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차이나타운에서 30대 한국계 여성 피살...미국내 아시아계 증오범죄 잇달아

지난 9일, 뉴욕 맨해튼에서 한국 외교관 묻지마 폭행 피해 후 나흘 만

미국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의 한 아파트에서 귀가하던 한국계 여성이 살해됐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귀가하던 여성을 집까지 쫓아와 살해한 남성이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뉴욕 포스트(NyPost)가 입수한 CCTV에는 13일 새벽 4시 30분경 이씨의 집까지 침입해 뒤를 쫓는 한 남성이 담겨 있다. 이날 소란을 들은 이웃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했고 구급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이미 이씨는 사망했다고 전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사망한 피해자를 발견하고, 같은 장소에서 도주하려는 용의자 아시마드 내시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사건 발생 후 경찰은 피해자가 한국계 여성인 크리스티나 리(Christina Yuna Lee)라고 밝혔다.

피해 여성은 디지털 음악 플랫폼 업체에서 선임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근무했으며 구글과 톰스, 콜 한 등과 같은 대형 기업의 광고 업무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 내시는 숱한 경범죄 이력이 있으며 지난해 9월에도 차이나타운 지하철역 근처에서 62세 노인을 주먹으로 가격하는 등 지난해에만 4차례 걸쳐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조사 중이지만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알고 있거나 사전에 접촉한 것이 없다는 정황으로 비춰볼 때 미국인의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NYT는 경찰청 통계를 인용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아시아 증오 범죄 추이를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경찰은 이러한 공격이 2020년에 비해 361%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지난 9일에는 주유엔 한국 대표부 소속 50대 외교관이 맨해튼 한인타운 근처에서 택시를 잡던 중 한 남성으로부터 ‘묻지마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코뼈가 부러지는 피해를 당하면서도 범인을 향해 주머니에서 외교관 신분증을 보여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5일에는 40세의 아시아계 여성 미셸 알라사 고(Michelle Alyssa Go)가 열차를 기다리다 흑인 남성에게 떠밀려 전차에 치여 사망했고, 29일에는 브루클린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던 60대 한인이 공짜로 물건을 달라고 한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등 증오범죄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잇단 아시아계 증오범죄를 둘러싸고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이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를 용의자는 현재 구금돼 있지만, 범죄 동기로 추정되는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시장으로서 뉴욕 내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척결에 힘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