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키움·미래에셋, 외화증권수탁 3강
키움·교보, 해외파생상품 시장 양분
지난해 증권사들이 주식을 중개해 받은 수수료 수익은 8조원에 육박했다. 다만 증시 거래대금이 1월을 고점으로 지속 감소하면서 위탁매매(BK, 브로커리지) 부문 수익도 매분기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해외주식 중개로 벌어들인 외화증권수탁 수수료 수익은 전년보다 55.7% 급증해 눈길을 끈다.
25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52개 증권사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수탁수수료 수익은 7조9746억원으로 전년(6조9998억원) 대비 13.9% 증가했다.
그러나 분기별로 보면 1분기 2조4914억원, 2분기 1조9740억원, 3분기 1조8443억원, 4분기 1조6650억원으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이는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1월 42조1072억원에서 12월 21조1473억원까지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효자 노릇을 했다. 증권사들의 외화증권수탁 수수료 수익은 2020년 5429억원에서 지난해 8455억원으로 55.7% 급증했다. 코스피가 16.6% 증가, 코스닥이 1.3% 감소한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수탁수수료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8%에서 10.6%로 2.8%p 증가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수탁수수료 수익이 8755억원으로 전년(6642억원) 대비 31.8% 증가하며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코스닥(2730억원), 코스피(2354억원), 해외파생상품(1552억원), 외화증권수탁(1539억원) 순이었다. 특히 코스닥과 해외파생상품에서 가장 많은 수수료를 벌어들였다. 외화증권수탁 수익은 전년보다 106.6% 급증했다.
뒤이어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이 수탁수수료 수익 톱5를 유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전년 대비 7.9% 늘어난 8123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코스피 시장에서 가장 많은 6262억원을 벌어들였다. 미래에셋증권은 업계 최대인 10조6135억원의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수익원을 다각화할 방침이다.
삼성증권은 이 부문에서 8074억원을 벌어들이며 3위를 기록했다. 부문별로는 코스피(3701억원), 코스닥(2347억원), 외화증권수탁(1676억원) 순이었다. 외화증권수탁 수익은 전체 증권사 중 1위다. 삼성증권은 이 기세를 몰아 올해 초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7000억원대 수탁수수료 수익을 기록했다. 코스피에서는 KB증권(3571억원)이 NH투자증권(3547억원)보다 많이 벌었고, 코스닥에서는 NH투자증권(2554억원)이 KB증권(2540억원)을 앞섰다. 외화증권수탁의 경우 NH투자증권은 129.3% 늘어난 856억원, KB증권은 96.1% 증가한 695억원을 벌어들였다.
신한금융투자(5061억원), 한국투자증권(5132억원), 대신증권(3460억원), 유안타증권(2904억원), 하나금융투자(2607억원)도 위탁매매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며 전년과 같이 10위 안에 들었다.
11위 교보증권의 경우 수탁수수료 수익이 1664억원에서 2393억원으로 43.8% 증가했다. 특히 해외파생상품 수익이 721억원에서 1404억원으로 94.8% 급증했다. 주로 미국 주가지수나 유가, 금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파생상품은 키움증권(1552억원), 교보증권(1404억원)이 각각 전체 시장 수익의 38%, 34%를 가져갔다.
이밖에 한화투자증권은 10.3% 증가한 1768억원, 메리츠증권은 13.6% 늘어난 1209억원의 브로커리지 수익을 올렸다. DB금융투자(1145억원)와 SK증권(1138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1077억원)도 선전했다. 외국계 증권사 중에선 모건스탠리증권(1795억원), 크레디트스위스증권(1355억원), 제이피모간증권(1255억원), UBS증권(1151억원) 등이 20위 안에 들었다.
◆…한국예탁결제원 제공
한편, 서학개미들은 주로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투자자의 외화주식 결제금액은 3984.7억달러(약 479조원) 였는데 그중 92.9%인 3700.5억달러(약 445조원)가 미국에 투자됐다. 홍콩(163억달러), 중국(51억달러), 일본(27억달러)이 뒤를 이었다.
외화주식 결제금액 상위 10개 종목은 테슬라, 애플, 엔비디아 등 모두 미국 주식이 차지했다. 특히, 나스닥 대형주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대부분이었다. 국내에 없는 3배 레버리지 ETF도 결제금액 상위종목에 자리했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서학개미의 인식 개선 노력을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해외주식투자를 고위험·고수익 투자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국제적 위험분산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투자를 통해 위험조정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