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1위 한투증권...증가율 1위는 KTB증권
12월 증시 거래대금 1월의 절반으로 ‘뚝’
지난해에도 주식투자 열풍이 이어지면서 증권사들의 순이익이 9조원에 육박했다. 사상 최대 순익을 경신한 증권사들이 속출한 가운데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9000억원을 넘겨 다른 증권사들과의 격차를 벌렸다.
23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52개 증권사의 2021년 별도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은 8조9130억원으로 전년 5조7347억원 대비 55.4% 늘었다.
지난해 증권사 순익을 분기별로 보면 1분기 2조9407억원에서 2분기 2조2103억원으로 24.8% 줄었다가 3분기 2조4829억원으로 12.3% 반등했다. 그러나 4분기 1조2791억원으로 48.5% 급감했다. 4분기 순익이 2021년 전체 실적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14.4%에 불과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9762억원의 순익을 벌어들였다. 전년 5870억원 대비 66.3% 증가하며 업계 선두에 올랐다. 분기별로는 1분기 3552억원, 2분기 1995억원, 3분기 2563억원, 4분기 1652억원을 벌었다. 2분기 사모펀드 전액보상을 단행하면서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지만, 3분기 카카오뱅크 기업공개(IPO)에 따른 지분법 이익이 포함되면서 실적 증가에 반영됐다.
삼성증권의 순익은 9367억원으로 전년 4731억원 대비 98% 급증했다. 1분기 2818억원, 2분기 2561억원, 3분기 2619억원, 4분기 1370억원 등 상대적으로 고른 성적을 거뒀다.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다수의 IPO 딜에 참여하면서 증시 거래대금 위축의 영향을 IB 수익 확대로 상쇄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전년보다 36.5% 증가한 8061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1분기 2480억원, 2분기 1913억원, 3분기 3783억원 등 순익을 거뒀지만 4분기에는 11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국내외 수수료 수입이 지속 증가하고 대형 IPO(기업공개)를 주관하며 우수한 실적을 올렸음에도 디디추싱 등 보유 유가증권의 평가손실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NH투자증권은 전년 4892억원 대비 62.2% 많은 7935억원을 벌어들였다. 분기별로는 1분기 2426억원, 2분기 2458억원, 3분기 1889억원, 4분기 1162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브로커리지와 IB를 두 축으로 전 부문에서 우수한 실적을 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7725억원의 순익을 벌어들이며 전년 5660억원 대비 36.5% 증가했다. 견조한 브로커리지 부문 호조를 바탕으로 1분기 2233억원, 2분기 1696억원, 3분기 1975억원, 4분기 1821억원 등 매 분기 꾸준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어 6위 메리츠증권(6816억원), 7위 KB증권(5977억원), 8위 하나금융투자(5639억원), 9위 신한금융투자(3136억원), 10위 대신증권(1851억원)이 10위권 안에 들었다.
메리츠증권과 KB증권은 순이익이 전년보다 60%가량 늘어 각각 6816억원, 5977억원으로 나타났다. 사업 다각화 노력으로 리테일, IB(기업금융), 운용부문에서 두각을 보인 결과다. 메리츠증권은 상위 10개사 중 유일하게 4분기 순익이 2185억원으로 3분기(1451억원)보다 늘었다.
하나금융투자의 순익은 전년 4026억원에서 40.1% 증가한 563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나금융투자는 증여랩, 힙합랩 등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금융상품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순익이 3136억원으로 전년 1490억원 대비 110.4% 급증했다. 리테일, IB부문 수수료 증가와 함께 2019년 라임사태로 펀드판매 수수료수익이 급감하고 대손상각비를 반영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자기매매손익 증가로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투자상품 관련 영업외손실 탓에 39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중위권에서는 KTB투자증권(1792억원, 202%), 한화투자증권(1418억원, 126%), BNK투자증권(1155억원, 115%)이 순익 증가율이 2배를 웃돌았다.
KTB투자증권은 지난해 신규고객 유치 마케팅과 제휴 서비스 확대로 활동계좌 수가 160% 증가했다. 한화투자증권은 IB본부가 코로나 이후 수익 정상화를 이루며 호실적을 거뒀다.
하이투자증권은 IB 및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이 지속 성장함에 따라 순익이 56.8% 증가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1607억원)도 김원규 대표이사가 강조해온 IB 실적이 70%가량 향상된 모습이다. 현대차증권(1167억원) 역시 주력 사업인 IB부문 가운데 물류센터, 도시정비사업 등 대체투자 분야에서 두각을 보였다.
교보증권과 유안타증권은 브로커리지, 기업금융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수익 창출을 통해 각각 1437억원, 1393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수익 구조가 브로커리지에 집중된 주요 외국계 증권사들도 거래대금 급증의 수혜를 받았다. JP모간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은 각각 1596억원, 1226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2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증시 거래대금 감소세...2022년 실적 악화 우려
증권사들의 4분기 순이익이 줄어든 데는 증시 거래대금 감소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7조2930억원으로 2020년 23조209억원 대비 18.6%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일평균 거래대금은 1월을 고점으로 점차 감소하며 우하향하고 있다. 1월 42조1072억원에서 12월 21조1473억원까지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IB나 운용부문의 이익 추정이 어려워 결국 거래대금 추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올해는 거래대금 감소,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에 대한 부담으로 순이익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