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방불케 한 윤종규 vs. 조용병 '리딩뱅크 경쟁'

- KB, 신한 나란히 순익 '4조 클럽' 입성...

- 돈장사는 KB, 수수료 장사는 신한이 우세

◆누가 더 잘 벌었나 KB는 지난해 4조4096원을 벌어 순이익이 전년보다 27.6% 증가했다. 이에 비해 신한은 17.7% 증가한 4조193원을 벌어 순익경쟁에서 KB가 3903억원 앞섰다. 2020년에는 두 그룹의 순익이 KB 3조4552억원, 신한 3조4146억원으로 불과 406억원 차이였는데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이익의 구성면에서 순이자이익은 KB가 11조2296억원(15.5%증가) 신한이 9053억원(11.0%증가)으로 KB가 우위를 보였다. 반면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은 KB 3조2540억원(17.5%증가), 신한 3조6381억원(7.7%증가)으로 신한이 앞섰다. 두 그룹의 NIM은 KB 1.85%, 신한 1.81%였는데 이는 전년보다 각각 7bp, 1bp 확대된 것이다. 투박하게 표현하면 돈장사는 KB가 잘했고 수수료 장사는 신한이 잘한 셈이다.

주요 계열사별로는 국민은행이 전년보다 12.7% 늘어난 2조590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신한은행은 2조4944억원으로 20.0% 증가했다. 제주은행의 175억원을 포함하면 2조5119억원으로 19.9% 늘어났다.

카드는 신한이 6750억원(11.3%증가)을 벌어 KB의 4189억원(29.0%증가)을 앞섰다. 증권은 KB가 5943억원(39.6%증가)으로 신한의 3208억원(107.3%)보다 더 벌었다. 보험은 KB손보 3018억원(84.1%증가), 푸르덴셜생명 3362억 등 KB가 638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신한라이프는 3916억원을 벌었는데 이는 전년보다 14.3% 감소한 것이어서 조용병 회장으로서는 ‘아픈 손가락’이 됐다. 신한라이프의 순익감소는 사고보험금 증가로 사업비차손익이 악화된 탓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계열사간의 경쟁에서는 은행 증권 보험에서 KB가 우위를 유지했고 카드부문에서만 신한이 앞서간 결과를 낳았다. 그룹 순이익에서 비은행부문의 비중은 KB가 42.6%, 신한이 42.1%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누구 몸집이 더 커졌나
9월말 현재 KB금융의 자산총계는 663조9000억원으로 작년말보다 8.7% 성장했다. 여기에 관리자산(AUM)을 포함한 그룹총자산은 9월말 현재 1121조2000억원으로 작년말보다는 13.0% 불어났다.

이에 비해 신한금융의 총자산은 648조2000억원으로 작년말보다 7.1% 증가했다. 관리자산을 포함한 그룹총자산은 888조2000억원으로 6.2% 증가했다. 몸집불리기 경쟁에서 신한금융이 밀리는 형국이다.

◆누가 더 알뜰했나 KB금융이 지출한 일반관리비는 7조2009억원으로 전년대비 5.4% 증가했다. 주요 항목별로는 종업원급여가 4조6351억원으로 6.7%, 각종 물건비가 1조4752억원으로 6.8% 늘어났다. 이에 비해 감가상각비는 8506억원으로 2.8% 감소했다.

신한금융은 판매관리비가 5조7431억원으로 전년대비 10.2% 늘어났다. 종업원관련비용이 3조7827억원으로 12.9% 증가했고 그중 특히 명퇴급여가 2681억원으로 183.0%나 늘어났다. 감가상각비는 6457억원으로 6.6% 증가했다. 기타 일반관리비는 1조3147억원으로 4.6% 증가했는데 그중 광고선전비는 2808억원으로 37.4% 늘어났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영업이익경비율(CIR)은 45.3%로 전년의 45.2%와 비슷했다. KB금융의 CIR은 49.7%로 전년의 54.7%에 비해서는 많이 낮아졌지만 신한보다는 여전히 높았다. 두 그룹의 CIR은 명퇴급여를 포함한 수치로 이를 제외하면 다소 낮아진다. CIR로만 비교하면 일단 신한금융 쪽이 조금 더 알뜰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누가 더 건강한가
금융그룹의 건강 상태는 자산건전성과 자기자본충실도 두 가지 측면으로 가늠된다. 자산건전성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는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이다. KB의 작년말 NPL비율은 0.33%로 전년말보다 0.08%p 개선됐다. 이에 비해 신한의 작년말 NPL비율은 0.39%로 전년말 대비 0.10%p 낮아졌다. 두 그룹 모두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절대치에 있어서는 KB 쪽이 다소 좋은 성적이다.

자기자본충실도를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는 자본비율이다. 자본비율에는 자기자본(BIS)비율, 기본자본(Tier1)비율, 보통주자본(CET1)비율 세 가지가 있다. 통상 BIS>Tier1>CET1 순이다.

KB의 작년말 자본비율은 각각 15.78%, 14.55%, 13.46%를 기록했다. 세 지표 모두 전년말에 비해 0.16~0.50%p 상승했다. 그만큼 자본이 충실해졌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신한의 작년말 기준 자본비율은 16.1%, 14.8%, 13.0%로 집계됐다. 신한 역시 세 지표 모두 작년말보다 0.1~0.4%p 개선됐다.

두 그룹의 자본충실도는 딱히 우열을 가리기 어렵고 감독 당국이 요구하는 기준치를 웃돌아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증권시장의 평가
10일 종가 기준 두 회사의 PER는 KB가 7.68배, 신한이 6.02배이다. 이를 액면 그대로 풀이하면 투자자들이 KB와 신한이 같은 이익을 내도 KB 주식을 더 비싸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PBR도 KB가 0.58배 신한이 0.49배로 KB쪽이 약간 높게 형성돼 있다. 자산에 대한 평가 역시 KB쪽이 더 좋게 받고 있는 셈이다.

한편 투자자들이 회사의 수익성을 가늠하기 위해 참고하는 주요 지표는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이익률(ROA)이다. KB의 작년 ROE는 10.22%로 전년 대비 1.43%p 높아졌다. 또 ROA는 0.69%로 0.08%p 상승했다.

신한의 ROE는 9.2%로 전년 대비 0.8%p 상승했다. ROA는 0.66%로 전년보다 0.06%p 향상됐다. 두 그룹 모두 자본의 효율성이 향상된 가운데 KB 쪽이 다소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22년 전망과 전략
KB는 올해 경영의 4대 도전요인으로 ▲증시둔화와 머니무브로 인한 비이자 비즈니스 약화 우려▲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등에 따른 자산건전성 악화 가능성▲빅테크와의 플랫폼 경쟁 심화▲마이데이터 경쟁 본격화 등을 꼽았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WM, CIB 등 비이자 비즈니스 역량 강화▲금리상승 및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여신 모니터링 강화▲디지털 플랫폼 경쟁력 확보▲특화 서비스와 그룹 플랫폼 연계를 통한 마이데이터 시장 선도 등을 제시했다.

이에 비해 신한은 올해 경영환경을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으로 분석해 대응 전략을 세웠다. 긍정적 요인으로는 ▲금리상승에 따른 순이자 마진 개선 및 이자이익 증가▲견고한 중소기업중심의 대출성장▲민간소비 회복에 따른 소비자금융업 매출 개선 등을 지목했다. 반면 부정적 요인으로는 ▲테이퍼링, 오미크론, 공급망 등 불확실성에 따른 건전성 악화▲유가증권 등 자본시장 부문 성장세 정상화▲물가상승에 따른 인건비 등 판관비 증가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