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광장의 임수혁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제공)
비영리법인은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배분하지 않고 공익에 사용하므로 법인세를 과세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동일한 수익사업을 영위하는 영리법인과의 형평상 수익사업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하여는 법인세를 과세하고 있다.
이를 위해 비영리법인은 수익사업과 비수익사업을 구분경리하고, 수입사업에 대하여는 영리법인과 마찬가지로 익금에서 손금을 차감하여 과세소득을 산정한다.
다만, 법인세법은 비영리법인이 고유목적사업에 사용할 재원을 유보하여 고유목적사업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하여, 비영리법인이 수익사업 소득을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계상하면 5년 이내에 실제로 고유목적사업에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그 계상액을 일정한 한도(수익사업 소득의 50%) 내에서 손금에 산입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규정을 두고 있다(법인세법 제29조).
비영리법인이 지출한 금액이 수익사업에 대응하는 비용인 경우에는 수익사업 소득 산정시 익금에서 직접 차감하면 된다. 비영리법인이 지출한 금액이 고유목적사업에 지출한 금액인 경우에는 위 특례규정에 따라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계상하여 일정한 한도 내에서 손금산입하고 그 사용금액으로 처리하면 된다.
그렇다면 비영리법인이 지출한 금액이 고유목적사업에 지출한 금액의 성격과 수익사업에 대응하는 비용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 수익사업에 대응하는 비용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익사업의 소득에서 직접 차감할 수는 없고, 위 특례규정에 따라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계상하여 일정한 한도 내에서만 손금산입할 수 있다고 한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8두32330 판결).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취지와 그 타당성에서 살펴보자.
이 사건 원고(공제회)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에 대한 공제제도를 운영하여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리를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법인이다. 원고는 회원들을 위하여 퇴직급여, 목돈수탁급여 등을 운영한다. 퇴직급여는 회원이 재직기간 중 매월 부담금을 납부하고 퇴직시 원리금(부담금과 부담금에 연4%의 이율을 적용한 부가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제도다. 목돈수탁급여는 회원이 재직 중 또는 퇴직 후 여유자금을 일시납부하고 만기일에 원리금(부담금과 부담금에 연1~2%의 이율을 적용한 부가금)을 일시지급받거나 만기 후 분할지급받는 제도이다.
원고가 퇴직급여, 목돈수탁급여에 가입한 회원들에게 지급하는 부가금의 유일한 재원은 회원들이 납부한 부담금의 운용수익이다. 원고는 회원들이 납입한 부담금을 주식, 채권, 부동산에 투자하여 운용수익을 얻고 이를 재원으로 부담금을 납입한 회원들에게 약정 이율을 적용한 부가금을 지급한다. 회원들이 원고로부터 지급받는 부가금은 부담금 예치에 대한 대가로서 부담금 운용실적과 관계없이 약정 이율에 따라 지급되므로 이자소득의 성격을 갖고 있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7두18284 판결).
원고의 회원들이 지급받은 부가금도 이자소득으로 과세되어 왔다. 반대로 원고가 회원들에게 지급하는 부가금은 부담금 조달을 위한 비용이므로 부담금 운용수익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비용이다.
과세관청은 원고가 회원들로부터 납입받은 부담금을 투자하여 운용수익을 얻는 것을 수익사업으로 보고 그 운용수익에 대하여 법인세를 과세하여 왔다.
원고는 그동안은 특례규정에 따라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계상하여 일정한 한도 내에서 손금산입하고 부가금 지급액은 그 사용금액으로 처리하여 왔다.
그러나 원고는 부가금은 수익사업의 수익(부담금 운용수익)에 대응하는 비용이므로 한도 제한 없이 수익사업의 수익에서 직접 차감할 수 있다고 보고 경정청구를 하였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원고가 지급한 부가금은 고유목적사업인 '급여사업'의 지출에 해당하므로 수익사업의 수익에서 직접 차감될 수 없다고 보아 거부처분을 하였다.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법인세법 제29조 제1항은 비영리법인이 수익사업의 수익에 대응하는 비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손금으로 계상한 경우에 이를 손금으로 인정하여주는 특례를 마련하여 둔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수익사업의 수익에 대응하는 비용은 아니지만 고유목적사업에 지출된 비용의 경우 특히 비영리법인에게 특혜가 된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에 관한 위 규정이 비영리법인의 수익사업의 수익에 대응하는 비용을 손금으로 산입하는 것을 배제하는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원심이 원용한 서울행정법원 2017. 6. 23. 선고 2016구합68472 판결)
그런데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고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비영리법인의 경우 수익사업에서 얻은 소득을 고유목적사업 등에 지출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수익사업의 소득을 얻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를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의 손금산입한도액 범위 안에서 손금에 산입할 수 있을 뿐, 이와 별도로 비영리법인의 선택에 따라 그 지출금을 수익사업의 수익에 대응하는 비용으로 보아 손금에 산입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의문이 남는다.
부담금 운용수익이 수익사업의 수익에 해당하여 익금에 산입된다면, 부가금 지급비용은 수익사업의 수익에 대응하는 비용으로서 손금에 산입하는 것이 앞뒤가 맞다.
거꾸로, 부가금의 지급이 고유목적사업의 지출에 해당하여 수익사업의 소득에서 차감할 수 없다면, 부담금의 운용수익도 고유목적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기금조성으로 보아 수익사업의 소득에서 제외하여야 앞뒤가 맞다.
이에 대해 대법원이 정책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선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결론에 의하면, 비영리법인의 수익사업을 영리법인보다도 더 불리하게 취급하는 결과가 발생될 뿐이다.
예를 들어, 자금운용수익 100원, 자금조달비용 70원인 동일한 사업을 영위하는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을 가정할 때, 영리법인은 자금조달비용을 직접 차감한 30원이 과세소득이 되지만, 비영리법인은 자금조달비용을 직접 차감하지 못하고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계상하여 일정한 한도(수익사업 소득의 50%) 내에서 손금산입하여야 하므로 50원이 과세소득이 된다.
이와 같이 비영리법인에 대한 혜택규정인 법인세법 제29조가 없을 때보다 있을 때가 더 불리해지는 이상한 결과가 발생될 수 있다. 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8두32330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