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세청장 및 서울국세청장 등이 즐비하게 포진해있는 김&장법률사무소가 론스타의 법률대리를 맡은 것으로 인해 고위공직자들이 로펌이나 회계법인 등에 재취업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주로 국세청·재정경제부·금융감독원 등 경제분야 출신 고위공무원들의 로펌·회계법인 영입은 밀접한 직무연관성으로 인해 애초에 로비목적으로 영입한 것이 아니냐는 게 일반 국민들의 시각이다.
물론 일부 공무원 출신 직원들의 경우 퇴직 후 이들 법인에 재취업해 고문·사외이사 등 '간판용 직함'이 아닌 실무분야에서 직접 종사하면서 월급쟁이 입장에서 일하고 있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로비스트'와는 거리가 먼 영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같은 법인들의 공무원 출신들의 영입이 주로 고위직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그들이 갖고 있는 풍부한 정보나 인맥·직무연관성으로 인해 이러한 행태가 지속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공직자윤리법이 적용되고 있는 지금도 이같은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직자윤리법의 내용상 로펌이나 회계법인은 대부분 법 적용대상에조차 포함되지 않고 있어 이 같은 법인들의 고위공직자 영입을 통제할 장치가 없다는 데 더욱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나 학계에서도 현행 공직자윤리법 개정이나 새로운 법 제정, 법인들 자체의 내부통제장치 의무화 등 각종 보완장치를 통해 이를 개선해야한다는 점을 하나같이 지적하고 있다.
■ 시민단체, "내부통제장치 등으로 자체적으로 조절하게 할 수도"
시민단체들은 일단 이처럼 고위공직자 출신들이 로펌이나 회계법인 등에 재취업하는 경우 업무와 관련된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로비의 우려가 있음에도 오히려 이를 제한하는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현행 규정대로 퇴직 후 2년 동안 영리목적의 업체에 취업할 수 없는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기만 해도 그 정도의 기간이면 이같은 인적 네트워크나 기존의 정보력 등이 상당부분 약화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합동사무소와 같은 특수한 형태로 돼있는 로펌이나 회계법인 등의 경우 공직자윤리법상 자본금 50억원 이상의 영리기업일 경우 취업을 제한하도록 한 조건이 적용되지 않아 예외의 경우가 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 이들 법인의 업무 특성상 영입되는 고위공직자들이 소속 회사 자체보다는 의뢰가 들어오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직무연관성이 높은 수임건에 대해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더욱 문제가 된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이같은 이유로 논란이 되고있는 로펌이나 회계법인 등 특정 업종에 대해 공직자 취업을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할 경우 직업선택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위헌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만큼 법률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땅치 않다는 분석.
이 때문에 이러한 법인들의 경우 금융권과 같이 자체적으로 감시하는 임원을 두도록 하는 등 내부통제장치를 마련하도록 의무화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한성대 교수)는 "이같은 문제를 법률을 강화해 금지하는 것은 직업선택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든가 특정업종을 지칭해 규제한다는 문제로 위헌판결을 받을 우려도 있다"며 "민간기업에 재취업하는 경우야 규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막을 수 있지만 이들 법무·회계법인 등의 경우 규정으로 막기는 힘든 만큼 일단 윤리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 대신 금융회사가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법인들도 고위공직자 출신 영입 인사들이 자신의 과거 직무와 관련된 고객기업에 대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이를 감시하도록 자체적으로 임원을 두도록 의무화하는 등 내부통제장치를 마련하도록 하는 대안도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완기 경실련 정책실장은 "현재 공직자윤리법이 적용되고는 있지만 실제로 일정 요건을 두고 재취업을 금지하도록 한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진 않고 있다"며 "공직자 재취업과 관련된 규정이 전반적으로 빈약한 상태인 점이나 자본금 등의 규정상 로펌·회계법인 등 빠져나갈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실장은 또 "공직자들이 다루던 직무와 관련된 분야에 재취업할 경우의 영향력 등을 볼 때 직무관련성 등의 요소를 더욱 엄격하게 개정하도록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학계, "이동 막을 수 없다면 양지로 끌어내야" 주장도
학계에서는 고위관료가 로펌·회계법인 등 사기업으로 이동하는 것이 공직자윤리법상 문제가 제기될 수는 있지만 정부에서 이를 제재한 사례가 없는 만큼 사실상 이같은 현실을 막을 수는 없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공직자윤리법이 미국의 경우처럼 사법적인 제재조치를 이룰 수 있도록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되거나 차라리 그들이 사기업으로 옮긴 뒤 맡고 있는 '로비스트'의 역할을 양지로 끌어내는 '로비스트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또 로펌 등으로 이동하는 고위공직자들은 공직자 이전에 한 개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점과 함께 이들이 퇴직한 이후의 행동까지 간섭하는 것은 기본권침해에 들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홍근 서울산업대 교수는 "일반인들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퇴직 후 재취업을 무작정 규제하는 것은 기본권 제한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고위 공직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사기업으로 이동하는 것은 대부분 로비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며 "그러나 직업선택의 자유에 의해서 갈 수 있는 것이고 퇴직 이후에 일어난 일이라 공직자법을 언급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공무원이 공직자법을 위반하고 로펌 등으로 이동한다고 할 지라도 사법적인 제재는 어렵기 때문에 차라리 '로비스트법'을 만들어 양지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우리나라 공직자윤리법이라는 것이 법이라는 용어를 달고 있지만 법적 효력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윤리적으로는 그들을 비난할 수 있지만 과연 똑같은 입장에 자신이 섰을 때 어떨지를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또 "이직시 공식적으로 맡는 업무가 현업과 다르다고 신고하면 공직자법에도 저촉되지 않는 '눈 가리고 아웅'식의 제도가 문제"라며 "미국처럼 실정법상 여러 가지 제한을 가하는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