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서방 대러 제재에 핵 공격 위협...美, “경제에 이어 에너지 제재도 불사할 것” 강대강 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의 경제 제재 공세에 결국 핵 카드를 꺼내들며 또 다시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최고위 관리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NATO(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의 연이은 제재가 러시아를 넘어 나에게도 가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총참모장에게 핵 억지력 부대의 특별 전투 임무 돌입을 명령했다.

푸틴은 이날 “서방 국가들이 경제 분야에서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NATO 회원국들도 지속적으로 우리나라에 공격적인 발언을 퍼붓고 있다”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러시아 핵 억지력 부대는 핵 전력을 사용해 러시아와 그 동맹국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는 부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용하는 러시아 전략 로켓군 등 핵무기를 관장한다.

지난 24일 새벽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푸틴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도 우크라이나 침공을 ‘자국의 안보를 위한 특수 작전’이라고 말하면서 러시아를 방해하는 국가는 즉각적이고 역사상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결과를 겪게 만들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핵을 통한 무력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며 러시아를 규탄했고, 백악관은 에너지 분야에 대한 대러 제재를 추가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7일 미 ABC 방송 ‘디스위크(This Week)’에 출연해 “러시아는 NATO의 동진(동쪽으로 확장)으로 안보 위협을 받은 적이 없는데 계속 자국의 안보 보장을 침공 명분으로 삼고 있다”며 “러시아는 일어나지도 않은 가상 위협에 혼자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은 러시아의 에너지 부문에 대한 추가 제재도 할 계획”이라며 “세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통합된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인해 세계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경제 분야에 국한된 조치를 취해왔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높은 가스 및 에너지 가격이 더해졌을 때의 부담을 우려한 것이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중국과 공산주의 국가들에 대해서도 공식 규탄을 촉구했다. 그녀는 MSNBC 방송에서 "지금 중국은 방관할 때가 아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주권을 침범하는 행위에 대해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표부 대사는 미 CBS의 '페이스 네이션(Face Nation)' 프로그램에 출연해 "푸틴 대통령의 행동이 갈등을 고조시켰고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더 가혹한 조치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푸틴의 오산은 현재의 상황을 훨씬 더 위험하게 만드는 처사”라고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미 CNN 방송의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 프로그램에 나와 푸틴의 핵 명령이 공격적이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5일 러시아 침공에 대해 “중국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각국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존중하지만, 나토의 동진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는 적절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 러시아를 두둔하면서 국제사회를 의식한 발언이라고 외신들은 풀이했다.

<로이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