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공수처, 폐지가 답", 윤건영 "검찰, 4444배나 많아"

공수처 통신조회 두고, 野 '사찰' 對 與 '수사참고' 공방 이어져

윤석열 "공수처 불법사찰... 나치독일 게슈타포와 같은 일해"

금태섭 "고쳐쓸 수 없는 제도", 김종인 "감시국가로 변해... 대통령 입장 밝혀야"

윤건영 "허무맹랑한 주장, 수사위해 당연한 거... 자기가 당하면 '사찰' 논리 안돼"

이재명 "법령에 의한 행위, 사찰이라 하면 안돼... 야당만 했다면 의심 살 수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는 물론 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통신 자료를 여러 차례 조회한 것을 두고 윤 후보가 '공수처의 사찰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격앙한 점과 관련, 금태섭 선대위 전략기획실장은 '공수처 폐지'를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윤석열 후보는 전날(29일)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논란과 관련해 "야당 정치인, 언론인에 이어서 민간인에 대한 불법 사찰까지 매일 새로운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공수처는 이미 수사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그는 이어 "고위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수사 기관을 만들어놨더니 하라는 일은 안 하고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보기관의 국내 파트 역할을 하고 있다"며 "(나치 독일의)게슈타포나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의 사찰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불법 사찰은 국민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암적 요소"라며 "대통령이 되면 공수처의 불법 행위에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금태섭 "공수처 폐지가 답", 김종인 "김진욱, 스스로 반성하길"

금태섭 국민의힘 선대위 전략기획실장은 30일 페이스북에 "스스로 인정하듯이 수사 실력은 아마추어이면서 하는 일은 과거 엄혹했던 시절의 정보기관을 보는 것 같다"며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쓴 기자나 매체의 뒷조사를 하다니. 대한민국에 이런 기관이 필요할까요?"라며 공수처 폐지를 주장했다. 금 실장은 "공수처 설립이 논의될 때 제가 줄기차게 반대하면서 얘기했던 가장 중요한 근거 중에 하나가 공수처가 안 좋은 형태의 정보기관이 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 실장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절 공수처 설립에 반대해 징계를 받았다.

그는 공수처가 역할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정보인 점을 언급한 뒤, "막강한 수사권이 있는 기관이 국회의원이나 판·검사들 주위를 조사하고 다니는 것이 정상일까? 그건 독재시대에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과거 안기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기자들, 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뒷조사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앞으로 언젠가 판사나 검사들을 상대로 한 뒷조사도 벌어질 것"이라며 "공수처 법이 국회 법사위에 상정되었을 때 대법원이 강력하게 반대한 이유도 사법부의 독립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라고 강조했다.

금 실장은 과거 공수처 설립 주장했던 조국 전 장관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공수처 만들어서 한치라도 검찰 개혁에 도움이 되었나?'"라고 힐난했다. 또한 표결을 밀어붙인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도 "이걸 도대체 왜 한 거냐"고 직격했다.

그는 나아가 "논리로 반박을 할 수 없으니까 '대통령의 뜻이잖아'라고 말씀하신 민주당 선배 의원들께도 묻고 싶다"며 "우리가 촛불 들고 탄핵에 나선 것은 그런 모습이 되지 말자고 한 것 아닌가. 대통령의 뜻이면 사찰기관을 만들어도 되는 거냐"라고 힐난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공수처는 고쳐 쓸 수 없는 제도"라며 "대통령 임기 전에 잘못 만든 공수처를 폐지해서 최소한 원상회복은 해놓기를 바란다"고 공수처 즉각 폐지를 주장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도 이날 오전 국회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공수처의 통신조회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 후보 부부에 대한 통신 사찰은 여태까지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며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탄생한 공수처가 1960~70년대 유신 시절 중앙정보부와 비슷한 형태의 민간인 사찰을 했다"고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공수처가 합법을 가장해 기자들도 비판적이면 전부 조회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70여명이나 무분별하게 통신 조회를 한 것 같다"며 "조금이라도 비위가 안 맞는 사람에 대해 감시국가 비슷하게 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누차 이야기했다"며 "문 대통령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본인의 의사를 피력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침묵하고 있는 청와대를 겨냥했다.

