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검언유착 의혹 보도 당시 이동재, 한동훈 모두 부인"
사건 직후 이동재 휴대폰 지움, 한동훈 휴대폰 압수수색 아지까지 풀지 못함
한동훈·이동재 "한동훈 목소리 담긴 녹음 파일 존재하지 않는다" 반박
검찰, 채널A 다른 기자 2명 휴대폰 압수수색 포렌식
검찰 증거 목록 설명 자료, "채널 A 기자들, 한동훈 녹음 파일 존재 인식"
윤석열, '한동훈·이동재 파일' 채널A 다른 기자에게 물어봐… 왜?
◆…MBC 장인수 기자가 지난 17일 여러 유튜브 방송을 통해 지난 2020년 3월 검언유착 의혹 당시의 '한동훈-이동재의 통화 녹음 파일'이 있다는 정황 증거가 나왔다고 밝혔다.(열린공감TV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이 사건을 취재해 보도했던 MBC 장인수 기자는 최근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검찰 기록을 확인한 결과 채널 A 기자들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한동훈·이동재의 음성파일이 존재한다는 정황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검언유착 사건은 당시 이동재 기자가 신라젠의 대주주였던 이철 대표에게 접근해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불라고 압박했던 사건이다.
이 기자는 "유시민은 솔직히 개인적으로 한 번 쳤으면 좋겠고, 유시민을 치면 검찰에서 좋아할 것"이라며 이철 대표에게 접근했다.
이 기자는 당시 한동훈 검사와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면서 이철 대표한테 협조하면 선처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검사와 통화한 내용을 이철 대표의 대리인인 제보자X에게 들려주는데, 이 통화에서 한동훈 검사는 "내가 범정(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을 연결해 주겠다. 협조하면 검찰과 한배를 타는 거다"라는 얘기를 했다는 게 검언유착 의혹의 내용이다.
◆…MBC 장인수 기자는 17일 여러 유튜브 방송을 통해 지난 2020년 3월 검언유착 의혹 당시의 '한동훈-이동재의 통화 녹음 파일'이 있다는 정황 증거가 나왔다고 밝혔다.(열린공감TV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장 기자는 "그런데 MBC가 2020년 3월 31일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자 이동재 기자 한동훈 검사 모두 부인을 한다"며 "우리는 그런 대화를 한 적 없고 그래서 한동훈 목소리가 담긴 녹음 파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재 기자는 사건 직후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지웠고, 한동훈 검사의 휴대전화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했지만 아직까지 비밀번호를 열지 못하고 있다.
장 기자는 최근 입수한 검찰 재판기록을 통해 두 가지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우선 검찰은 검언유착 사건을 수사하면서 채널A 법조팀장 배 모 기자의 휴대전화와 당시 이동재 기자와 함께 취재를 했던 백 모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다.
그런데 배 모 기자와 백 모 기자 둘 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휴대전화를 지웠는데, 검찰이 포렌식 결과 이들이 지운 기록을 상당수 복원했다.
검찰은 이들이 당시 나눴던 카카오톡 대화, 그리고 통화 녹음 파일 수십 개를 되살려 냈는데 그 내용이 이번에 장 기자가 찾아낸 기록이다.
장 기자에 따르면 "당시 채널A 기자들은 이동재 기자가 한동훈 검사와 유착을 했고, 그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고 밝혔다.
채널A 배 모 팀장과 전략기획실에 있었던 강 모 기자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는 이 기자와 한동훈 검사가 통화한 음성 파일의 존재를 전제로 한 대화 내용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배 모 팀장은 법조팀장으로 이동재 기자의 취재를 보고받는 위치에 있어고, 강 모 기자는 전략기획실 소속으로 검언유착 사건이 논란이 될 당시 채널A의 진상조사 보고서 발간 업무를 담당한 사람으로 채널A 내에서도 검언유착 사건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장 기자의 설명이다.
이들의 대화를 요약하면 "이동재 기자가 한동훈과 대화한 게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해달라고 회사에 요청을 한다고 배 모 팀장이 상황을 말하니까, 강 모 기자가 미쳤냐, 그러면 회사가 거짓말쟁이가 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이들은 이동재 기자가 한동훈이랑 통화를 했고, 이 녹음 파일이 어딘가에 있을 수 있고, 이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아니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장 기자는 설명했다.
이들의 카카오톡에서는 "한동훈이 취약한 워딩도 있기는 해서 '검찰과 한배를 타는 건데' 이런 워딩, 이런 상황 본적이 없어서"라고 배 모 팀장이 말하자, 강 모 기자가 "얘기 들어봐 그리고 다시 나한테 알려줘, 한동 음성지우어ㄴ(한동훈 음성지원)"이라고 말한다.
