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켜낸 빙상 강국 자존심…최민정銀·男계주 결승행 쾌거

대회 8일차…韓, 세 번째 메달 획득

편파판정 논란으로 얼룩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종목에서 한국 대표팀 여자 에이스 최민정(성남시청)이 1000m 은메달을 따내며 8일차 만에 대회 세 번째 메달을 안겼다. 남자 대표팀은 5000m 계주 준결승에서 압도적 기량을 뽐내며 결승에 안착했고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 '팀 킴'이 대회 2차전에서 영국을 꺾고 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지난 11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전(A)에 출전한 최민정은 1분 28초 443으로 네덜란드 쉬자너 스휠팅(1분 28초 39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는 4번째 자리에서 출발한 뒤 7바퀴를 남기고 5번째 자리까지 쳐졌으나 6바퀴 남은 상황에 다시 4번째 자리로 올라서며 반전의 기회를 노렸다. 2바퀴를 남겼을 때 특유의 아웃코스 추월을 시도하기 시작해 마지막 바퀴에서 폭발적인 역주를 펼친 끝에 선두와 0.052초 간발의 차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앞서 최민정은 2000m 혼성계주에서 팀 동료 박장혁(스포츠토토)이 넘어져 예선에서 탈락했고 500m 여자 준준결승 경기에선 얼음에 걸려 넘어지는 등 불운에 시달렸다. 1000m 결승을 마치고 울음을 터뜨렸던 최민정은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는데 준비하면서 너무 힘들었던 게 생각 나 그런 것 같다"며 "힘들게 준비했는데 메달을 딸 수 있게 돼 너무 좋았고 오늘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더 노력해서 남은 종목(1500m, 계주)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자 1000m 준결승 1조에서 3위로 결승B 순위결정전에 나섰던 이유빈(연세대)은 1분 29초 739의 기록으로 피니시 라인을 두 번째로 통과했다. 결승A 5명 중 이탈리아의 아리아나 폰타나가 실격처리 돼 이유빈은 6위로 경기를 마감했다. 곽윤기, 막판 스퍼트로 계주 결승 견인…16년만에 金 노린다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맏형 곽윤기가 맹활약을 펼친 끝에 계주 5000m 결승에 진출하며 2006년 토리노 대회 이후 16년간 이어진 노골드의 한을 풀 준비를 마쳤다.

대표팀은 한국의 베이징 올림픽 첫 은메달이 나온 경기장에서 황대헌(강원도청), 곽윤기(고양시청), 김동욱(스포츠토토), 이준서(한국체대) 순으로 남자 계주 5000m 준결승전에 나섰다.

첫 주자를 맡은 황대헌이 선두위치를 잡으며 출발했고 뒤를 네덜란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헝가리가 쫓는 형국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대표팀은 18바퀴를 남겼을 때 곽윤기에서 김동욱으로 주자가 넘어가는 터치 과정에서 네덜란드에 선두자리를 내줬고 13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곽윤기가 인코스 추월을 통해 1위 위치를 탈환했으나 이내 자리를 뺏겼다. 이후 최종 주자로 나선 곽윤기가 마지막 바퀴에서 짜릿한 역전극을 펼치며 1위로 경기를 마쳐 대표팀을 결승 무대로 이끌었다.

한국은 효자종목인 쇼트트랙에서 빙질문제와 노골적인 편파판정 등으로 부침을 겪어 6일차 황대헌의 1500m 금메달 전까지 스피드스케이팅 김민석(성남시청)의 동메달 1개에 그쳐왔으나 점차 본 기량을 보이고 있다.

곽윤기는 준결승 후 인터뷰에서 "쇼트트랙에 지금까지 힘든 일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믿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면서 "흔적이 남는 삶을 사는 것을 삶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이번 베이징 대회에서 한국 쇼트트랙 역사에 흔적을 남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컬링 종주국 만난 팀 킴, 값진 대회 첫 승전보

한국 여자 컬링대표 팀 킴은 유럽선수권 챔피언 영국을 상대로 올림픽 첫 승을 따냈다.

김은정(스킵), 김선영(리드), 김초희(세컨드), 김경애(서드), 김영미(후보·이상 강릉시청)로 구성된 팀 킴은 베이징 국립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컬링 여자 4인조 예선 2차전 영국 팀 이브 뮤어헤드에 9-7 역전승을 거뒀다.

2엔드에서 영국에 선취점을 내준 팀 킴은 이후 물고 물리는 접전을 펼치며 7엔드까지 5-4로 앞섰으나 8엔드에서 김은정이 마지막 샷 호그라인 파울로 2점을 내주고 5-6 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9엔드를 김은정의 마지막 스톤이 하우스 내 영국의 1번 스톤을 밖으로 쳐내며 4점을 획득하는 빅엔드로 장식했다. 이어진 10엔드에서 영국의 득점을 1점으로 틀어막은 채 승리를 확정지으며 전날 캐나다에 당한 7-12 패배의 아쉬움을 씻어냈다.

스켈레톤 정승기, 첫 올림픽서 톱10 진출…윤성빈 12위

스켈레톤 기대주 정승기(가톨릭관동대)가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평창 대회에서 한국 썰매 첫 금메달을 따낸 디펜딩 챔피언 윤성빈(강원도청)은 최종 12위로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옌칭 국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3·4차 시기에 나선 정승기는 3차 1분 00초 69, 4차 1분 00초 83을 기록하며 1차 1분 01초 18, 2차 1분 01초 04 합계 4분 03초 74의 기록으로 10위를 기록했다.

윤성빈은 1차 1분 01초 26, 2차 1분 01초 17, 3차 1분 01초 03, 4차 1분 00초 63으로 점차 기록을 앞당겼으나 전날 12위 순위에서 더 끌어올리지 못했다.

한국 스켈레톤 대표팀은 코로나19 여파로 유럽과 북미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면서 타국 선수들에 비해 미흡한 준비 상태에서 올림픽을 맞아야 했다. 윤성빈의 경우 4년 전 금메달 이후에도 한동안 정상급 기량을 유지했던 만큼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다만 정승기는 다양한 경기장 경험을 쌓지 못했음에도 톱 10 진출에 성공하며 다음 대회를 기대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