아울러 김진욱 공수처장을 향해서도 "무분별한 민간인 사찰이 실질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스스로 반성하길 바란다"며 "이런 식으로 공수처를 운영했을 때 국민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데 그때를 상상해서 합리적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 윤건영 "허무맹랑한 주장", 이재명 "법령에 의한 행위는 사찰 아냐"

반면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과의 인터뷰에서 공수처의 통신조회를 '정치쟁점화'하고 있는 국민의힘을 향해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강력 반박했다.

윤 의원은 "통상 범죄수사 중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통신자료를 조회하는 거고 하나는 통화내역을 조회하는 것"이라며 "통신자료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전화했다는 자체’를 조회하는 것이고, 통화내역 조회는 ‘언제 어느 시간 동안 어디서, 문자메시지는 어떻게 주고받고 세세한 걸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가 이야기하는 건 통신자료, 통화했다는 것 자체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면서 "윤 후보가 검찰총장 출신이고 수십 년 검사생활을 하신 분인데 만약에 알고도 이런 말을 했다면 검사 생활을 거꾸로 한 거고, 아니라면 국민을 기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과기부 자료에 의하면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1년 6개월 동안 검찰이 282만건을 조회했다. 지금 공수처가 문제라고 하는 게 135건을 조회했다는 것"이라며 "135건을 조회했다고 공수처 폐지 운운하면 280만건 조회한 검찰은 공중분해해야 될 수준"이라고 반박수위를 높였다.

그는 이어 "그리고 올 상반기만 봐도 검찰이 60만 건(통신조회)을 했다"면서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검찰이) 4444배나 (조회 수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등을 수사하는 곳으로 (수사대상) 그분들에 대한 통화 통신자료를 확인하는 건 너무 당연한 거"라며 "솔직히 방귀뀐 사람이 성 내는 격이고 자기가 하면 공정한 수사고 자기가 당하면 사찰이라는 이런 논리가 어디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온당하다. 통신자료 조회에 법적 제재가 강하지 않아 수사기관이 무진장하는 제도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전화번호 확인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국민의힘 주장을 일축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도 이날 공수처의 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 논란과 관련해 "법령에 의한 행위를 사찰이라 할 수는 없다"고 국민의힘 주장을 반박했다.

이 후보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통신자료 조회는 수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초자료라 공수처가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는 "윤석열 검찰도 수십만 건을 했으나 누구도 사찰이라 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지나친 것은 경계해야 한다. 수사를 위해 정말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통신자료 조회가 야당 인사들에 집중된 것 같다는 데 대해서는 "야당만 했다면 충분히 의심받을 만한 일이고 문제제기 할 만한 일"이라고 한 발짝 물러서기도 했다.

이 후보는 "여당은 안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것 같다. 아마 야당에서 물어봐서 야당 것만 대답했을 텐데, 여당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말 여당을 빼고 야당만 했다면 문제"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가 이 후보를 향해 "과거 자신이 비슷한 일을 겪었을 때는 '국정원의 조작 사찰은 낯설지 않다'며 반발하더니 왜 이번에는 아무 말이 없느냐"고 질타한 데 대한 대답인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 후보는 이어 "국가권력 행사에서 제일 중요한 덕목은 진실을 찾아내는 것보다 공정성"이라며 "만약 야당만 했다면 정말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검찰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과 검찰은 다르다"며 "국정원은 국내 정보 수집이 금지돼 있고, 매우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국정원과 공수처의 통신조회는 그 성격 자체가 다름을 언급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선대위 종합상황실에 '불법사찰 국민 신고센터'를 설치해 강력 대응키로 하고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참석 하에 현판식을 달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