장 기자는 "녹취록에 한동훈이 취약한 워딩, 그러니까 한동훈에게 불리한 내용이 있다고 하면서 검찰과 한배를 타는 거다. 애기 들어봐 그리고 다시 나한테 알려줘 이런 얘기인데"라며 "그러면서 누가 봐도 '한동훈 음성지원'의 오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동훈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는 얘기"라며 검찰이 이 자료를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보여줬다.
검찰이 법원에 보낸 증거 목록에 이 내용에 대해 "검찰이 법원에 보낸 증거 목록, 한동훈의 취약한 워딩도 있다는 강00의 메시지 등 채널A 관련자 상당수는 피고인들이 제보자X에게 들려준 녹음 파일을 들어보았다는 사실, 그 음성이 한동훈이라는 사실 등"이라고 적고 있다고 장 기자는 밝혔다.
장 기자는 검찰이 법원에 증거를 보낼 때 그 양이 많기 때문에 증거 목록에다가 각 번호의 증거가 무슨 내용인지 약술을 해 놓는다면서 위 내용은 약술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장 기자는 "검찰이 이렇게 결론 내릴 수 있었던 다른 증거 자료가 더 있는지는 다 확인하지 못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배 모 팀장, 그리고 나머지 채널A 기자들은 이동재가 통화한 사람이 한동훈이 맞다고 확실히 알고 있었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채널A와 한동훈 검사, 누구든 반론해 온다면 편집 없이 그대로 충실하게 다음 방송에 반영해 주겠다고 밝혔다.
장 기자는 다음 방송에서는 한동훈 검사가 채널A 기자들과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는지 살표보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재판 자료를 입수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한동훈-이동재 녹취 파일'의 존재에 대해 채널A의 다른 기자를 통해 확인해 온 사실을 16일 보도했다.
오마이뉴스는 14일부터 윤 후보 측에 채널A의 기자와 연락한 이유 등을 물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며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는 '공보라인에 문의했다'고만 답했다고 밝혔다.
또한 당시 윤 총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채널A 기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난 잘 모른다. (방송) 녹화 중이다. 죄송하다"며 전화를 끊었고 이후 문자메시지를 통한 질의에도 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최강욱 민주당 최고위원은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씨가 이 사건(검언유착)과 결코 무관할 수 없고 왜 그토록 감찰을 방해하기 위해 애썼는지를 또 다시 입증하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최강욱 최고위원은 "검찰총장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렇게 기자한테 사정해서 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고, 공식적인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어떤 검사가 일탈했다면 당연히 감찰조사로 규명해야 될 문제"라며 "그걸 (검찰)총장이 일일이 전화를 돌려서 알아본다는 건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최 최고위원은 특히 "당시 한동훈 검사와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수십 차례 통화기록, 수백여 개의 메시지, 이런 것들이 집중됐던 시기다. 이어서 고발사주 사건에 등장하는 고발장이 작성돼 국민의힘에 넘겨진 시기하고도 일치된다"라며 "일련의 상황을 볼 때 뭔가 이 문제(검언유착 의혹)가 본인(윤 후보)에게도 굉장히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었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윤 후보의 책임 있는 해명을 요구했다.
조승래 민주당 선거대책위 수석대변인은 16일 브리핑을 통해 "(해당 보도는) 자신의 최측근을 구하기 위해 검찰총장의 권한과 검찰 조직을 사적으로 남용한 또 다른 정황"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당시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대검찰청의 입장과 한동훈 당시 검사장의 태도 등을 설명할 수 있는 언론보도"라고 평가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어 "당시 윤석열 총장의 지휘를 받는 대검찰청은 사건 당사자인 한동훈이 의혹을 부인한다는 이유로 진상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서 "한동훈-이동재의 통화녹음 파일은 검언유착의 진위를 밝힐 수 있는 핵심 증거였고, 통화기록은 당사자에게 쉽게 제출받을 수 있었지만 대검은 오히려 의혹을 보도한 MBC 측에 통화내용을 제출하라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정작 사건의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은 기자들에게 녹취파일에 대해 보도하면 법적조치를 하겠다며 적반하장으로 엄포를 놓았다. 당시 윤 총장은 이 사건에 대해 갑자기 담당 부서를 재배당하는가 하면, 이례적으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하기도 했다"며 "이번 보도로 대검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가 확인된 셈이다. 한동훈이 적반하장으로 나올 수 있었던 뒷배가 누구였는지도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