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공직자 로펌行 무엇이 문제인가-②

로펌, 회계법인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공직 출신들
김&장 법무법인 재경부, 국세청 출신 세금맨들 즐비
공직 출신 영입위해 치열한 '스카우트戰'도 불사

미국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인기 구단인 뉴욕 양키스(New York Yankees)구단은 매년 오프시즌만 되면 어마 어마한 돈을 들여 유명 선수들을 '싹쓸이식 스카우트'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죽이나 했으면 타 구단들은 양키스를 '악의 제국'이라고까지 비난하기도 했다.

이처럼 양키스 구단이 유명 선수 영입에 열을 올리는 것은 구단의 가치 상승을 유발해 더 많은 팬과 돈을 끌어들이기 위한 '스포츠 비즈니스'의 일환. 최근에는 국내 구단인 삼성 라이온즈가 양키스식 행보(?)를 보여 눈총을 사기도 했었다.

영입대상은 다르지만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 법무법인을 정점으로 이 같은 싹쓸이식 스카우트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들 로펌과 회계법인의 주요 영입대상은 전직 공직자들이다.

□ 달마(전직 공직자)가 동쪽(로펌·회계법인 등)으로 간 까닭은?

특히 이 문제는 최근 사회적인 논란으로 떠오른 '론스타 조세회피' 문제와 연결되면서 해당 법무법인과 공직자들의 '도덕성'문제로까지 연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최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회의석상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은 김&장 법무법인을 지칭하며 "론스타의 세무대리를 맡고 있는 김&장에는 수많은 국세청 출신 공직자들이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로펌 등에서 재경부와 국세청 고위직 출신들을 싹쓸이 하다보니 론스타 문제만 해도 전·현직 국세청 출신자들끼리 다투는 꼴이 됐다"고 실태를 지적했다.

실제로 전직 공직자 싹쓸이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장 법무법인에 과거 한 가락씩 했다는 국세청, 재경부 등 경제부처 출신 공직자들이 즐비하다. 공직 출신들이 로펌으로 진출하는 것은 김&장 뿐만은 아니지만 가장 많은 전직 공직자 그룹을 거느리고 있는 것이 김&장이다.

이들이 해당 법무법인 혹은 회계법인에서 하는 역할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이들이 '대정부 로비'활동을 주 업무로 삼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 전직 공직자들은 '인기 상종가'

대형 로펌이나 회계법인의 주요 타깃이 되는 공직자들은 주로 세무업무에 정통한 인사들이다. 국세청이나 재경부 세제실, 국세심판원 등에 오랫동안 근무한 경험이 있는 공직자들일수록 인기는 상종가다.

개인적인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들이 공직생활을 하면서 쌓은 엄청난 인맥과 정보력은 덤이다. 현직에서 물러난 인사들을 비롯해 현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공직자들도 주요 타깃이다.

유능한 공직자가 매물(?)로 나오면 피 튀기는 스카우트전도 불사할 정도다.

실제로 경제부처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 공직자는 로펌 등으로부터 '오퍼'를 받은 적이 여러 차례 있다고 귀띔했다. 오히려 "(공직 선·후배들이)너무 많이 가 있다"라는 이유로 오퍼를 부담스럽게 여긴다는 설명이다.

□ 로펌에..회계법인에..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전직 공직자 그룹

김&장 법무법인에는 기라성 같은 세금맨들이 즐비하다. 노태우 정권 당시 국세청장을 지낸 서영택씨를 필두로 황재성(전 서울국세청장), 전형수(전 서울국세청장), 이주석(전 서울국세청장)씨도 김&장에 영입돼 활동하고 있다.

[로펌·회계법인 소속 전직 재경 관련 주요 고위공직자(3급이상) 명단]

성명	소속기관(현재)	전직(前職)
서영택	김&장 법무법인 고문	국세청장, 건교부 장관
황재성	김&장 법무법인 고문	국세청 조사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
전형수	김&장 법무법인 고문	국세심판원장, 서울지방국세청장
이주석	김&장 법무법인 고문	국세청 조사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
최병철	김&장 법무법인 고문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최명해	김&장 법무법인 고문	국세청 조사국장, 국세심판원장
김기태	김&장 법무법인 고문	재경부 부동산실무기획단 부단장
성수용	김&장 법무법인 세무사	재경부 조세지출예산과장
이재광	법무법인 율촌 고문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이진학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부회장	국세청 기획관리관,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
장 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부회장	중부지방국세청장
기영서	삼일회계법인 고문	광주국세청장,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박석환	삼일회계법인 고문	중부국세청장, 세무공무원교육원장
김봉헌	삼일회계법인 고문	국세심판원장
이근영	법무법인 세종 고문	재경부 세제실장, 금융감독위원장
백원구	법무법인 세종 고문	국세심판원장, 前 재경부 차관
이건춘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국세청장, 건교부 장관
김영채	삼정회계법인 영남본부장	대구국세청 조사1국장
김용진	한영회계법인 고문	재경부 세제실장, 재경부 차관

최병철 전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도 현직에서 물러난 이후 김&장에 영입됐다. 국세청 조사국장 출신의 최명해 전 국세심판원장도 김&장에 둥지를 틀고 있다.

재경부 출신들도 여럿 있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작업을 주도한 김기태씨도 조기 명예퇴직 후 김&장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성수용씨도 합류해 있는 상태이다. 현재는 아니지만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한덕수 현 경제부총리도 김&장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금감원 출신들도 김&장의 스카우트망에 포착돼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전홍렬 현 금감원 부원장도 김&장에서 고문으로 일하다 관계에 복귀했다.

율촌법무법인에도 전직 공직자들이 많다. 이재광씨(전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은 현재 율촌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청 조사과장을 끝으로 퇴직한 이재훈씨도 율촌에서 일한다. 율촌에서 근무하다 최근 서울산업대 교수로 자리를 옮긴 오윤씨도 재경부 세제실 근무경력을 가지고 있다.

회계법인에도 전직 공직자들이 줄줄이 진을 치고 있다. 이진학 전 국세청 기획관리관은 딜로이트 하나 안진회계법인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기영서 전 국세청 법인납세국장도 삼일회계법인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도 법무법인 세종에는 이근영 전 금감위원장, 백원구 전 관세청장 등이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