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 침공을 나치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에 비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의원 110여명과 비대면 화상회의를 통해 연설 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이스라엘의 불분명한 입장에 대해 비판했다. 또한 이스라엘에 무기지원과 서방의 대러 제재 동참을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의회 대상 화상 연설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러-우크라 사이에서 계산하느라 바쁜가. 왜 전쟁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가. 이스라엘이 양국 사이를 중재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선(善)과 악(惡) 사이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왜 이스라엘의 무기를 지원받을 수 없으며 왜 이스라엘이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은 이 질문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답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젤렌스키는 러시아의 침공을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에 비유하며, 현재 러시아는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학살했던 것처럼 우크라이나 국민을 파괴하기 위한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일인 2월 24일은 1920년 나치의 창당 일이기도 하다”면서 “나치 창당 102년이 되는 날에 러시아의 침공 명령이 있었고, 이후 수천 명이 죽고 수백만 명이 집을 잃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 국민은 유대인이 한때 그랬던 것처럼 전 세계를 떠돌고 있다. 80년 전 우크라이나가 유대인을 구하기 위한 선택을 했듯이 이제 이스라엘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접촉하고 다시 젤렌스키에 메시지를 전하며 중재 역할을 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방공망을 비롯한 무기 지원 요청을 거부해왔고, 서방의 대러 제재 조치에도 동참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대응을 해왔다.
이날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연설 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규탄하고 국민의 감정과 고통을 의원들과 공유한 젤렌스키에게 감사를 표했다. 라피드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최대한 도울 것이며 결코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젤렌스키는 이스라엘 국회인 크네셋(Knesset)에서 연설을 원했지만, 국회의장은 의원들이 휴회 중이고 본회의가 보수 공사 중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후 이스라엘 측에서 화상 회의를 제안했고, 의원 120명 중 약 110명이 함께 연설을 시청했다. 이날 연설은 모든 이스라엘 TV 네트워크에 생중계 됐으며 대규모 친(親)우크라 집회가 열리는 텔아비브 하비마 광장에도 실시간으로 송출됐다.
<로이터 제공>
