ▲조정계수 도입 등을 제안했고, 당정은 실무협의를 열어 후속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대표적인 게 공시가격 동결인데, 이렇게 되면 내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올해 수준에서 부과되고, 이 공시가격을 토대로 산정하는 건강보험료·기초연금 등 각종 복지 혜택 선정 기준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여기에 급격한 세부담 증가를 막기 위해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상한 조정, 한시 납부 유예도 검토되고 있다.
반면, 공시가격 상승 요인은 정책보단 시세 상승이 견인했단 시각도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지난 6월 내놓은 '주택공시가격 5대 쟁점을 분석한 이슈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가격 현실화율의 경우 시세 상승분 기여도는 17.01%포인트, 현실화율 제고분에 대한 기여도는 2.04%포인트였다.

지방세연구원은 "국민의 보유세 부담완화를 위해서는 공시가격보다는 세율, 세액공제, 세부담상한선 등 조세정책 수단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유·거래세 동시완화, '포퓰리즘' 비판도

이 후보가 공언한 보유세 부담 완화에 이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엔 한결같이 '한시적'이란 꼬리표가 붙어 있다.

양도세 완화는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고 있다며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게 명분이다. 하지만 양도세 한시 완화는 길어야 1년 이내, 보유세 동결 기간도 내년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용 일회성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현 정권에서 '1주택자=실수요자, 다주택자=투기세력'이란 이분법적 시각이 짙다. 보유나 양도 등 퇴로 없기 때문에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내놓기보단 증여 등의 방법을 택할 것이란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올해 9월 기준 전국 주택 증여는 11만7607건으로 전체 주택거래량의 8.35%로 집계됐다. 2006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바꿔 말하면, 양도세 중과 부담이 줄어들었을 땐 매출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단 기대감도 있다는 소리다.

최성근 영남대학교 교수는 "1세대가 다주택을 보유하는 경우에는 객관적으로 투기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종부세와 높은 재산세, 양도소득세에 대한 중과가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다주택자의 물량이 시장에 나오게 하려면 보유나 증여가 아니라 양도를 선택할 유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와도 이를 살만한 이들은 '현금부자'뿐이라는 점이다.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2017년 5월 6억 초반이었는데 지난달엔 10억8000만원, 즉 4년 만에 1.8배 정도 올랐다.

최근 몇 년 사이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값이 수억원 급등한 상황에서 양도세율을 내리면 투기세력의 배만 불리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부동산 정책, 세제 아닌 수급 안정에 중점둬야"

부동산 정책은 일관성과 신뢰성을 핵심으로 든다. 납세자들은 내후년 보유세엔 내년 공시가격이 적용한다는 것인지, 선거가 끝난 내후년에 한꺼번에 세금폭탄을 때리겠다는 건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일각에선 부동산 감세 정책으로 인해 1년 뒤엔 조세저항이 더 거세질 수도 있단 소리로 나온다.

공시가격 동결만 떼어내서 보면 전년도 공시가격을 적용한 일은 전례가 없다고 한다. 정부로선 정책 일관성이 흔들린다는 점을 고려할 땐, 이 후보로선 재난지원금이나 국토보유세에 이어 또 다시 물러나는 모양새로 보일 수 있다.

시민단체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장기적인 계획을 시행 1년 만에 속도 조절이라는 이름으로 무산시키는 것은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역행하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했다.

재계에선 '차기정부는 세제 강화가 아니라 수급 안정에 바탕을 둔 부동산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낸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4.4%포인트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1.07%)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한경연측은 "차기정부는 과거 참여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 실패와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 실패를 교훈삼아, 세제나 규제의 강화가 아니라 수급 안정에 바탕을 둔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 유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발 물러선 李…"양도세 중과 유예, 안 되면 대선 이후라도"

대선을 떠나 유불리를 고려해 부동산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면 정부 정책의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후보도 이를 의식한 듯 공약 추진에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이 후보는 지난 21일 '이재명×마이크 센델 대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양도세 중과 목적은 세금을 더 많이 걷기 위해서도 아니고 다주택자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서도 아니고 최종 목표는 다주택자들이 주거용도 이외에 (매물을) 주택 시장에 매물로 내놓게 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도가 시행되는 건 다음 정부이기 때문에 현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청도 드리고 저희가 입법도 시도하지만 솔직히 이제 서로 동의 안 되면 몇 달 후이기 때문에 선거 끝난 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